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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감독은 이호준’… 이 말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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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감독으로 금의환향… NC 창단멤버 이호준

조선일보

이호준 NC 다이노스 신임 감독을 3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빠르고 화끈하고 파워풀한 야구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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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란 말이 있다. 여기에 야구 팬들이 한마디 더 붙였다. ‘인생은 이호준’. 선수 시절 부진하다가도 FA(자유 계약) 시기만 오면 좋은 성적을 거둬 거액 계약을 성사시키고 화목한 가족을 이룬 ‘능력자’라는 비유다. 그 이호준(48)은 이제 프로야구 NC 지휘봉을 잡고 다시 ‘인생’을 꿈꾼다. 3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이 감독은 “’감독은 이호준’이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초보 감독이다. 선수 시절부터 남다른 통솔력을 보여주며 일찌감치 ‘감독감’이란 평가가 있었지만 실제 감독을 맡는 건 처음. 지난 10월 말 취임했다. 그는 “(미국과 대만) 전지훈련 캠프 명단 짜면서부터 고민이 많았다. (비용 등 여러 사정상) 데려가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감독은 결정해야 하는 자리다 보니 어떤 선수는 서운해하고, 어떤 선수는 기회를 얻고, 그런 상황에 마음이 많이 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일수록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명단에서 빠진 선수 4명을 모아 짬뽕을 함께 먹으며 “왜 이번에 빠졌는지, 어떤 점을 준비해야 다시 올라올 수 있는지 솔직히 말해줬다. 그 친구들도 속상했겠지만, 그래도 진심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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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그는 NC 시절 노건우(개명 전 노성호)란 선수 얘길 꺼냈다. “다들 성호를 게으르다, 문제 있다면서 손가락질만 했다. 그러니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따로 불러서 얘기를 나눠봤더니 자기가 이 팀에서 한 번도 좋은 말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그때부터 성호가 하는 말을 다 믿어줬다. 100% 믿으니 변하더라. 결국 그 친구가 보여준 가능성은 그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못했던 거였다. 한 사람이라도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달라진다. 그런 역할을 앞으로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3년 NC 창단 시절 주장 자격으로 선수들을 모아놓고 ‘전력 질주, 격려하기, 불만 제로’라는 세 가지 원칙을 설파했다. 그 세 가지를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1루까지 천천히 뛰고 밟지도 않고 그냥 들어가거나, 더그아웃에서 기운 빠진 모습을 보이면 그 팀은 약해 보인다. 선수로 뛸 때나 코치로 일할 때나 늘 했던 생각이다. 관중이 다 보고 있는데 설렁설렁 하는 태도는 그대로 드러난다”면서 “팀이 약하게 보이는 건 못 참는다. 꼴찌를 하더라도, 기본 중 기본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약해 보이는 건 절대 못 참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감독이든 ‘빅 볼’ 야구를 선호한다. 화끈한 야구, 강한 야구, 파워풀한 야구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팀이 강해 보이는 것,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팀 분위기를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감이 떨어진 듯한 NC 선수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 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면 장점을 부각하고, 실패를 격려해야 한다. 실수했을 때 눈치 주는 문화는 금물이다”라며 “(격려하는 건) 원래 잘하던 거라 자신 있다”고 했다.

‘불만 제로’는 구호가 아니라 팀워크를 구축하는 출발점이다. “뒤에서 험담하고 불평하면 팀워크가 깨질 수밖에 없다. 선수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주장 박민우에게도 부탁했다고 한다. “불만이 생기면 뒤에서 말하지 말고, 주장이나 코치, 감독을 직접 찾아와 이야기하라고 했다. 뒷말이 돌기 시작하면 팀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팀 내에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우선으로 삼고 있다.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걸 함께 느껴야 한다. 그래야 팀이 단단해지고, 진짜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단순히 성적을 위한 무리한 전략은 피할 것”이라며 “선수들을 무리시키며 결과를 내는 야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징크스가 많았다. 손톱을 깎으면 그날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전부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만 했다. 계란같이 잘 깨지는 음식도 피했다. 접시도 마찬가지. 성적이 안 좋으면 쓰던 야구용품을 모두 버리고 모조리 교체했다고 한다. 그는 “이젠 징크스 중 3분의 2는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손톱 깎는 것처럼 중요한 건 남아 있다. 특히 수염을 깎는 건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면도를 할 때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나쁜 기운을 없애자, 또 하나는 새롭게 시작하자는 메시지다. 면도를 하고 나타나면 선수들이 ‘아, 우리 감독님 뭔가 결심하셨구나’라고 알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그 말(인생은 이호준)이 사실 비꼬는 말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정말 자랑스러운 별명이 됐다. 저를 보며 직장인들이 ‘40살 넘어서도 저렇게 그라운드에서 뛴다’며 힘을 얻었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열심히 선수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당연히 ‘감독은 이호준’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지나가는 농담이 아니라 제가 직접 만들어야 할 이야기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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