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넘치는 현장에서 열심히 찍었는데,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은 것 같아서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보물섬’을 잘 보내주게 돼 좋아요.”

배우 홍화연(27)은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의 발견이었다. 신분을 속이고 서동주(박형식)와 비밀 연애를 하다 정략 결혼해 버린 대산가 손녀딸 여은남 역을 맡았다. 남성미 짙은 복수극의 복판에 당당히 서 있던, 여리지만 강단있는 그녀의 존재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았다. 복수는 마무리됐지만 남은 모두가 쓸쓸한 표정이었던 ‘보물섬’의 엔딩에 대해 그녀는 “최선의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교훈도 줄 수 있고 극적인 재미도 있는 엔딩이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보물섬’ 속 인물들의 씁쓸했던 마무리와 달리 드라마 ‘보물섬’은 최종회 끝내 15%의 벽을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보물섬’ 주역들은 마지막 회를 함께 모여 시청하며 그 끝을 함께했다 한다. 홍화연은 “감히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시청률이 점점 올라가는 수치를 보면서 정말 많이 봐주시는 구나 실감하게 된다”며 “감독님께서 15%만 넘어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 하셔서 가능하면 그 숫자에 도달했으면 했는데 점점 그 숫자에 가까워지고 또 넘어선 것이 배우로서도, 또 감독님과 같이 일했던 동료로서도 너무 기쁘고 뿌듯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절대로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니까요. 내가 잘해서 된 것이 아니라 다 같이 고생한 보람을 느꼈어요. 출연진 외에도 촬영감독님이나 FD언니랑도 종종 연락하거든요. 서로 시청률 올랐다고 좋아했어요.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대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겨서 그것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허준호 선배님께서 ‘우리 그래도 1년에 한두번씩은 모이자’ 하셨거든요. 마지막일 것 같지는 않지만 함께 모여 마지막 방송을 보며 기분좋게 마무리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홍화연은 신인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에서 100대1을 훌쩍 넘긴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여주인공 여은남 역을 거머쥐었다. 고전적인 분위기에 단단한 눈빛을 지닌 그녀를 진창규 감독이 눈여겨봤다 한다. 2022년 ‘멘탈코치 제갈길’로 데뷔, 공개된 작품 기준으로는 ‘보라! 데보라’에 이은 3번째 작품에서 주연을 거머쥔 셈이다. 홍화연은 캐스팅 당시에 대해 “정말요? 정말이요? 하고 의심스러울 만큼 놀랐다”면서도 “기분이 너무 좋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캐스팅 당시를 되새겼다.

만만찮은 캐릭터는 아니었다. 재벌 대산가 차강천(우현) 회장의 외손녀인 여은남은 아버지의 죽음에 양아버지 허일도(이해영), 그리고 검은 실세 염장선(허준호)보다 관여했다는 의문을 품고 욕망과 음모의 복판에 뛰어드는 인물이다. 사랑하는 서동주를 버리고 정략 결혼을 감행하지만 뒤늦게 자신의 진심을 깨닫게 된다.

“허일도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 엄마와 사이가 나빠진 것, 유학을 갔던 것 모두가 아빠 여순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생각을 해요. 동주를 너무 사랑하지만 그런 여순호를 생각하면 결혼해서 복수하는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는 거죠. 그걸 위해서라면 내 행복마저도 포기할 수 있는 아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복수도 복수지만 진실을 알아내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한 아이라고요. 정말 아빠가 사고로 죽었을까, 그럼 허일도가 아빠를 죽였을까, 그럼 허일도와 재혼한 엄마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대산에서 뭐지. 하지만 막상 정략 결혼을 하려고 하니,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홍화연은 자신이라면 나의 행복을 택했을 것 같다며 ‘동주랑 결혼하면 어떘을까’ 상상해보기도 하고 ‘솔직한 것이 역시 좋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열심히 은남의 심리상태와 그 결정에 대해 설명하던 홍화연은 은남의 배신에 쏟아졌던 시청자의 원성은 그저 곧 이해해주실 것이란 믿음으로 넘겼다 했다.

