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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벤탄쿠르가 사과했어" 손흥민 용서→혐의 입증 결정적 증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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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으로 기소됐던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징계를 받는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용서한 발언이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해 FA 규칙 E3을 위반한 로드리고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 벌금을 독립 규제 위원회가 부과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우루과이 TV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언급하며 아시아인 외모를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 당시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한국인 유니폼을 구해줄 수 있냐”고 질문했고, 벤탄쿠르는 “손흥민? 아니면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은 어때? 어차피 걔네는 다 똑같이 생겼잖아”이라며 농담을 했다.

이어 3개월 뒤 FA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욕설과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했으며, 경기 평판을 떨어뜨렸다"는 혐의로 벤탄쿠르를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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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는 성명서에서 "해당 혐의가 국적이나 인종 또는 출신에 대한 언급과 관련 있다"며 "FA 규칙 E3.2에 따른 '가중 위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벤탄쿠르는 혐의를 부인했다. 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신이 한 발언이 "전적으로 부적절한 일반화를 한 기자를 꾸짖기 위한 가볍고 유쾌한 태도였다"고 주장했다.

벤탄쿠르와 함께 자리했던 우루과이 기자 라파 코텔로는 손흥민을 "한국인"이라고 불렀는데, 벤탄쿠르는 해명에서 자신이 한 발언이 코텔로가 한 말을 부드럽게 꾸짖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한 사과는 그가 한 말 때문이 아니라 앞서 코텔로가 한 말을 언급하지 않고 사건이 보도된 것 때문이라고 억울해했다.

그러나 FA는 "우리는 증거와 다른 말을 하는 진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수가 사과한 내용이나 형식, 그리고 구단이나 손흥민의 대등과 어긋나는 진술"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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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독립 규제 위원회 성명서에선 손흥민의 지지가 벤탄쿠르의 발언이 모욕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데에 추가 증저로 올라 있다.

성명서엔 "손흥민의 발언(13조 15항)은 객관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손흥민과 선수(벤탄쿠르) 모두 이를 그렇게 간주하고 있다"고 적혔다.

이어 "예를 들어 손흥민은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탄쿠르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실수했다. 이 사실을 알고 사과했다. 휴가 중 바로 사과했다…우리 모두 인간이며 실수를 하고, 그로부터 배운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손흥민은 벤탄쿠르를 돕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며 "독립 규제 위원회가 참고한 손흥민의 발언을 전했다. "롤로(벤탄쿠르)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할 의도는 없었다. 우리는 형제이며 전혀 변한 것이 없다. 프리시즌을 위해 훈련장에 돌아왔을 때, 정말 미안해했고,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정말 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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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탄쿠르 사례는 첼시 미드필더 엔조 페르난데스를 떠올리게 한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7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뒤 프랑스 대표팀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노래를 부른 영상이 공개되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벤탄쿠르와 달리 FA로부터 기소되지 않았다. FA는 "페르난데스는 사건 당시 코파 아메리카를 위해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있었기 때문에 (FA가 아닌) 해당 사건은 FA 관할에 속한다"고 밝혔다. FIFA는 현재 이 문제를 조사 중이다.

반면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해당 인터뷰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가 열리기 전 진행됐다. FA는 해당 시기에 벤탄쿠르를 '잉글랜드 축구 소속 선수'라고 판단해 기소할 수 있었다.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카바니는 SNS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에게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썼다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해석되어 FA로부터 3경기 출장 정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 7586만 원) 처분을 받았다. 카바니는 인종차별이 아닌 애정이 담겨 한 말이라고 억울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지난 2020년 맨체스터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도 팀 동료 뱅자맹 멘디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 징계를 받았다. 당시 실바는 멘디의 어린 시절 사진과 함께 '누군지 맞혀 보라'는 문구를 적어 SNS에 올렸다. 문제는 옆에 스페인 초콜릿 브랜드 마스코트를 덧붙인 것. 흑인의 피부색을 초콜릿과 비교하면서 인종차별 의도가 있다고 FA는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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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와 달리 벤탄쿠르에게 7경지 출전 정지 징계를 책정한 것에 대해선 "(해당 규정 위반에 따른 징계는) 6경기에서 12경기 사이이며, 6경기가 최소 징계"라며 "가이드라인 범위 하단에 해당하지만, 가장 낮은 지점은 아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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