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서 득점 기회를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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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선제골은 벼락같이 터졌고, 결과는 또다시 허무한 무승부로 끝났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이번에도 선제골을 못지키고 실점해 안방에서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에서 전반 5분 만에 이재성(마인츠)이 선제골을 넣었으나 전반 30분 마흐무드 알마르디에게 동점골을 헌납해 1-1로 비겼다.

한국은 B조 선두(승점 16)는 유지했으나 2위 요르단(승점 13)과 승점 차를 충분히 벌리지 못했다. 그나마 26일 이라크가 약체 팔레스타인에 1-2로 역전패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라크가 이겼더라면 한국이 승점 1점 차로 쫓기는 상황이었다. 이라크는 승점 12로 3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한국은 안방 2연전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하겠다는 목표에 실패했다.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으려면 6월 A매치 기간 열리는 3차 예선 마지막 2연전(5일 이라크 원정, 10일 쿠웨이트 홈)서 전력을 쏟아야 한다.

유독 안방에서 약한 홍명보호다. 아시아 3차 예선에서 홈경기 성적표는 1승 3무. 원정 경기(3승 1무)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지난 20일 오만전 때와 마찬가지로 선제골을 지키지 못해 무승부로 끝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날 선제골은 전반 5분 만에 터져 나왔다. 손흥민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이재성이 쇄도하며 왼쪽 다리를 갖다대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30분 요르단의 역습 한 방에 맥없이 동점골을 내줬다. 야잔 알 나이마트가 센터서클 부근에서 공을 빼앗아 위험지역까지 돌파한 뒤 오른쪽으로 내준 패스를 알타마리가 날카로운 왼발 감아차기슛으로 마무리했다. 골키퍼 조현우가 간신히 쳐낸 볼을 알마르디가 낚아 챈 뒤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대 오른쪽 구석을 날카롭게 찔렀다. 한국은 공격의 힘과 세기 모두 부족함을 드러내며 요르단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이재성이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에서 드리블 중 상대 수비에 밀려 넘어지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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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어드밴티지를 살리지 못하는 데 대해 감독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고 캡틴은 ‘환경’을 얘기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홈에서 결과를 못 내고 있는데, 그 이유를 뭐라고 정확하게는 파악하지는 못하겠다”면서 “부담을 너무 많이 갖는 점, 또 분위기 자체가 우리가 집중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찾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홍 감독은 이어 “유럽에서 돌아와서 컨디션적인 측면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A매치에 복귀한 ‘중원 해결사’ 황인범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안 그래도 나도 경기 끝나고 홈에서 승점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형들과 나눴다”며 “원정에서는 3승 1무로 괜찮은 모습인데,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국민들께서 경기장에서 이렇게 열띤 응원, 함성을 보내주시는데 저희가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죄송하다”고 했다.

캡틴의 해석은 조금 달랐다. 손흥민은 “많은 팬 앞에서 결과를 못 가져오는 것에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있고, 신경도 많이 쓰고 있다”면서도 “원정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화두가 되는 ‘잔디’ 문제를 지적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손흥민은 “이런 말을 또 해서 좀 그렇지만, 홈에서 가장 좋은 환경에서 경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개선이 안 되는 것도 속상하다”며 “신경을 더 써주셨으면 좋겠다. 저희 더 잘할 수 있다. 핑계로 들리실 수 있지만, 축구는 정말 작은 디테일로도 승부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제골을 넣은 이재성도 손흥민과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는 안방에서 부진한 성적에 대해 “유럽에 있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한국에 오는 게 어려움은 있는 것 같다”면서 “또 여러 가지 환경 문제도 있다 보니 홈에서 경기력이 최고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또 “(중동) 원정에서는 시차 적응도 있고, 비행시간도 있고, 그런 부분에서 (한국에서 하는 홈 경기보다) 유리한 면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또 환경 같은 부분들도 어쩌면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4만1000여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며 열띤 응원을 펼친 데 대해 “3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쳤다. 그 부분은 모든 게 내 책임이다. 팬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홈에서 약한) 이런 부분들을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계속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