“사실 이미 다 정해져 있었고, 돌아보면 이유있는 대사들이 나오거든요. 원성이 자자하다 하셨지만 다 이유가 있어요. ‘네 그게 은남이고 그게 접니다. 그리고 어차피 다 찍어놨어요’ 하는 마음이었어요.”(웃음)

특히 1화는 박형식과 진한 키스신이 이어져 ‘키스섬’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키스신이 있다는 건 오디션 볼 때부터 인지를 하고 있었다”는 홍화연은 “얘네가 이렇게까지 깊고 애틋한 사랑을 하는구나 아는 상태라 1회에 그런 내용이 놀랍거나 당황스럽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최대한 보여줘야 했어요. 게다가 엔딩에선 뒤통수를 쳐야 했기 때문에 ‘계속 놀라고 계십시오, 있다가 또 놀라실 겁니다’ 하면서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키스섬? 그런 반응이 서운하지는 않았냐 하시는데 저희는 그냥 담담히 (은남이 결별을 고하는) 엔딩을 기다렸어요. 보시면 이해해주실 거라고. ‘이제 안 합니다. 더는 하지도 못해요’ 하면서. 저희도 찍으면서 그랬거든요. ‘그래 여기밖에 없다. 다음에는 없어’ 그러면서 웃었어요.”(웃음)

촬영 전부터 ‘나이스 가이’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던 선배 박형식은 홍화연에데 더할나위 없는 파트너였다. ‘화연씨가 예쁘고 돋보이게 나와줘야 나도 우리 드라마도 좋다’, ‘우리 멜로가 잘 살아야 추진력이 생긴다’면서 섬세하게 현장을 챙겼다 한다.

“역시나 너무 친절하시고, 선배로서 저한테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키가 크시니까 조명 떄문에 제가 얼굴에 그림자가 진다고 살짝 비켜 서 있는 게 좋겠다고 얘기해 주신다거나, 화면에 눈동자가 치우치게 나오는 것 같으니까 살짝 옆을 보고 해보는 게 어때? 하신다거나. 배우라서 알 수 있는 사소하면서 중요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며 찍었어요. 정말 도움 많이 받고 많이 배웠습니다.”

어디 박형식 뿐일까. 홍화연은 “죄송할 정도로 예쁨을 많이 받았다”며 ‘보물섬’ 현장을 되새겼다. 비장미 넘치는 복수극 사이 홍화연이 현장에만 가도 다들 그렇게 반겨주셨단다. 장난꾸러기 우현은 카메라 뒤에서도 장난을 치는 통에 ‘제발 저 웃기지 마세요’ 하며 카메라 앞에 섰을 정도. 홍화연은 “웃음을 참느라 ‘할아버지 미워’ 하면서 찍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현장이었어요. 이게 다 복 아닐까.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났다”고 환하게 웃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염장선 허준호와 팽팽한 대치도 대선배에 대한 신뢰, 그리고 선배의 배려 덕에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단다. 홍화연은 “허준호 선배님이 너무나 좋은 분이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은남이로서 염장선에게 그렇게 하는 건 뭐든지 다 허용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나쁜 염장선, 절대 지지 않을거야’ 그런 마음으로 더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이미지는 엄하실 수 있는데, 그냥 너무 멋지셨어요. 아버지가 직업 군인 출신이셔서, 카리스마가 낯설지 않았어요.(웃음)”

1998년생인 홍화연은 사실 건국대학교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며 평범한 삶을 꿈꾸기도 했던 터. 재학 중 BH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에 합격, 육성 과정을 거쳐 신인배우가 됐다. 엄한 아버지가 반대하실까 최종 합격을 앞두고서야 말씀드렸는데 ‘하고 싶으면 해’ 한마디로 딸의 꿈을 지원해주셨다 한다. 홍화연은 “대표님 인터뷰도 찾아보신 것 같고, 저희 회사에 아빠가 좋아하는 여배우들이 많았다.(웃음) 이런 회사면 내 딸이 해봐도 괜찮겠다 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배우가 되고 드디어 첫 주연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홍화연. 앞으로도 그녀를 만날 일이 한참이다. 5월 방송하는 ENA ‘당신의 맛’에서 홍화연을 만날 수 있고, 촬영을 마친 ‘러닝메이트’도 올해 공개될 전망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담담하게 또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 같다.

“감독님께서 그러셨어요. ‘‘보물섬’이라는 자체는 추상적이고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찾아가는 길이 중요하다.’ 그냥 그 길이 그려진 지도만이라도 갖고 있으면 반은 성공한 거라고 하셨는데, 제가 그런 지도를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원대한 목표를 가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도를 걸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보시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이미지를 연기하더라도 저만의 에너지나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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