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2 (목)

이슈 프로야구와 KBO

프로야구 선수, 감독, 코치만 두 달간 연봉 못 받는다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2024 KBO리그 최고 연봉자였던 한화 이글스 류현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12월, 1월은 지갑이 텅 비는 시기다. 월급이 1원도 나오지 않는 달이기 때문이다. 가령 2024시즌 최고 연봉을 받았던 류현진(한화 이글스)이나 박동원(LG 트윈스)은 25억원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로 나눠 받았다. 올해 12월, 그리고 내년 1월에는 통장에 찍히는 돈이 없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비단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감독이나 코치들도 10개월만 월급을 받는다. 그들은 ‘개인 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더러 12개월에 걸쳐 연봉을 나눠주는 구단이 있었다. 하지만 퇴직금, 연금, 4대 보험 등의 문제가 불거졌고 10개월로 통일됐다. 야구가 끝나는 비시즌에는 월급을 안 주기로 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통일 계약서를 봐도 계약 기간은 2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로 명시돼 있다. 12월, 1월 단체 훈련이 금지된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일종의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된 셈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시즌(매년 4월2일~10월1일 기준) 동안만 2주에 한 번씩 주급을 받는다. 스프링캠프에서는 밀(음식·음료) 쿠폰 정도만 수령한다. 포스트시즌 때도 따로 연봉이 지급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KBO 소속의 심판위원도 원래는 선수, 코칭 스태프와 마찬가지로 10개월만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2003년 11월 지OO 심판위원이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소송을 걸었고, 법원이 노동자 신분을 인정해 지금은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 됐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백춘기 부장판사)의 판결을 보면 “지씨가 KBO와 심판위원계약 중에 자유직업 소득자라는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심판으로서 참가하는 경기 및 참가복장 등에 관해 KBO 총재의 관리 통제하에 있으며 총재의 지시에 복종해야 하는 점 등에 비춰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되어 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현재 심판위원들은 보통의 직장인처럼 12개월에 걸쳐 월급을 받는다.





다른 프로 스포츠는 어떨까. 각 사무국에 따르면, 프로축구나 프로농구, 프로배구 구단들은 모두 연봉을 12개월로 나눠 지급한다. 똑같이 ‘프로’라는 이름을 쓰지만 다른 ‘프로’인 셈이다. 계약 기간이 연 단위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프로야구 선수처럼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다.





프로농구의 경우는 야구처럼 단체훈련 금지 기간이 있다.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팀마다 사정을 고려해 60일간 쉬는 기간을 정해 한국농구연맹(KBL) 사무국에 제출한다. ‘쉴 권리’를 규약으로 보장해 준다. 물론 쉬는 기간에도 월급은 지급된다.





프로농구, 프로배구 심판들은 어떨까. 이들에게는 비시즌 기간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프로축구 심판들 또한 경기 때만 수당을 지급 받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프로야구 심판들과는 다른 처지다.





프로야구 선수 및 코칭 스태프의 10개월 연봉 지급 기준은 프로야구 출범(1982년) 때 일본프로야구(NPB)를 많이 참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프로야구 선수 통일 계약서를 살펴보면 계약 기간이 한국처럼 2월1일부터 11월30일로 명시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통일계약서에는 선수가 경기 중 사망했을 경우 법정 상속인에게 5000만엔(4억7100만원)을 주게끔 적시돼 있다. 신체 장애 정도에 따른 보상도 따로 명기돼 있다. 한국은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조항만 있고, 따로 특정 금액이 적혀 있지는 않다.





미국처럼 6개월에 나눠 주든, 한국과 일본처럼 10개월에 나눠 주든, 혹은 정규직인 프로야구 심판처럼 12개월로 나눠주든 계약한 연봉 총액은 변하지 않는다. 소속 또한 같다. 지급 방법에 맞는 계획적인 씀씀이가 필요한데, 연봉 3000만원의 최저연봉 선수들은 12월, 1월이 몹시 추운 달이 될 수 있다. KBO가 2024시즌 개막 전 발표한 10개 구단 등록 선수(559명·외국인 선수 30명 제외)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15.74%(88명)가 최저연봉(3000만원)을 받았다. 절반 이상(51.16%)은 연봉 5000만원 이하를 수령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