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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9년을 기다린 우승…안병훈, 뜨거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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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드라이브샷을 하는 안병훈.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317야드를 넘는 장타자다. [사진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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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33)과 김주형(22).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브라더스’다. 두 사람이 국내에서 열린 골프 대회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명승부를 펼쳤다.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를 차지한 건 선배 안병훈이었다.

안병훈은 2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파72·7470야드)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타를 줄여 김주형과 함께 합계 17언더파 271타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안병훈은 18번 홀(파5)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내 보기를 기록한 김주형을 꺾고 우승했다.

DP 월드 투어(옛 유러피언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이 대회 우승 상금은 68만 달러(약 9억4000만원). 2위를 차지한 김주형도 6억1000만원의 적잖은 상금을 챙겼다. 또, 국내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공동 9위·합계 11언더파)을 거둔 김홍택(31)은 1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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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이 중국 탁구 국가대표 출신인 어머니 자오즈민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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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올림픽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은 한국-중국 ‘탁구 커플’ 안재형(59)과 자오즈민(61)의 아들로 유명한 안병훈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를 시작했다.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18세)로 우승했고, 2015년 유러피언 투어 BMW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안병훈은 이듬해인 2016년 PGA 투어에 진출한 뒤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9년간 준우승만 5번. 이 사이 후배 김시우(29)와 임성재(26), 김주형 등이 차례로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절치부심한 안병훈은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17.1야드(전체 4위)의 장타력을 앞세워 22개 대회 가운데 5차례나 톱10에 입상했다. 컷 탈락은 4차례뿐이었다. 특히 정상급 골퍼들만 출전할 수 있는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도 출전하면서 올해 상금으로만 81억원(15위)을 벌어들였다. 더구나 이날 우승을 추가하면서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가족들과 함께 울음을 터뜨린 안병훈은 “이렇게까지 좋을 줄 몰랐다. 담담하게 우승을 즐기려고 했는데 우승이 확정되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모님과 할머니 얼굴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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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트로피를 치켜든 안병훈. [사진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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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경기를 노심초사하며 지켜봤던 아버지 안재형은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아들이 자랑스럽다. 드라마 못지않은 경기를 보여준 (안)병훈이와 (김)주형이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날 열린 마지막 날 경기에선 막판까지 김주형이 선두를 지켰다. 안병훈과 함께 합계 12언더파 공동선두로 출발한 김주형은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면서 선두로 나섰다. 후반 들어서도 11번 홀(파4)과 14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더구나 경기 막판 우승을 놓고 다투던 앙투안 로즈너(31·프랑스)가 15번 홀(파5) 티샷 실수로 2타를 까먹으면서 김주형의 우승은 확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안병훈의 뒷심이 경기 양상을 바꿔놓았다. 15번 홀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로 세컨드 샷을 하는 과감한 전략으로 버디를 잡은 뒤 16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김주형과 합계 17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파3 17번 홀에선 보기가 나왔지만, 18번 홀에서 2.5m짜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김주형과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희비는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승부에서 갈렸다. 안병훈은 침착하게 그린 옆에 두 번째 샷을 떨어뜨린 반면 김주형의 세컨드 샷은 벙커 옆 턱에 걸렸다. 위기를 맞은 김주형은 어프로치샷 실수로 보기를 기록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안병훈은 침착한 칩샷에 이어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인천=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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