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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한강 “노벨문학상, 나의 좌표 알게 된 계기…계속 글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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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1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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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벨 주간’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11일(현지시각), 작가 한강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알게 된 계기” 였다며, 계속해서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란 약속을 전했다.



한강은 이날 스웨덴에서 그의 책을 출판해 온 출판사 ‘자연과 문화(Natur & Kultur)’ 강당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날(10일) 한강은 6시간 가까이 이르는 시상식과 특별 만찬에 참석해 기다리던 문학상 상장과 메달을 받은 뒤 연회를 즐겼다. 그는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 강연문을 쓰며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좌표를 알게 됐다. 내가 어디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를 파악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더 (글을) 쓸 것이다. 이제 앞으로 가게 될 방향도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펼쳐지고 있는 혼란과 맞물려 1980년 비상계엄 사태 당시의 광주를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에 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한강은 처음 자신의 작품을 접하는 독자를 위해선 1980년 비상계엄 사태의 광주를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다. 한강은 책 소년이 온다가 “광주를 이해하는 데 들어가는 진입로“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소설을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광주로 들어가는 입구의 역할 정도는 바라건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소망했다. 한강은 “이 책과 (제주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는 서로 연결돼 있다. 이렇게 연결된 소설을 쓰는 데 9년이 걸렸고, 제겐 최근에 쓴 두 작품이기도 해 이렇게 먼저 읽어주시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한강은 문학상을 수상하기까지 그의 책이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데 큰 역할을 한 번역가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나눴다. 그는 “제가 알기로 28∼29개 언어로 책들이 번역됐고, 번역가들의 수는 50명 정도로 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다”며 “그렇지만 우린 문장마다 함께 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1968년·가와바타 야스나리), 중국(2012년·모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과 관련해선 “(노벨상)이라고 해서 특별한 선정 이유가 있는 건 아닌 걸로 안다. 일단 번역이 된 작품들이 있어야 심사를 할 수 있고, (도서의) 편수가 어느정도 쌓여야 하는 것이라서 앞으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더 많이 번역되는 것이 좋다”며 “이는 상을 (받기) 위해 좋은 게 아니고,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한강은 노벨 주간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중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스웨덴 출신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동화작가에 대한 기억을 새긴 추억도 공유했다. 그는 린드그렌의 동화를 테마로 한 스톡홀름 유니바켄 어린이 박물관에서 문학상 수상 이후 “평생 무료 이용권을 주었다”며 웃기도 했다. 한강은 어릴 적 린드그렌의 동화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처음 읽었던 해를 1980년으로 착각했는데,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던 1980년 5월의 기억 때문에 그런 혼동이 생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강은 항상 자신이 던진, 인간을 향한 “질문”의 끝에 다다를 때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해왔다. 혹자는 그가 종국엔 소설을 통해 자신만의 “대답”을 찾았을지 궁금증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한강은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는 것이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어가 연결될 것이란 믿음이 없다면 (나는) 한 줄도 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의 말미에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쓰겠다. 지켜봐달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스톡홀름/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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