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4 (토)

[이성필의 언중유향]'축구 대권'의 해, 당신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누구에게 던질 것인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그러니까 현대가(家)가…."

지난해 11월 말, 1994 미국 월드컵을 이끌었고 수원 삼성 감독, 대전 하나시티즌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한국 축구의 어른 중 한 명인 김호 전 대표에게 당시 심각하게 돌아가던 한국 축구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김 전 대표는 올드팬들에게는 미국 월드컵에서 아깝게 16강에 가지 못했던 지도자로 각인되어 있지만, 젊은 팬들에게는 과거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전을 망친 축구 행정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 축구에는 어른이 없다'는 지적에서 김 전 대표 역시 자유롭지 않지만, 적어도 '축구 야당'으로 쓴소리는 지속해 쏟아내 왔다. 김 전 대표에게 정몽규 전 에 대한 의견을 구하자 "현대가가 너무 오래 했습니다. 그래도 정몽준 전 회장은 비판 받아도 나름대로 소신 있게 해왔지만, 정몽규 회장은 뭡니까. 이런식으로 햅회(협회)를 이끌면 안됩니다"라는 말을 꺼냈다.

회고록을 준비 중이라는 김 전 대표는 연신 "한국 축구가 이래 가서는 안 됩니다.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저도 죄인입니다"라면서도 "현대가가 오래 맡으면서 다들 거기에 취해 있습니다. 그리고 정 회장은 하려면 확실하게 가야죠.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아요. 햅회 직원들이 회장의 중심 없음을 이용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지적했다.

더 많은 말을 쏟아냈지만, 자신은 말하기에는 신분이나 위치도 아니라며 그저 누구든 잘 중심을 잡아서 축구 행정을 끌고 가기를 바랐다.

다른 축구 원로는 익명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정 회장이 계획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는 그를 보좌하는 행정 하는 사람들이다. 회장의 생각을 엉뚱하게 해석해서 방향을 이상하게 끌고 가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라며 고위직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쐈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축구협회 조직 쇄신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역임했던 김정배 씨를 상근 부회장에 선임했다. 그는 홍보국을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등 조직 개편으로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중과는 거리가 먼 협회의 일방 논리만 뿜었다. 기자는 김 부회장의 취임 기자회견 당시 "조직 진단을 해보고 어떻게 바꿀 의향이 있나"라고 질문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공무원 출신답게 확답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조직은 무생물이 됐다. 일 잘하던 인재들은 사직하거나 휴직하고 엉뚱한 부서로 배치됐다.

김 부회장이 정 회장에게 직언했다면, 적어도 황당하거나 비합리적인 선택은 막았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지 오래됐다. 오히려 그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으로 기자들이 최고로 바쁜 기간, 타 언론사 기자에게 조롱성 메일을 보내 '직의 가벼움'을 보여줬다. 협회의 문제를 지적한 기사에 힐난은 대단했다. 정신없이 바빴던 올림픽 기간이 아니었다면 기자단 차원에서 사과 요구를 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정 전 회장의 용인술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대혼란의 상황에서 오는 8일 제55대 회장 선거가 열린다. 정 전 회장과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모두 후보 등록을 마쳐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변수라면 허 전 이사장이 서울중앙지법에 선거 금지 가처분 신정을 냈다. 선거 일정과 선거인단도 모르는 상태라 불공정,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가처분 인용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공정'과 '투명'의 훼손으로 축구협회는 또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짜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과도 마주하게 된다.

각자가 가진 장, 단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세 명 모두 신선함이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터, 결국은 정책 전쟁으로 승부해야 한다. 선거 전까지 토론회가 있다면 응해서 치열하게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말투가 어눌하건, 달변이건 상관없다.

정 전 회장은 4선 도전을 선언했고 당선된다면 문체부와 자신을 둘러싼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동시에 조직 쇄신을 외쳤으니 전문 경영인 등 세일즈에 능한 행정가를 영입할 필요도 있다. 경력 쌓기용 보신자는 필요 없다.

허 전 이사장이 될 경우 축협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맞서야 한다. 이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와 파주 전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 투트랙을 꺼냈다가 '충청권' 축구인의 반발을 샀다. 그나마 선수 발굴 능력이 있고 유럽에 축구협회 분소 등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적어도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고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말로 잘하는 것을 실제 정책으로 이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지적을 돌파해야 한다. 현장의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는 알지만, 너무 길어 핵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들려온다.

세 명 모두 축구 외교 능력도 보여야 한다. 현대 축구에서 회장은 국제적인 감각도 있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정 전 회장은 오래 외교를 독점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와 우호를 잘 쌓았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아시아 몫의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선거 낙선이 정확히 증명해줬다. 허 전 이사장이나 신 교수는 더 아리송이다. 보여준 외교력이 없기 때문이다.

투표는 각급 시도축구협회장, 산하 연맹 단체장과 지도자, 선수, 심판 등 직군 대표들이 한다. 이들이 축구계를 바라보는 '국민감정'을 반영해 표를 행사할 것인지, 축구계 안에 갇혀 던질지는 알기 어렵다. 전지훈련을 떠난 지도자, 선수들이 투표장인 축구회관에 와서 한 표를 행사하고 가는, 잠시지만 비용을 들여서라도 와서 표의 가치를 보여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난해 내내 축구협회를 향해, 정 전 회장에게 쏟아진 비판을 투표권자가 모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 전까지 축구 팬들은 이들에게 여론을 계속 보여주며 팬의 권리를 최대한 행사하면 된다. 일반 대선, 총선, 지선에서 시민운동계가 많이 했던 낙천, 낙선 운동 등을 합법적으로 하면 된다. "누구는 뽑지 말아달라", '누구는 뭐가 문제다", "지금이라도 후보에서 물러나라"라고 외치는 것이다.

투표권을 가진 지도자, 선수, 심판을 누군지 알기 어렵다면 확실하게 아는 산하 단체장들을 향해 팬심을 행사하는 것이다. 축구계 수장을 뽑는 선거지만, 대표팀 경기마다 국민적 관심을 받고 먹는 축구협회라는 것도 한 번 정도는 생각하며 표를 던져야 하는 대의원들이다.

사분오열된 한국 축구계는 화합이 필요하다. 선수 개개인을 응원하고 행정은 비판한 팬들의 마음도 돌려세워야 한다. 지역 축구협회가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큰 축구협회의 비중 축소라는 결단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의 축구협회는 지역 협회가 훨씬 더 튼튼하게 굴러간다. 현재의 축구협회는 너무 과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

'빛 좋은 개살구'라고 300만 관중이 돌파했다고 좋아했던 한국프로축구연맹만 보더라도 권오갑 총재의 단독 입후보로 연임이 확정적이다. 상업적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프로'의 행정 수장을 제3자가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냉정한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축구협회만 수장만 경쟁하지 말고 바로 아래 프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드는 긴장과 경쟁, 협력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과연, 축구협회의 다음 4년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확실한 것은 쉬운 출발은 없을 것이라는 점, 냉소적 시선과 싸워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