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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경영 마인드 있는 수장이 韓스포츠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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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이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산악 인생 60년. 클라이밍뿐만 아니라 골프, 마라톤 등을 두루 섭렵한 '만능 스포츠맨'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75)이 '한국 스포츠 수장'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한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체육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기업인이자 동시에 체육인임을 강조하면서 "경영자 마인드로 한국 스포츠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달 11일 강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42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다음달 14일 열릴 이번 체육회장 선거에는 강 회장을 비롯해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교수,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아직 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기흥 현 체육회장의 3선 연임 도전도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BYN블랙야크그룹 본사에서 만난 강 회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체육회장에 도전하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 고민을 시작했고, 10월 전국체전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서 선거 출마 의지를 확고하게 굳혔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굴지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키운 기업가다. 1973년 서울 종로5가 3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사업을 시작해 블랙야크, 나우, 힐크릭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패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해 기준 BYN블랙야크그룹의 연매출 규모는 3353억원이고 미국, 중국, 독일 등 해외 시장도 꾸준하게 개척하고 있다.

강 회장은 남다른 스포츠 사랑을 행동으로 몸소 보여주고 있는 기업가다. 골프·야구를 비롯해 클라이밍, 컬링대표팀 등 비인기 종목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1994년부터 15년 동안 대한산악연맹 부회장직을 맡았던 것을 비롯해 2017년 대한체육회 이사, 2021년 대한골프협회 이사 등을 거친 강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민선 2기 서울시체육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스포츠도 경영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년 반 동안 서울시의 스포츠 행정을 이끈 그가 체육회장에 도전하게 된 것은 체육계의 현 상황을 그저 두고 보기만 할 수 없어서였다.

강 회장은 "올해 파리올림픽이 끝나고 체육인들이 환영받지 못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국민 속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사라졌다. 전국체전 현장에서 '서울시체육회 회장이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는가'라며 많은 목소리를 들었고, 그때 체육회장에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스포츠는 각종 문제로 얼룩졌다. 체육회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각종 현안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체육회를 8년간 이끈 이기흥 회장은 채용비리, 금품수수 등 개인 비위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다. 연이은 국내 체육계 문제에 대해 강 회장은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는 체육회장을 '체육계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강 회장은 "체육계 대통령이 되면 권력자가 되는 것이고, 모든 게 권력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모든 문제에서 독선이 발생한다. 오늘날 체육계 문제는 체육회장이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서 "체육회는 정부와 각 시도 종목 단체 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체육회장은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 모든 구성원이 신뢰하는 경영 마인드와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체육회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체육회장 임기는 4년이면 충분하다. 4년 내에 성과를 내는 체육회장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투명한 시스템을 갖춘 체육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강 회장은 "체육회장이 되면 가장 먼저 투명한 전산시스템 구축부터 할 생각이다. 체육회뿐만 아니라 체육 관련 모든 구성원이 한 공간에서 예산 집행과 결산, 기획 등을 볼 수 있게 해 시스템 전체를 투명하게 하면 오해할 일도 안 생긴다. 지금껏 만연해 있던 체육계의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효율성을 갖춘 체육회 조직 운영 청사진도 제시했다. 강 회장은 1년 새 바뀐 서울시체육회 시스템을 사례로 들면서 "조직 내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강조했다. 체육회 직원이 현장의 선수와 지도자를 먼저 찾아가고 전체적인 시스템을 투명한 구조로 바꿨다. 그랬더니 1년 동안 민원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엘리트·생활체육을 애초부터 이분법적으로 나눌 게 아니라 하나로 통합해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사업운영부, 지원부 등 각 부서 안에 엘리트·생활체육이 한데 어우러지게 해야 같이 현안을 고민하고 의논할 수 있다. 스포츠 행정부터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역시 강 회장의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강 회장은 서울시체육회장을 맡기 전부터 민간 차원에서 하계올림픽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현재 서울시와 전라북도가 한국 대표 후보도시 경쟁을 펼치고 있고, 내년 2월 28일 체육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최종 후보도시 1곳을 확정한다.

강 회장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대해 "경제 선진국만 된다고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생활 속에 스포츠가 녹아야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완성된다"면서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인프라스트럭처가 좋아지고 선수 훈련 시스템도 개선되고 생활체육의 질도 향상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국 스포츠의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후보들에 비해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체육회장이 된다면 반드시 유치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평생 기업인이자 스포츠인으로, 그리고 환경운동을 하는 것을 인생의 세 가지 목적으로 삼았다. 스포츠를 통해 힘든 것을 극복하고 인생을 개척해 가는 법을 배웠다"며 스포츠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체육회장 선거의 의미로 그는 "체육계가 10년 후퇴하느냐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체육회장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병을 정확하게 알고 고쳐주는 의사처럼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회장이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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