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2 (목)

'서울 올림픽 여자하키 은메달' 박순자 씨,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하늘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1988 서울 올림픽 여자하키 은메달리스트 박순자(58) 씨 4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1월 30일 경희대학교 병원에서 박순자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30 밝혔다.

박 씨는 9월부터 두통으로 치료를 받던 와중에 11월 21일 저녁 집 근처 수영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생전에 기증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겼기에 가족들은 박 씨의 뜻을 지켜주고자 뇌사장기기증에 동의해 심장과 폐장(다장기 동시 이식),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박 씨는 기증이 적어 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TV 방송을 본 후, 내가 죽게 된다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하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가족들은 박 씨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을 보며, 생명나눔을 실천하고자 했던 박 씨의 의지를 따르고자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보이면 먼저 다가가 어려움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박 씨는 중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활약하다 고등학교 때 여자하키로 전향하여 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와 88년 서울 올림픽 여자하키팀 은메달리스트가 되었다. 최근까지도 매주 등산을 다녔고, 수영과 마라톤, 사이클도 즐겨하여 2024년 한강 철인3종경기와 서울평화마라톤 10km도 완주했다.

박 씨는 여자하키 국가대표 은퇴 후 생활가전 유지보수 팀장으로 근무했다. 퇴직을 준비하며 건강한 신체로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 또한, 매월 불우이웃 후원을 해왔으며 봉사와 나눔에도 꾸준한 활동을 하였다.

박 씨의 아들 김태호 씨는 "엄마. 나 키우느라 고생 많았고, 아들 취업했다고 같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함께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한 것이 너무 아쉬워요. 엄마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줬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해요. 엄마 많이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널리 알린 여자하키 국가대표이자, 삶의 끝에 4명의 생명을 살린 영웅 기증자 박순자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러한 기증자의 따뜻한 마음이 연말 사회 곳곳에 따뜻한 온기로 퍼져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