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2·3 비상계엄 사태’과 관련, 계엄의 선포 방식과 군 운용 방식이 지난 2018년 공개돼 파문을 일었던 기무사 계엄 문건과 닮았다는 해석이 나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으로 불리는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은 탄핵심판 선고를 한 달 앞둔 2017년 2월 작성됐다. 4일 문건을 보면 기무사는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보수세력 또는 진보(종북)세력 준동, 대립 격화, 반정부 소요사태 전국 확산 및 과격화 양상 표출”로 “경찰력만으로 치안 질서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질서가 마비”될 것으로 보여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한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종북 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됐다”면서 “국회가 괴물이 됐다”고 언급했다. 기무사 문건에서처럼 진보 진영을 ‘종북’으로 규정해 계엄선포의 근거로 든 것이다.
기무사가 2017년 2월 작성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 갈무리. 군인권센터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계엄군이 투입된 방식도 비슷했다. 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보면 군은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고 적었다. 통상 계엄과 관련한 업무를 맡는 합동참모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합참의장은 북한군 도발에 대비해야 하므로 군사대비태세 유지 임무에서 자유로운 육군총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윤 대통령은 문건이 건의한 것처럼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총장(대장·육사 46기)을 임명했다.
기무사 문건은 국회 장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무사는 “현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의결 정족수 충족, 계엄 해제가 가능하다”면서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 시도 시 계엄 해제가 불가피한 바, 당정 협의를 통해 직권상정 및 표결 저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물리력으로 표결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을 포고령에 반하는 현행범 체포, 구속해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대비계획 세부자료’ 갈무리. 군인권센터 제공 |
계엄군은 국회에서 발빠르게 계엄 해제요구안을 가결시키면서 국회 장악에 실패했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준비가 잘 안된 상태에서 몇몇이 비밀리에 움직인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수방사도 저녁에 일상적 업무를 하는데 윤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한 이후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며 “그래서 (계엄에) 투입된 수방사 병력도 우왕좌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계엄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지난 2월21일 직권남용죄로 기소돼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문건 작성 실무를 맡았던 소강원 전 참모창과 기우진 전 5처장은 계엄 문건을 ‘키리졸브 훈련 2급 비밀’로 바꿔 감추려한 혐의가 인정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명태균 게이트’ 그들의 은밀한 거래, 은밀한 관계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