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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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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타격존 설정해요?" KBO 폭격의 시작이었다...전력분석 전문가가 전하는 MVP 천재 탄생 비화 [오!쎈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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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은정 기자]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렸다.이날 시상식에서는 퓨처스(2군)리그, KBO리그 투타 개인 부문별 1위 선수와 KBO 수비상에 대한 시상과 함께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상 주인공이 발표됐다.MVP를 수상한 KIA 김도영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4.11.26 /cej@osen.co.kr


[OSEN=오키나와(일본), 이선호 기자] "왜 타격존 설정을 해요?".

천재타자의 탄생은 의문과 질문에서 시작됐다. KIA 타이거즈 천재타자 김도영(21)이 2024 MVP에 올랐다. 지난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기자단투표 101표 중 95표를 얻었다.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141경기 타율 3할4푼7리(3위) 38홈런(2위) 109타점(공동 7위) 40도루(6위) 143득점(1위) 장타율 .647(1위) 출루율 .420(3위) OPS 1.067(1위)으로 KBO리그를 폭격한 달콤한 댓가였다.

지난 4월 역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하며 천재 탄생의 서막을 열었다. 최연소·최소경기 100득점 및 30홈런-30도루, 최연소 두 번째 사이클링히트이자 역대 2호 안타-2루타-3루타-홈런순으로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를 작성했다. 국내선수 최초로 40홈런-40도루에 도전했으나 2홈런이 부족했다. KIA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생애 첫 우승 반지를 끼었다. KBO리그 최초의 1000만 관중 흥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3년차 2024시즌을 시작하면서 김도영이 천재타자로 발돋음할 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조승범 KIA 전력분석팀 코치는 예견했었다. 올해 9년째 전력분석 전문가로 일하며 천재타자 탄생에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광주일고-인하대 출신으로 2013년 넥센에 입단했으나 1군을 밟지 못하고 은퇴했다. 2016년부터 KIA 원정기록원, 2군 전력분석에 이어 4년째 1군 전력분석 코치로 일하고 있다. 외부강연을 할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었고 선수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그가 천재의 탄생비결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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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이 조승범 전력분석팀 코치의 도움을 받아 티배팅을 하고 있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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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코치는 "2022년 첫 해는 도영이라는 선수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2년차는 훈련 디자인이나 루틴을 정립했다. 올해는 타격존 설정을 중점적으로 했다. 지난 2월 호주 캠프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강연식 프리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다. 시범경기를 끝나고 도영이가 찾아와 타격존 설정을 왜 하고, 투구 인식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왔다. 타격존 설정과 어떤 공을 치고 안쳐야 되는지 구분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타격존 설정 방법과 '너는 어느 코스, 어느 구종에 강한데 이런 식으로 설정하고, 이런 코스를 조금 더 그리고 있다가 그 코스에만 반응하면 어떻겠냐'는 식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바로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개막 초반에는 1할대 타율로 부진했다. "시즌 초반 부진해 멘탈도 많이 흔들렸다. 타석에서 전략, 즉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서 그것만 몰입해보자고 접근했다. 확실히 타석에서 예전과 달랐다. 유인구에 속지 않고 자기 존은 놓치지 않고 좋은 결과로 만들어냈다. 어느 코스를 어디서 판단해서 반응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길이나 터널이냐 이런 식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선수마다 다르다. 작은 농구공 만한 터널이 있는 선수도 있고 아니면 예상 궤적으로 그려놓는 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영이는 데뷔 초반에는 아예 그런 것이 없었다. 그래서 23시즌까지 존에서 벗어나는 구종에 반응하는 비율이 높았다. 모든 투구에 따라다니며 타격을 했다. 타구 스피드가 나성범 다음으로 빨라 충분히 장타력을 낼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타격존 설정을 하면서 올해는 그 비율이 완전히 떨어졌다. 넓은 반응존을 좁히면서 볼넷도 많아지고 에버리지는 훨씬 높아졌다. 장타도 엄청 나왔다. 타석에서 전략과 존 설정이 많이 도움이 된 것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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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이 3루를 돌아 홈으로 질주하고 있다./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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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기 타석에서의 전략도 주효했다. "타석에서 전략은 타자 본인이 알아야 되는 것을 강조한다. 내가 어떤 타자이고 그 다음에 상대투수가 어떤 유형이고 어떤 구종을 어느 코스에 많이 구사하는지 종합해서 경기플랜을 짠다. 경기를 하다보면 플랜이 흔들려 선수도 의심할 때가 있다. 흔들리지 않고 단순해지도록 최대한 반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벤치에서 다시 만들어주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전 훈련 루틴의 설정도 최고 타자로 이끈 비결이었다. 작년부터 손목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훈련 루틴을 해왔고 주효했다. "루틴은 2년차 때 많이 정립을 했다. 올해도 조금 추가하거나 필요가 없는 부분은 제외했다. 도영이는 고교 때 굉장히 손을 많이 사용하는 타자였다. 손을 사용해 공을 맞추면 주력이 워낙 빠르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손을 사용하다보니 땅볼이나 단타 위주의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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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홈런을 터트리고 포효하고 있다./OSEN DB


이어 "도영이는 타구 스피드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충분히 장타를 만들 수 있는 타자여서 시퀀스 동작(타격순서)을 제대로 만들고 손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외야로 공을 보내는 훈련 방법을 루틴으로 만들었다. 손목이 과도하게 롤링이 되지 않고 발사각이 조금 높아질 수 있도록 했다. 휘고 떨어지는 투구에 땅볼보다는 외야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천재적 타격감각도 칭찬했다. "도영이는 하체를 정말 잘 사용하는 장점이 있다 체중을 온전히 손실하지 않고 공에 전달하는 능력이 좋다. 특히 투구 적응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다른 타자들은 타이밍에서 공 하나 늦었을 경우에 다시 조정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도영이는 두 번은 안늦는다. 그러니까 150km이 넘는 볼도 친다"고 설명했다.

조 코치는 "나도 충분히 포텐이 터진다고 생각했는데 오래 걸리느냐 빨리 터지느냐의 싸움이었다. 운좋게도 내가 도와준 부분과 감독님 코치님들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크게 돌아오지 않고 지름길로 온 것 같다. 시즌 초반은 많이 힘들어했고 흔들렸지만 본인이 정말 잘 이겨냈다"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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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전력분석팀 조승범 코치(맨 왼쪽)가 김상훈 QC 코치,박규민, 방석호 코치와 함께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포즈를 취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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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시즌이 끝나고 도영이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일관성이 있는 퍼포먼스를 위해 루틴을 해왔는데 그걸 한 번이라도 어긴 적이 있었냐'라고 물었다. 올시즌 나와 약속했던 것 처럼 까먹지 않고 한 번도 빼놓치 않고 루틴을 소화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훈련의 일관성과 대단한 성적이 나온 것 같다"며 천재로 이끈 성실함에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도영도 시즌 중 "코치님과 대화를 하고 같이 훈련을 하면서 최대한 손목을 사용하지 않고 타격을 할 수 있는 방법과 루틴을 배웠다.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 설정을 하고 내가 칠 수 있는 공과 못 치는 공을 구분을 하면서 시즌을 시작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코치님 방에 찾아가 조언도 듣고, 질문도 하면서 방법을 찾았다. 애틀랜타 멘탈 퍼포먼스라는 강의를 추천해 주셨다. 인지불안 상태가 오면 빨리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 강의 내용이다. 강의를 듣고 심리적으로 편해졌다. 지금도 한번씩 멘탈이 흔들릴때 영상을 보면서 마인트 컨트롤 한다"며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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