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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의 지시에 프런트 조직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돌이켜보면 최 대표이사 부임 이후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회상이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처럼 엄청난 거금이 드는 일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선수단 전원이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둘씩 바뀌어갔다. 구단은 대표이사의 당부에 선수들이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를 고민했고, 돈을 투자해야 할 부분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선수단은 하나하나씩 더 나아지는 환경에 조금씩 자부심을 느껴갔다.
이전에는 원정 숙소에서 일정 나이 혹은 연차 이상의 베테랑들만 1인 1실을 썼다. 흔히 말하는 ‘방장’과 함께 방을 쓰는 후배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코 고는 소리 하나에 민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최 대표이사 부임 이후 모든 선수들이 1인 1실을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숙박 예산이 크게 뛰었지만 선수들의 경기력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지점이었다. 최 대표이사는 선수뿐만 아니라 프런트에게도 모두 1인 1실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어쩔 수 없이 선수들에 희생하는 위치였던 현장 프런트들의 사기도 올라갔다.
KIA 구단 관계자 A는 “대표님이 오셔서 모든 선수들에게 1인 1실을 다 해주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후배들 같은 경우는 선배들하고 같이 방을 쓰게 되면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예전 같았으면) 김도영 같은 경우도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어리니까 선배들과 방을 같이 쓰게 됐을 것이다. 그걸 다 풀어주셨다. 올해 어린 선수들이 잘한 것이 모두 다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고 잠을 잘자서 그런지 원정에서 잘했다”고 돌아봤다.
버스도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이 쓰는 버스 중 가장 좋은 프리미엄 버스로 바꿨다. 지방팀이라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KIA로서는 꽤 중요한 복지였다. 먹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A는 “음식 같은 경우도 원래도 단가가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여름 기간에는 특식을 해서 선수들이 한 달에 4~5번은 보양식 같은 것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장어·랍스터·갈비와 같은 메뉴들이 선수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실제 선수들이 올 시즌을 돌아보며 구단에 감사한 것은 거창한 지원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비교적 소소한 요소들에 감동을 느꼈다. 김태군은 “시즌중 선수단에게 선물(스텐바이미·테블릿·헤드셋)을 전달해주시고, 시즌 중에 식사할 때 회식도 아주 많이 해주셨다. 선수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 B는 “항상 대표님께서 오실 때마다 단체로 회의를 할 때 하시는 말씀이 ‘선수단이 제일 좋은 환경, 제일 좋은 조건에서 야구를 하게 해서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줘라’고 하신다. 다른 팀에 있다가 온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환경도 너무 좋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자유롭고 너무 좋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프런트와 선수들의 신뢰도 강해졌다. 때로는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프런트가 저자세로 선수들을 ‘모시는’ 일도 잦지만 KIA 내부에서는 그런 것들이 많이 사라졌다. 프런트는 선수들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선수들도 프런트나 경기 지원 요원들을 아래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B는 “단언컨대 직원들과 선수들의 관계가 KBO리그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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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를 비롯한 그룹의 의지, 구단 프런트의 헌신적인 지원,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고 최선의 경기력을 내야겠다고 다짐한 선수들이 모인 KIA는 2024년 숱한 악재를 이겨내고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의 여운은 내년 시즌이 시작되면 조금씩 사라지겠지만, 그 기반이 됐던 신뢰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지금도 프런트는 선수들에게 어떤 지원과 감동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내년 캠프에서 해야 할 일도 착착 진행 중이다. KIA는 ‘롱런’이라는 단어가 설레발이 될까 경계하지만, 적어도 그에 필요한 중요한 기반 하나는 닦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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