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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군사정권 때가 떠올라…프로리그도 ‘혼돈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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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비상계엄 유지됐다면 문체부가 경기 진행 여부 결정”

외국인 선수·해외 구단 ‘불안’…환율 폭등에 전지훈련도 난감

경향신문

1979년 10월27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당시 비상계엄에 따라 모든 체육행사가 무기 연기됐다는 소식이 담겼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3일 오후 10시25분부터 4일 오전 4시27분까지 약 6시간 동안 비상계엄 상태가 유지됐다. 비상계엄령 선포는 군사정권이었던 1979년 10·26 사태 이후 44년 만이다. 1982년 프로야구를 필두로 출범한 한국 프로스포츠계에는 전례 없는 초유의 사태였다. 각 리그는 혼돈의 밤을 보냈다.

80년대 이후 출생 국민에게 그러하듯이 프로스포츠에도 비상계엄은 처음 겪는 경험이다.

4일에는 남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비상계엄 상태가 유지됐다면 경기 정상 개최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이날 통화에서 “어젯밤과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시에는 문체부에서 이사회를 열어서 프로리그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 문체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과 폭염 등 질병·천재지변으로 인해 경기 미개최를 결정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전날과 같은 대통령의 일방적 비상사태 선언으로 인해 리그 일정에 혼란이 생긴 적은 없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밤늦은 시간 발생한 내용이라 일단 상황을 주시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비상계엄 사태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이른 아침부터 리그 중단 등을 두고 논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의결로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국내 리그에서 뛰는 몇몇 외인 선수들은 걱정을 드러냈다. 한 배구단 관계자는 “고국에서 가족들의 걱정이 쏟아져 해당 선수에게 상황을 설명해줘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단은 “외인 선수가 ‘전쟁 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해서 다독여줬다. 현재는 상황을 이해한 상태”라고 말했다.

프로농구 전주 KCC는 2024~2025시즌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원정경기를 위해 지난 3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에 갔다. 4일 저녁 경기를 치르고 5일 귀국할 예정인데 일본에 도착한 3일 밤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KCC 구단 관계자는 “비상계엄 상황으로 귀국길에 문제가 생길 줄 알고 걱정했다. 다행히 사태가 바로 해결돼 안심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내에 와 있는 해외 구단은 공포에 휩싸였다.

4일 수원 KT와의 경기를 위해 하루 앞서 입국한 일본 B리그 히로시마 드래곤플라이스 구단 관계자들은 비상계엄 선포 뒤 EASL 주최 측에 “내일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리는가” “다음날 일본 귀국에 제한은 안 걸리는가” 등을 물으며 염려했고, 4일 새벽 주최 측을 만나 만일의 경우에는 경기하지 않고 곧바로 귀국하겠다고도 했다.

국회 의결로 계엄령은 막았지만, 정국 불안에 따른 후폭풍이 남았다.

우선 난데없는 비상계엄령에 환율이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밤사이 한때 미국 달러는 1달러당 1480원대, 일본 엔화는 100엔당 970원대까지 폭등했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1월 말이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 상당수의 구단이 미국, 호주 등에서 1차 훈련을 하고 일본으로 이동해 2차 훈련을 한다.

돌발상황으로 인한 환율 폭등은 구단 운영에 치명적인 변수다. 해외 스프링캠프를 위한 계약 등 준비는 이미 다 마무리된 상태라 이제 와서 대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밤사이 치솟는 환율을 보고, 스프링캠프는 어떡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고 했다.

현재 리그가 진행 중인 농구, 배구 등은 혼란스러운 정국 때문에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농구와 배구 모두 이번 시즌 초반 관중 수가 늘고 있던 중이었다. 한 배구 관계자는 “2016년 탄핵 정국 당시 관중동원과 시청률 모두 떨어진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이두리·김은진·이정호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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