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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홍명보 선임 논란, 안세영 작심 폭로…경기장 밖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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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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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드라마다! 올해도 다양한 종목에서 ‘희로애락’의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한겨레 스포츠팀이 ‘픽’한 올해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축구판의 뜨거운 ‘이슈’ 홍명보 대표팀 감독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축구계 이슈의 중심에 섰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를 거쳐 추천 1순위 후보로 대표팀 감독이 됐지만, 이후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가 주도한 여론의 반발에 부닥쳤다. 미디어 빅데이터 업체인 썸트렌드에서 7월4일~10월31일 ‘홍명보’를 키워드로 입력해 유튜브 정보를 검색하면, 이 기간 유튜브 프로그램은 4729개가 제작됐고 조회 수는 1억8469만회, 댓글은 64만1천여개가 작성된 것으로 나온다. 여타 스포츠와 달리 국민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축구의 폭발력을 확인할 수 있다.



홍 감독은 “1순위 후보가 아니었다면 감독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의 망신주기 청문회와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가 이어지면서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9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예선 B조 첫 경기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를 포함해 4승2무 행진으로 팀을 조 1위에 올리며 위기를 돌파했다. 대학 4학년 진학을 앞두고 태극마크를 달았던 홍명보 감독은 ‘골 넣은 수비수’ ‘리베로’라는 새로운 전형을 창조했다. 홍 감독이 올해 생산된 부정적인 유튜브 ‘버즈’를 내년에는 긍정적인 이야기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창금 선임기자]





한겨레

야구 노경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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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소나무’ 같던 노경은





프로야구는 올 시즌 처음 1000만 관중을 넘어섰다. ‘도영아, 너 땀시 살어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리그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지만, 노경은(SSG 랜더스)을 꼽고 싶다. 1984년생인 노경은은 올해 불혹의 나이에 최고령 홀드왕이 됐다. 77경기에 등판해 38홀드(8승 5패) 평균자책점 2.90의 성적을 냈다. 이전 최고령 홀드 1위 기록은 2007년 류택현(당시 LG)이 갖고 있었다. 당시 36살이었다.



노경은의 야구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2003년 두산 베어스에 1차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는데 2016년 5월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2018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으나, 불러주는 팀이 없어서 2019년을 ‘무적 신분’으로 보냈다. 2020년 롯데로 다시 돌아왔지만 2021시즌 뒤 방출됐다. 결국 입단 테스트를 통해 에스에스지 유니폼을 입었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40대에 리그 타이틀 홀더가 되기는 쉽지 않은데 그는 해냈다. 노경은은 시즌 뒤 에스에스지와 2+1년, 총액 25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13억원· 옵션 9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43살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가히 40대의 희망이지 않은가. [김양희 기자]





한겨레

배구 김연경. 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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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을 대신할 ‘포스트 김연경’은 없다





“리그 최고의 천재” “흥국생명의 구심점” “300년에 한 번 나올 선수”



한국 배구 역사상 가장 많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김연경(36·흥국생명)은 이제 곧 37살이 된다. 지난 6월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그는 “감독님이 제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나이다” 등의 발언을 입 밖에 내며 체력적인 한계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역시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떠오르지만, 코트에서의 김연경은 여전히 월등하고 압도적이다. 이번 시즌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득점력과 수비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다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쇼맨십은 더욱 강력해졌다. 2024∼2025 V리그 여자부 득점과 공격종합 부문 상위 10명의 선수 중 1980년대 생은 김연경이 유일하다. 가장 나이가 어린 메렐린 니콜로바(21·한국도로공사)와 무려 15살 차이가 난다.



배구계는 수년 전부터 ‘포스트 김연경’이 탄생하길 바라고 있지만, 이쯤 되면 인정해야 한다. 김연경을 대신할 ‘포스트 김연경’은 없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의 우승만을 바라보며 은퇴를 미루고 있다. 이번 시즌, 우승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채울 수 있을까.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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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최준용. 한국농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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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가 재미있다! 최준용이 있으니까!





농구 보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선수. 부산 케이씨씨(KCCC) 최준용이다. 농구 선수가 농구를 잘하니 그가 코트에 서는 날에는 경기가 재미있다. 포지션은 포워드인데 슈터인지, 가드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멀티 플레이어다. 지난 10일에는 자신의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42점)도 기록했다. 슛? 패스? 최준용이 오늘은 어떤 것에서 활약해줄까, 기대하게 한다.



잘하는 선수는 많지만 그는 경기를 재미있게 한다. 수비수를 속이는 ‘노 룩 패스’ 폼은 우리나라 농구 선수 중 1등이다. 득점에 성공하면 기쁨의 세리모니를 하고, 실패하면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한다. 그 감정이 관중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경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쇼맨십이 있다.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재미있다.



