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문가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우선 일반인보다 시장과 업종을 잘 전망합니다. 무엇보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원칙에 충실합니다. 아무리 전망이 좋아도 지금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 투자하지 않는 식이죠. 투자 대가들이 언제 어디에 투자했는지 살펴보면 시장의 흐름을 읽고, 나에게 맞는 투자팁을 얻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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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과 관계없이 미국에 상장된 주식을 1억 달러(약 1400억원) 이상 거래하는 기관투자자는 분기마다 어떤 주식을 사고팔았는지 공개해야 합니다. 이른바 미국의 ‘13F’ 공시제도입니다. 물론 이 공시는 분기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투자시점과는 시차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큰손’들의 투자 행보를 살펴보고 시장 트렌드를 읽을 수 있어 매번 큰 관심을 받습니다.
최근엔 올 3분기(7~9월) 투자 내역이 공개됐는데, 핵심 정보가 빠르게 오가는 월가의 특성상 트럼프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한 투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2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애플 주식을 추가로 팔았습니다. 애플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를 넘어서는 등 저평가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신 현금성 자산은 9월말 현재 한화로 453조원까지 늘어났습니다. 버핏 전문가들은 “돈을 투자할 매력적이 기회(대상)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싣습니다. 경기 침체같이 큰 위기에 대비한다기보다 ‘가격 대비 싼’ 주식이 없었다는 얘깁니다.
김주원 기자 |
비만약 열풍을 예견한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은행주 비중을 크게 늘렸습니다. 금융분야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죠. 또 바이오진단 기업인 나테라 주식도 확대했습니다. 반면 석탄·천연가스·태양광·원자력 등 다양한 발전원을 가진 비스트라에너지는 매도했습니다. 대세로 자리잡은 인공지능(AI)은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왜 팔았을까요? 드러켄밀러는 “지금의 고민은 AI에 어떻게 투자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즉 이미 주목받아 많이 오른 반도체나 에너지 등 AI 인프라보다는 다음 단계의 AI 수혜주를 찾고싶단 말로 풀이되네요.
반면 빌 애크먼은 ‘수혜가 확실한 AI 인프라주’에 좀 더 관심을 두는 모양새입니다. 3분기에도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인 브룩필드 비중을 늘렸습니다. 브룩필드는 “에너지 전환과 AI 관련 인프라에 더 많은 자본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힌 곳입니다. 더불어 애크먼은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갈아치운 나이키도 매수했습니다. 스포츠 산업을 모르던 CEO가 물러나고 바닥부터 거친 ‘찐 나이키맨’ 엘리엇 힐에게 기대를 건 투자입니다.
중국 애호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테퍼는 역시나 중국 관련 주식을 대거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테퍼가 ‘중국을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중국 주식이 저평가돼있고, 중국 정부가 주가 부양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돈 벌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팔았네요) 테퍼가 좋게 보면 증시도 크게 오른다는 ‘테퍼랠리’가 과연 중국에도 적중할지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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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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