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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안세영이 파리에서 던진 파동, 부동의 한국 체육계 흔들었다 [연말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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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서 28년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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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안세영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육계에 산적해있던 모든 이슈가 안세영의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터져나왔다.

지난 8월 5일(이하 한국시간)은 한국 배드민턴사에 역사적인 날이었다. 안세영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를 꺾고 세계 정상에 오른 날이기 때문이다.

안세영이 당시 목에 건 금메달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방수현이 딴 단식전 금메달 이후 28년 만에 한국이 캐온 금맥이었다. 직전 한국의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 기록은 2008 베이징 대회 당시 이용대-이효졍이 따온 혼성복식 금메달이 마지막이었다. 안세영 본인 역시 2020 도쿄 올림픽 8강 탈락의 고배를 극복하고 따낸 첫 올림픽 금메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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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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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의 올림픽 금메달, 그러나...
안세영이 반등하기까진 다소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식전 결승을 치를 당시 안세영의 무릎은 심한 부상을 입었다. 안세영은 당시 경기 도중 무릎 힘줄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지만 끝까지 뛰었고 투혼정신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귀국한 안세영은 10월 초진 당시 약 2주 가량의 재활 판정을 받으며 해당 부상을 경증인줄 알고 지냈다. 그러나 재검진을 거친 결과 그보다 훨씬 더 심한 수준의 부상임이 드러났다.

회복하는 동안 안세영은 크고 작은 기복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1월 열린 말레이시아 오픈에서는 다이쯔잉(대만)을 꺾고 우승했지만 5일 후 인도 오픈에서는 8강에 그쳤고, 3월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자마자 일주일 뒤 전영오픈 준결승 탈락에 그치는 등 능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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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안세영의 부상입은 다리에 붕대가 감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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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회 전국체전에 나선 안세영의 무릎에 보호테이프가 감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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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량을 무릎 부상과 싸웠던 안세영은 지난 8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완전히 컨디션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압도적으로 결승까지 올랐다. 이후 허빙자오를 꺾고 28년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안세영은 이 기쁨을 온전히 만끽하지 않았다. 우승 후 믹스트존에 선 안세영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폭로로 파리를 울렸다.

그는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나을 수 없었다"며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은 실망을 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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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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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처럼 터진 체육계 비리
안세영의 발언은 배드민턴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체육계 전반을 흔들었다. 폭로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도사리고 있던 모든 부조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던 것이다. 배드민턴협회는 김택규 회장을 중심으로 각종 페이백 의혹, 배임과 행정적 부조리 의혹으로 정부 차원의 조사를 받았다.

그 외에도 신명주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올림픽 기간 중 임금 체불 관련 신고로 인해 사임하는 이슈 등이 줄을 이었다. 문제 한 가운데 있는 대한체육회는 책임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대한체육회의 '구식 가치관 논란'은 안세영의 폭로 이전부터 눈총을 받았다. 그리고 폭로 직후에는 두 배로 불어난 여론의 뭇매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갈등은 파리 올림픽 이전부터 지속되어왔다. 이기흥 회장은 '원팀'을 만들겠다는 명목 하에 국가대표팀 선수 400명을 모아 해병대 훈련을 강행했는데,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자 "해병대 훈련 덕분"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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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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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 장관은 이와 같은 방식의 훈련을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체육계에 부동으로 뿌리내리고 있던 수직적인 문화, 갑질, 폭력, 구식적인 발상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특히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직전인 7월, 체육단체장 연임을 제한한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고 유 장관은 이에 대해 승인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이기흥 회장의 3연임을 막겠다는 의미였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선수단 귀국 당시 해단식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문체부와의 극렬한 갈등 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가 울산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빼와 대표팀에 선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축구계를 크게 출렁였던 이 사건은 안세영의 폭로를 기폭제 삼아 체육계 전반으로 퍼졌다. 여야가 합심해 '체육계 비리 때리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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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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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흔든 체육단체 중 굵직한 존재감의 세 군데는 이권 교체 갈림길에 서있다.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모두 연임에 도전할 예정인 가운데 새로운 주자들이 나서 기존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이를 막으려 '후보 단일화'를 목청껏 외치는 상황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회장이 다 출마하더라도 선거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며 "이번에는 추대 형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자정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문체부가 체육 정책 개혁 방안을 많이 준비했다. 선거 결과를 보고 체육 정책과 관련해 내년 1월 중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리겠다"고 전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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