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이슈 NBA 미국 프로 농구

[해외 스포츠 인사이드] 모든 팀이 3점슛만 난사… NBA 보는 맛이 안 나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진감 떨어뜨리는 NBA ‘양궁 농구’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테픈 커리(36·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NBA(미프로농구) 패러다임을 바꾼 선수로 통한다. 3점슛을 공포의 무기로 앞세우며 리그를 지배했다. 커리가 3점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홈구장 체이스 센터는 엄청난 환호성이 물결친다. 커리는 2015-2016시즌 402개 3점슛을 성공시키며 자신 종전 최다 기록(286개)을 넘어섰다. 워리어스는 커리와 클레이 톰프슨(34·현 댈러스 매버릭스), 이른바 ‘스플래시 브러더스’를 중심으로 3점슛 폭격을 상대에 퍼부으며 4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워리어스가 3점슛을 중심에 두고 전술을 짜 성공을 거두자 다른 팀들도 다들 따라 하기 시작했다. 림 근처에서 공방을 다투다 몸싸움을 벌여 점수를 따내기보단 먼 거리 3점슛으로 점수를 쉽게 따려는 흐름이 나타났다. 3점슛은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한 번 성공하면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상대 수비를 골밑에서 외곽으로 끌고 나올 수 있게 되면서 다른 경로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다.

NBA 리그 3점슛 시도는 커리가 본격 활약하기 직전인 2012-13시즌 경기당 20개였지만 ‘커리 혁명’ 이후엔 2018-19시즌 32개로 늘었다. 이번 시즌엔 37.5개까지 상승했다. NBA 대표 스타 중 하나인 케빈 듀랜트(36·피닉스 선스)는 경기당 3점슛 시도를 2008~2013년 평균 4.4개에서 2013~2018년 5.9개까지 늘렸다. 르브론 제임스(40·LA 레이커스)도 같은 기간 3.8개에서 4.4개로 3점슛을 많이 던졌다. 듀랜트와 르브론처럼 장신에 전투적인 포워드 선수들까지 3점슛 비율을 늘리자 센터 칼앤서니 타운스(29·뉴욕 닉스)도 이젠 경기당 평균 4.4개 3점슛을 쏜다. 코트 위 모든 선수들에게 3점슛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데이미언 릴러드(34·밀워키 벅스), 트레이 영(26·애틀랜타 호크스)처럼 뛰어난 3점슛 능력을 장착한 선수들도 더 많은 3점슛과 더 먼 거리에서 3점슛을 시도했다. 이런 3점슛 중심 농구를 ‘양궁 농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곽에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듯 공을 던지고, 그 슛이 림을 가르는 모습이 양궁과도 비슷하단 의미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그런데 반작용도 생긴다. 지난 16일 워리어스와 매버릭스는 도합 48개 3점슛을 성공시켰다. NBA 역사상 한 경기 최다 3점슛 성공 기록. 워리어스는 54번 3점슛을 시도(27개 성공)했고, 매버릭스 역시 41번(21개 성공) 3점슛을 던졌다. 하지만 이런 기록과 별도로 불만도 적지 않았다. 경기 내내 3점슛을 던지다 말다 단조로운 공격 유형만 반복됐고, 5명 선수들이 코트 전역을 누비는 다채로운 공수 대결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NBA 대선배 샤킬 오닐(52·은퇴)은 최근 “모든 팀이 똑같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이제 농구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잃었다. 모두가 3점슛 라인 뒤에서 드리블하고 스텝백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농구가 보여준 중장거리 슛과 포스트 플레이 등이 안 보인단 얘기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외신에 따르면 NBA 시청률은 지난 22일까지 지난해 대비 28% 감소했으며 2012년과 비교하면 4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3점슛만 쏘는 경기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팬들 흥미를 잃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농구의 매력 중 하나였던 아기자기한 팀 플레이와 전술적인 득점 방식은 사라지고, 3점슛만 난무하는 경기 흐름이 긴장감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 칼(73) 전 NBA 감독은 “NBA는 귀를 기울이고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3점슛이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면 큰 감동을 주지만, 현재 선수들은 1쿼터부터 마치 3점슛 콘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난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긴장감과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기 하락 요인은 사실 더 있다. 애덤 실버 NBA 총재는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와 미국 대선이라는 대규모 이벤트와 경쟁해야 했다”고 했다. 지나치게 많은 경기 수(팀당 82경기)도 지목된다. 체력 관리나 부상 등 문제가 많아졌다. 리그를 대표하는 거물급 스타들 노쇠화도 걸림돌이다. NBA는 르브론과 커리 이후 인기를 끌 새로운 스타를 찾지 못했다. 니콜라 요키치(29·너기츠), 루카 돈치치(25·매버릭스), 자 머랜트(25·멤피스 그리즐리스), 빅토르 웸바냐마(20·샌안토니오 스퍼스) 같은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지만, 리그 전체를 이끌 만한 강력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양승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