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울산 HD의 골문을 굳게 지키고 있는 거미손 골키퍼 조현우. 그의 빛나는 활약을 앞세워 울산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K리그1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조현우는 2008년 이운재 이후 16년 만에 ‘골키퍼 출신 MVP’를 노린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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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챔피언 울산 HD의 골키퍼 조현우(33)는 프로축구 최고의 ‘거미손’이다.
2020년부터 5년째 울산의 골문을 굳게 지키고 있다. 그 덕분에 ‘만년 2위’였던 울산은 지난 2022년 1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인 2023년엔 창단 첫 2연패를 이뤘다. 이어 올해도 정상에 오르면서 3년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울산의 수문장 조현우를 최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 본사에서 만나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소감을 들어봤다.
조현우는 올 시즌 K리그에서 골키퍼로는 유일하게 전 경기(38경기)에 출전했다. 실점은 40골에 그쳤다. 클린 시트(무실점 경기) 부문에서도 2위(14회)다. 김병지, 이운재(이상 은퇴) 등 레전드 골키퍼들의 기록에 견줄 만하다.
조현우는 “어려운 상황을 딛고 우승해서 기쁘다. 울산이 진짜 강팀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위기를 맞아도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먹은 대로 잘됐다. 덕분에 3연패를 이룬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축구화를 신었다. 빼빼 마른 몸이었지만, 달리기만큼은 자신 있었다. 처음엔 왼쪽 사이드백으로 뛰었다. 그러다 골키퍼 포지션이 공석이 되면서 또래보다 키가 크고 민첩했던 조현우가 그 자리를 맡게 됐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키가 1m83㎝까지 자랐다. 하지만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단 한 차례도 연령대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조현우는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골키퍼를 한 걸 후회한 적 없다. 상대 공격수의 슛을 막았을 때의 희열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
조현우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했다. 중대부고 시절 오전과 오후 팀 훈련이 끝난 뒤엔 혼자 그라운드에 남아 야간훈련을 했다. 훈련이 끝나면 매일 줄넘기 2000~3000회를 마친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꾸준한 노력 덕분에 체력과 민첩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조현우는 “경기를 마치고 나면 체중이 4~5㎏ 빠진다”고 털어놨다. 골키퍼는 보통 90분 동안 7㎞를 뛰는데 조현우는 그보다 3㎞나 더 많은 10㎞를 뛴다. 그만큼 활동 범위가 넓다. 쉽게 지치지도 않는다. 번개 같은 속도로 몸을 던지는 ‘다이빙 선방’은 그의 전매 특허다.
조현우는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 못지않게 힘든 포지션이다. 폭발적인 힘을 순간적으로 써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힘든 훈련을 하지 않으면 골문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후 조현우는 ‘체격’과의 싸움을 벌였다. 키는 1m89㎝인데 마른 체형이었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을 불렸다. 그 덕분에 조현우는 더욱 안정감 있는 골키퍼로 성장했다. 마침내 선문대 1학년 때 처음으로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조현우는 “학창 시절 힘든 훈련을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알을 까거나 미끄러질까 두려워 미역국에는 손도 대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조현우는 2013년 신인 계약금 한도액(1억5000만원)을 받고 대구에 입단했다. 2017년엔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도 뽑혔다. 그리고 2018 러시아월드컵을 계기로 스타가 됐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였던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와일드카드로 뽑혔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빛현우’라는 별명도 이때 생겼다. 이후 2020년 명문 울산으로 이적한 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29일 열리는 K리그 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조현우, 양민혁(강원FC), 안데르손(수원FC) 등 3명을 MVP 후보에 선정했다. 그동안 MVP상은 주로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휩쓸었다. 골키퍼가 이 상을 받은 건 2008년 이운재(당시 수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조현우는 16년 만에 골키퍼 출신 MVP를 노린다.
조현우는 “K리그 MVP는 프로 입단 때부터 목표였다. 골키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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