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누가 뭐래도 2024~2025 V리그 여자부 봄 배구의 주연은 ‘배구 여제’ 김연경이다. 지난 2월13일 GS칼텍스전을 마친 뒤 “올 시즌 성적에 상관없이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겠다”며 ‘깜짝 은퇴 선언’을 한 이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김연경에게 쏠리고 있다. 한국 배구가 낳은 최고의 슈퍼스타인 만큼 은퇴 시즌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김연경이 현역 마지막 순간에 보여주는 모습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꽃길’이 되길 많은 배구 팬들이 바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김연경 본인 역시 챔프전 우승에 심하게 목이 마른 상태다. V리그만 한정하자면 김연경의 챔피언결정전 최근 우승은 2008~2009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연경은 오랜 해외리그 생활 후 2020 도쿄 올림픽 대비를 위해 2020~2021시즌에 전격적으로 V리그에 복귀했다. 마침 흥국생명은 내부 FA였던 ‘쌍둥이 언니’ 이재영을 눌러 앉혔고, 현대건설에서 FA로 풀린 ‘쌍둥이 동생’ 이다영을 품으며 김연경까지 ‘빅3’을 만들었다. 시즌 내내 독주하는 듯했지만, 쌍둥이 자매의 학폭 의혹이 터지면서 두 선수가 코트를 떠났다. 전력이 크게 약화된 흥국생명은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챔프전 진출까진 성공했지만, GS칼텍스 ‘트레블’(KOVO컵 우승, 정규리그 1위, 챔프전 우승)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이후 중국리그로 건너가 한 시즌을 뛴 김연경은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다시 V리그로 돌아왔다.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V리그에서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해엔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했지만, 도로공사와의 챔프전에서 1,2차전을 잡고도 3,4,5차전을 내리 패하며 사상 초유의 챔프전 ‘리버스 스윕’ 패배의 희생양이 됐다. 2023~2024시즌에도 정규리그 2위로 챔프전엔 올랐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너무 힘을 쓴 나머지 현대건설과의 챔프전에선 3경기 모두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또 한번 분루를 삼켜야했다.
2024~2025시즌은 앞선 세 번의 챔프전과는 확연히 다른 결말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6라운드 한 경기만 치르고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김연경은 물론 장기 레이스에 지친 주전들이 챔프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관장이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과 3경기를 치르고 챔프전에 올라오기도 했고, 주전 중 절반 이상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2차전까지만 해도, 아니 3차전 2세트까지만 해도 예상된 결말로 흘러가는 듯 했다. 김연경은 1차전에선 팀 내 최다인 16점, 공격 성공률 60.87%를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셧아웃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선 1,2세트를 내주고도 3세트부터 힘을 내기 시작한 김연경의 활약을 앞세워 흥국생명은 3,4,5세트를 모두 잡으며 인천 안방에서의 2경기를 모두 이겼다. 김연경은 5세트에만 혼자 6점을 터뜨리는 ‘원맨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대전 원정으로 무대를 옮겨 치러진 3차전 2세트까지만 해도 누구도 흥국생명의 챔프전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1세트를 가볍게 따냈고, 2세트는 김연경과 메가의 ‘쇼다운’ 승부가 듀스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메가가 2세트에만 16점, 김연경이 14점을 냈지만, 승자는 김연경이었다. 34-34에서 연속 2점을 따낸 김연경의 승리에 힘입어 챔프전 우승에 딱 한 세를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3차전 3세트부터 묘하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뒤로 물러날 곳이 아예 사라져버린 정관장 선수들의 집중력이 극한에 달했다. 반면 흥국생명의 집중력은 다소 흐트러졌다. 이 조그만 틈이 가져온 ‘나비효과’는 상상이었다. 정관장은 3차전 3,4,5세트를 모두 잡고 기적적으로 생환에 성공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왼쪽 발목인대 파열에서 갓 회복해 봄 배구를 치르고 있는 부키리치는 하루 쉬고 경기를 뛰는 강행군 속에 컨디션이 점점 나아지고 있고, 메가는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을 보러 한국으로 날아온 남자친구 디오 노반드와의 ‘사랑의 힘’으로 성치 않은 무릎에도 초인적인 힘을 내고 있다. 메-부 쌍포가 살아난 정관장은 4차전마저 풀세트 승부를 이겨냈다. 메가가 38점, 부키리치가 28점을 터뜨리며 흥국생명 코트를 맹폭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염치기’ 염혜선은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2세트 35-34에서 세트를 끝내는 서브 득점을 터뜨리고, 5세트 8-10에서 12-7 역전 과정에서 5연속 서브로 흥국생명 리시브에 혼을 빼놨다. 1세트부터 미들 블로커들을 교묘히 활용하는 경기 운영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마저 “1세트 염혜선의 현란한 토스는 나도 놀랐다. 혜선이 덕분에 저희가 5차전에 가는 것”이라고 치켜세울 정도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연경이 가만히 앉아서 당한 건 아니었다. 이날도 팀 내 최다인 32점을 터뜨렸다. 공격 성공률은 50%였다. 범실도 딱 3개에 불과한 순도 100%의 활약이었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다만 경기 내내 간절함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범실 없는 정확한 서브로 유명한 김연경이 서브 범실을 2개나 저질렀고, 2세트 24-23에서 세트를 끝낼 수 있는 퀵오픈 공격이 가로막히자 코트에 엎드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키는 모습도 나왔다. 김연경과 쌍포를 이루는 투트쿠도 51.06%의 공격 성공률로 30점을 터뜨렸다. 범실도 단 2개에 불과했다. 이런데도 이기지 못했으니 흥국생명으로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차전 승리 후 김연경은 인천 홈팬들에게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했다. 어쩌면 인천에서 홈팬들을 만나는 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울컥도 했다. 다시는 인천으로 돌아오지 않고 대전에서 승부를 끝내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비록 3,4차전을 내주긴 했지만, 조건은 동등하다. 5차전 한 판 승부로 모든 게 결판이 난다. 이기던 지던 김연경에겐 현역 마지막 코트다. 과연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의 결말은 무엇일까. 또 한 번의 ‘리버스 스윕 악몽’일까. 아니면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리는 ‘해피엔딩’일까.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운명을 건 결전의 5차전은 8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
대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