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스·테일러와 2루수 경쟁…'마이너 거부권' 없어
송재우 위원 "구단 우호적 계약…스스로 가치 증명해야"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김혜성. /뉴스1 DB ⓒ News1 김도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김혜성(26)의 메이저리그(MLB) 진출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하지만 꿈을 이뤘다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당장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김혜성은 4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4억 원)에 계약했다.
김혜성이 몸담게 된 다저스는 자타공인 현재 메이저리그 최강팀이다. 당장 지난해에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스타 군단'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선수단 면면이 화려하다.
투타를 겸업하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등 최우수선수(MVP) 출신 선수만 3명이고, 선발진도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우에 오프시즌엔 사이영상 출신의 블레이크 스넬까지 영입했다.
이들 모두 천문학적인 금액의 계약을 맺은 선수들로, 다저스는 '연봉 지급 유예' 방식을 통해 사치세를 낮추고 있다. 다저스의 연봉 지급 유예 총액은 10억 달러(약 1조 4160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대 2200만 달러, 연봉이 많아도 400만 달러를 넘지 않는 김혜성의 계약은 다저스 입장에선 큰 부담이 없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백업 선수'에 주어질 만한 계약 규모다.
김혜성. /뉴스1 DB ⓒ News1 이동해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봉은 선수의 출전 시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봉이 높을수록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하지만, 낮은 연봉의 선수라면 벤치에 앉혀놔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첫해 '마이너 거부권'이 없는 김혜성에겐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해설위원은 "지난해 기준 메이저리거 평균 연봉이 490만 달러였다. 냉정히 볼 때 다저스 입장에선 '날려도 그만'인 정도의 액수"라면서 "3년 보장 이후 2년의 팀 옵션 등 전체적으로 구단 우호적인 계약"이라고 했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위닝 팀'이라는 점도 '루키' 김혜성에겐 부담스러운 요소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팀 사정상, 빠르게 적응해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기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송 위원은 "계약 규모가 크다면 어쩔 수 없이 기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김혜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면서 "다저스처럼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더더욱 기회를 줄 여유가 없다"고 했다.
LA 다저스 주전 2루수 개빈 럭스. ⓒ AFP=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일단 김혜성의 입장에선 자신의 '주포지션'인 2루수에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경쟁자는 주전 2루수 개빈 럭스와 유틸리티 백업 크리스 테일러다.
럭스는 한때 다저스 '톱 유망주'로 꼽히던 선수로, 지난해 0.251의 타율에 10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전반기 극심한 부진을 보였지만 후반기 반등했다.
내외야 전천후 백업이 가능한 테일러는 87경기에서 0.202의 타율에 4홈런 23타점에 그쳤다. 최근 부진을 겪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6차례나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파워를 가졌다는 점이 장점이다.
송 위원은 "결국 지난해 럭스가 전반기에 부진했다는 점, 테일러가 최근 2년 동안 좋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험' 격으로 김혜성을 영입했다고 보인다"면서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여기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맺었지만 빅리그 무대를 한번도 밟지 못한 채 트레이드,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던 고우석. (공동취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지난해 고우석(27)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고우석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즌 중 트레이드 후 지명할당(DFA) 조치를 당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김혜성의 경우 빠른 발을 가지고 있기에 개막 엔트리 포함엔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송 위원은 "대주자로라도 활용 가치가 있기 때문에 개막 엔트리 전망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대주자 롤에 만족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