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과거 반환한 세계 3대 운하,
통행료·중국 영향 지적 계속 비판…
파나마 대통령 "영토주권 타협불가"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 운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올린 사진 /사진=트럼프 당선인 트루스소셜 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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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교역량 4~5%를 책임지며 세계 3대 운하로 분류되는 파나마 운하가 내년 1월 출범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파나마 간 외교 분쟁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캐나다를 향해 "51번째 주"라며 공격한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를 겨냥해선 '운하 통제권 반환'까지 요구할 태세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독립한 파나마는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으로, 당선인의 주장에 파나마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BC·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물에 이어 이날 애리조나주 지지자 연설까지 연일 파나마 운하 통행료가 비싸다고 지적하며 파나마 정부를 향한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 예고'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이 다른 곳에서 당하는 것처럼 파나마 운하에서도 당하고 있다. 파나마가 부과하는 수수료는 터무니없고 매우 불공평하다"며 파나마 정부가 운하 통행료를 인하하지 않으면 운하 통제권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파나마 운하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경고하며 "운하가 잘못된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4년 파나마 운하 사용 상위 5위 국가 /자료·사진=파나마 운하 당국·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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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파마나 운하 운영과 관련됐고 운하 통행료 일부가 중국의 수익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CNBC는 "중국은 파나마 운하를 관리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홍콩에 본사를 둔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오랫동안 운하 끝에 있는 두 개의 항구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14년 미국은 상업 및 군용 선박의 통행을 위해 파나마 운하를 건설했고, 1977년 운하 통제권을 파나마 정부에 양도한다는 내용이 담긴 '토리호스-카터 조약'을 체결했다. 조약 체결에 따라 파나마는 1999년 12월31일부터 운하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게 됐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의 최대 이용국이고, 운하 통행료 수익은 파나마 헌법에 따라 파나마 정부 수입에 포함된다. 파나마 운하 통행료는 파나마 정부 연간 수입의 20%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25억달러(약 3조6215억원)의 자금이 운하 통행료로 국가 재정에 포함됐다.
외신은 "미국 지도자가 주권을 가진 국가에 영토를 넘기라고 강요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이는 차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동맹국에 대한 위협 등의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처럼 국익을 이유로 집권 2기에도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 위협되는 행보에 나서 미국의 동맹 관계가 크게 흔들릴 거란 지적이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루스소셜 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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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내부에서는 이미 반발 기류가 형성됐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22일 X에 올린 대국민 연설에서 "파나마의 영토 주권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의 모든 1㎡ 땅은 파나마 일부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반발했다. 파나마 최대 야당인 민주혁명당(PRD)과 무소속 연합 의원들도 X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자 "우리 민족의 기억과 투쟁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파나마와 외교 분쟁 우려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넘기지 않겠다 물리노 대통령의 연설을 공유하며 "그건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또 미국 국기가 있는 파나마 운하 사진을 올리며 "미국 운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남겼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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