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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비활동기간이다. 구단에서 월급이 안 나온다.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을 해야 한다. 연봉이 높은 선수들, 돈이 많은 선수들은 그렇게 큰 상관이 없다.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해외에 나가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껏 지출할 수 있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훈련 효과를 보려면 못해도 한 달은 밖에 있어야 하는데 체류비가 만만치 않다.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선수협 차원에서 저연차·저연봉 선수들의 오프시즌 훈련 여건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만 모든 것을 바꾸기는 어렵다.
그럴 때 선배들이 ‘천사’로 등장한다. 뜻이 맞는 후배 선수들을 데리고 나간다. 4~5명이 모이면 ‘미니 캠프’다. 이때 주최자로 나선 선배가 후배들의 체류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인원에 따라 집을 두 채 이상 빌려야 할 때도 있고, 식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팀 성적을 생각하는 선배 선수들은 지갑을 연다. 야구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결국 팀이 강해져야 한다. 베테랑일수록 이 평범한 진리를 너무 잘 안다.
한화는 류현진(38)이 나섰다. 최근 팀 후배들을 데리고 한국보다 따뜻한 일본 오키나와를 찾았다. 괌이나 남반구처럼 더운 것은 아니지만, 아직 전력투구를 할 때가 아니기에 오키나와 정도의 기온만 되도 충분하다는 게 경험자들의 이야기다. 어쩌다보니 인원이 대규모다. 항상 단짝 같은 친분을 이어왔던 장민재가 다시 류현진을 따라 나선 가운데, 박상원 이민우 김범수 장지수 황준서가 류현진과 비행기를 탔다. 장세홍 코치가 선수들의 몸을 유심히 살피는 가운데 5일에는 주현상도 합류한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에도 한화 선수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시즌이 끝나면 귀국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1월부터는 자신의 루틴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그리고 2월 중순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에 맞춰 출국하는 게 류현진의 일상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내 훈련은 한화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광경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꽤 규모가 크다. 한화 마운드의 핵심들이 상당 부분 류현진과 동행했다. 이번 미니 캠프도 류현진이 후배들의 체류비를 흔쾌히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테랑이 해야 할 일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한화가 류현진에게 8년 총액 170억 원을 지불하는 것은 기량뿐만 아니라 이러한 선한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체류 기간 중 선수들은 몸을 가다듬고, 마음을 정비한다. 해외에 나가 선선하게 훈련을 하는 게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선수들의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우정도 돈독해진다. 해외에 나가 있으면 사실 할 게 없다. 저녁 시간에는 그냥 숙소에서 머무는 게 일상이다. 선수들 사이의 솔직한 대화가 많아진다. 후배들이 질문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후배들은 함께 먹고 자며 선배들의 루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시즌 때 모습과 또 다르다. 귀중한 경험이다.
류현진도 후배들을 알뜰하게 챙긴다. 지난해 신인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황준서가 화제를 모았다. 3일 류현진의 ‘99코퍼레이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식사 자리에서 촬영된 듯한 이 영상에서는 황준서가 류현진 옆에 붙어 음식을 계속해서 먹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99코퍼레이션’ 측은 SNS에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체중을 늘린 후 근력과 체력 모두를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 황준서. 류현진 선수가 황준서 체중 늘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훈련 마친 뒤 단백질 섭취 듬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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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프시즌은 이제 막 고등학교에서 졸업해 선배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는 것도 바쁠 시기였다.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를 때다. 하지만 이번 미니 캠프에는 류현진뿐만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이 있는 만큼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 만큼 선배들도 경험에서 나오는 맞춤형 비법을 알려줄 법하다. 그만한 연차들이 쌓인 캠프다. 기술적으로 배우는 건 덤이다.
이렇게 미니 캠프를 열면 후배들만 도움을 받는 건 아니다. 류현진도 도움을 받는다. 첫째, 우선 훈련 파트너가 많다. 홀로 훈련을 하면 캐치볼 정도가 전부인데, 인원이 모이면 조금 더 다양한 훈련을 할 수도 있다. 둘째, 지루하지도 않다. 굳이 얼굴을 찌푸릴 필요가 없는 비시즌이다. 웃으면서 화기애애하게 훈련이 가능하다. 셋째, 류현진이나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자극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는 경우가 있다. 후배들의 좋은 컨디션을 보면 흐뭇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긴장도 된다는 게 베테랑 선수들의 이야기다. 류현진의 선한 영향력 속에 한화 마운드의 중추들이 모인 오키나와. 이곳에서 한화의 반란이 시작됐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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