코트 밖에서는 솔직한 입담으로 농구팬을 즐겁게 한다. 노 룩 패스를 칭찬하면 “제가 미국 농구를 많이 봐서 허세가 있다”는 농을 던지고, 최대 득점을 기록해도 “스쳐 지나가는 경기 중 하나일 뿐”이라는 낯간지러운 ‘명언’을 남긴다. 때론 자신감이 넘쳐서 돌발 발언으로 상대 팀을 자극하지만, ‘얌전한’ 농구 코트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이런 선수가 한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그는 시즌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케이씨씨”를 우승팀으로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있으니까!” 최준용이 있으니까 2024~2025 프로농구는 앞으로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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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안세영.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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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안세영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제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은 실망을 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8월5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28년 만에 해당 종목에서 금빛 스매시를 날리며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썼지만, 그는 감격의 눈물 대신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실한 선수 관리 시스템을 폭로하며 한국 체육계를 뒤흔들었다. 1년간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견뎌온 그는 “분노가 내 원동력이었다”며 배드민턴계에 스며든 각종 부조리를 공론화했다.



안세영의 폭로가 낳은 나비 효과는 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림픽이 끝난 뒤 배드민턴협회 감사에 착수했고, 협회에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에 대한 선수 결정권 존중 등의 시정명령 조처를 내렸다. 또 국가대표 선수의 복종을 규정한 협회 조항도 즉시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은 후원 물품 횡령·배임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배드민턴을 넘어 체육계 부조리에 경종을 울린 안세영은 최근 세계배드민턴연맹과 인터뷰에서 “(폭로를)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 지든 이기든 (같은) 말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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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김황태. 파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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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없이 센강 헤엄친 김황태





김황태는 2000년 8월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가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을 잃었다. 1년간 절망 속에 살다가 다양한 운동으로 삶의 희망을 찾았다. 패럴림픽 출전을 목표로 육상, 노르딕스키, 태권도 등에 도전했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이후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전향했다. 장애인 트라이애슬론은 수영(750m), 사이클(20㎞), 달리기(5㎞) 코스 합산 기록으로 최종 순위를 정한다. 가까스로 파리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 장애인 선수 최초의 수확이었다.



2024 파리패럴림픽. 김황태는 두 팔 없이 유속이 빠른 센강을 허리와 다리 힘으로 헤엄쳐 건넜다. “살아남는 게 목표였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싸움이었다. 그다음은 사이클을 탔는데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애를 먹었다. 의수를 사이클에 고정해서 타는데 대회 전 고장까지 났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1시간24분01초로 10위를 했다. 참가 선수 중 두 팔이 없는 이는 그가 유일했다. 김황태의 곁에는 아내 김진희 씨가 있었다. 코스를 완주한 뒤 둘은 눈물을 훔쳤다. 김황태의 말은 이랬다. “나는 한국인 최초로 센강에서 헤엄쳤다. 나를 보면서 많은 선수가 도전했으면 한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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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 장현진. 슈퍼레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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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모터스포츠 장현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드라이버 장현진(48)이 보여줬다. 올해 모터스포츠계는 40대 드라이버들이 활약했는데 그 중심에 장현진이 있다. 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2024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상위 경기인 ‘슈퍼 6000 클래스’에서 48살 나이에 우승했다. 모터스포츠는 다른 분야에 견줘 나이 영향을 덜 받지만, 지난 시즌 2000년대 생 챔피언이 탄생한 것에 견주면 큰 변화다.



장현진은 2006년 데뷔 이후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슈퍼 6000 클래스’ 트로피는 없었다. 18년 세월 동안 꾸준히 노력해서 얻은 성과다. 모터스포츠 챔피언은 주행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엔지니어와 호흡이 맞아야 하고 차와 궁합도 맞아야 한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앞 차 추월 여부 등 판단해야 할 것이 많다. 이를 위해서 그는 100가지가 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꾸준히 공부했다.



그 노력 끝에 그는 최근 또 한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19일 자동차경주 부문 최고 권위 시상식인 ‘카파 프라이즈 기빙’에서 올해의 드라이버상을 받았다. “환갑까지 뛰고 싶다”는 그의 열정은 2025년을 맞는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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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신진서.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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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지능’ 신진서의 농심배 6연승 역전 우승





세계 정상권의 한국바둑의 위상은 몇몇 뛰어난 기재에 의존한다. 조훈현의 사상 첫 응씨배 우승, 중국에도 유명한 ‘돌부처’ 이창호의 반집 계산, 알파고와 일전을 펼친 이세돌의 1승 등은 한국 바둑의 힘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신진서가 일기당천의 천재 계보를 이으며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신진서의 행보는 더 경이롭다. 올해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배대회에서는 중국의 셰얼하오, 일본의 이야마 유타에 이어 자오천위, 커제, 딩하오 등 중국 간판 기사들을 제압하고 6연승 역전 우승을 일궜다. 이창호의 5연승 우승(2005년)의 기록을 뛰어넘어 새 지평을 열었다. 인간계에서는 바둑의 급수를 최고 9단까지 정해 놓았지만, 신진서의 기력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연간 100판 안팎의 고난도 대국에서 흐트러짐 없이 번뜩이는 두뇌 움직임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그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인격의 그릇은 더 크다. 바둑을 위해서라면 발벗고 나서고, 주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미의 깊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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