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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트럼프 취임 전부터 폭주… 美 의회가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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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5Q] 가까스로 예산안 통과… 셧다운 모면 의미는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왼쪽부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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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21일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미 연방 정부의 ‘셧다운’(연방 예산 집행 정지) 사태를 가까스로 막았다. 전날 하원이 임시 예산안을 가결시킨 데 이어 상원이 이날 새벽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 법안에 서명했다. 20일이 처리 시한이었던 이번 임시 예산안은 애초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새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반대하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 약 사흘 동안 벌어진 이번 소동은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을 앞둔 트럼프와 최측근 머스크의 정치적 위상,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공화당 의원들의 태도를 보여준 트럼프 2기의 ‘예고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이번 사태가 미 정치에 대해 무엇을 시사할까. 다섯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왜 이런 소동이 발생했나

원칙적으로 미 정부는 연간 예산안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매년 10월 1일 전에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여야의 의견 차이로 기한을 지키는 경우가 드물다. 올해도 시한을 지키지 못한다고 보고, 미 의회는 지난 9월 1차로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때 통과된 임시 예산안이 20일 만료돼 의회는 새로운 임시 예산안에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화당·민주당은 지난 18일 임시 예산안에 대해 합의를 했고 표결만 남겨뒀다. 그런데 이 예산안에 트럼프와 머스크가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차질이 생겼다. 트럼프는 예산안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고 머스크는 18일 하루에만 X에 150여 개의 글을 올리며 트럼프를 ‘지원 사격’했다. 취임까지 한 달 남은 트럼프와 그의 최측근 머스크가 격렬하게 반대하자 공화당 지도부가 민주당과의 합의를 뒤집고 새 예산안을 제안했다.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이런 공화당 지도부에 반발하며 혼란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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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Q2. 취임 전인 트럼프가 왜 벌써 난리인가

미국은 연방 법으로 부채 한도를 정해두고, 이를 늘리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도록 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취지다. 미국의 부채는 계속 늘어나 때때로 한도를 늘려야 하는데 그때마다 의회에서 진통을 겪는 일이 잦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정부도 부채 한도가 다 차서 위기를 맞았고, 당시 의회가 합의해 부채 한도 적용을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를 한 셈으로, 트럼프 입장에선 대통령이 되자마자 부채 한도 증액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와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기(2017~2021년) 때도 부채 한도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는 트럼프는 의회가 이번에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부채 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라고 압박했다.

◇Q3. 결국 통과된 예산안은 무엇인가

트럼프의 ‘특명’을 받은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공화당)은 민주당과의 합의를 깨고 부랴부랴 ‘2년간 부채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임시 예산안 패키지에 포함시켰다. 19일 표결에 부친 이 예산안은 부결됐다. 민주당이 존슨이 성급히 마련한 예산안을 “웃기는 제안”(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이라고 비난했고,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과도한 재정 지출을 유발한다며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219명, 표결 참여 209명) 38명이 이탈하면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했던 예산안은 찬성 174 대 반대 235로 부결됐다. 이후 공화당은 문제가 된 부채 한도 적용 유예와 관련한 내용을 전부 뺀 예산안을 다시 상정했고, 결국 셧다운 직전에 예산안이 통과(찬성 366 , 반대 34, 기권 1)됐다.

◇Q4. 트럼프의 뜻이 관철되지 못한 이유는

공화당 의원 중 상당수가 반대하면서 공화당 원내 지도부도 트럼프만 보고 급조한 예산안을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예산안 통과 시한을 넘겨 셧다운이 발생하고 국정 운영에 혼란이 초래되면 공화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 중 상당수는 공화당 내 정통 보수파 의원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다. 이들은 연방 정부의 지출 삭감, 정부 규모 축소 등 공화당의 오랜 원칙인 ‘작은 정부’를 내세운다. 이들은 부채 한도를 상향하거나 폐지할 경우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준다며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최종 통과된 예산안엔 기존에 양당이 합의한 내용이 대부분 반영됐고, 100억달러 규모의 농민 지원금 정도만 추가됐다.

◇Q5. 이번 사건이 왜 중요한가

이번 사건은 현재 공화당이 트럼프와 머스크에게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존슨은 예산안 통과 후 기자들에게 “머스크와 한 시간 전쯤 통화했다. 나는 그에게 ‘하원 의장 해보실래요?’라고 제안했고 머스크는 ‘글쎄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일 것 같네요’라고 하더라”고 했다. 농담 섞인 자조적 발언이었지만, 미 정치권에선 머스크의 영향력이 의회를 이런 혼돈에 빠뜨릴 정도로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공화당 의원 수십 명이 트럼프·머스크의 노골적 압박에도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공화당의 일부 소신파 의원들이 트럼프의 ‘폭주’를 견제할 ‘제동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지난달 총선에서도 하원 다수당을 유지했지만, 민주당과의 의석 차는 9석에서 5석으로 오히려 줄었다. 트럼프의 극단적 정책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정책에 따라 때때로 민주당에 동조한다면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미 하원 의장, 상원 의장

미국 하원 의장은 하원 의원 435명이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정한다. 헌법엔 하원 의장이 반드시 하원 의원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하원 의원이 아니어도 의장은 맡을 수 있다. 다만 그런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하원 의장은 대통령 유고 시 계승 순위가 부통령 바로 다음이어서 입법부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으로 평가된다. 상원 의장의 경우 헌법에 따라 현직 부통령이 맡는다. 하원과 달리 짝수(100명)인 상원에선 표결이 50대50으로 동률일 때 상원 의장이자 부통령이 표를 행사해 결과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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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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