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회장, 직무태만 및 규정 위반으로 징계 대상
김택수 선수촌장, 배임 혐의로 고발
김OO 씨는 누구? 감춰진 진실은?
지난 3월 27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l 대한체육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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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이하 윤리센터)는 이날 대한탁구협회 임직원의 인센티브 부당지급과 관련해 5명의 피신고인 중 "2명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4명은 직무태만 및 정관 등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대한탁구협회 및 그 산하 한국초등학교탁구연맹에는 기관경고를, 그리고 근거 없이 지급한 인센티브 3억3500만 원에 대한 전액 환수를 권고했습니다. 이 4명에는 당시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았던 유승민 현 대한체육회장이 포함돼 있고, 사법기관에 고발되는 2명은 대한탁구협회의 김택수 전 실무부회장(현 국가대표선수촌장)과 정해천 전 사무처장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현직 대한체육회장과 선수촌장이 강도 높은 징계 및 사법처리 대상자가 된 것입니다.
# 관련 보도가 많이 나왔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압축하면 대한탁구협회가 대한체육회 및 대한탁구협회의 정관과 내규 등 각종 규정을 위반하면서 인센티브위원회를 만들었고, 또 부당하게 운영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보수를 받지 말아야 할 임원들이 인센티브를 받아간 것은 형사상의 배임 및 횡령 혐의가 짙다고 판단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 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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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첫 번째, 대한탁구협회의 사업 및 회계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합니다. 윤리센터는 계좌추적과 같은 강제수사권이 없습니다. 이에 이번 운리센터의 조사는 대한탁구협회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만일 인센티브가 아닌 다른 불법적인 방법으로 배임 및 횡령이 이뤄졌다면 이번 조사에 적발되지 않았을 겁니다.
또 후원금 말고도 대한탁구협회는 매년 수십 억 원의 국고가 투입되는 디비전리그와 총 예산 100억 원이 넘는 부산 세계선수권을 치렀습니다. 혹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은 아닌지요? 실제로 탁구계에서는 2020 세계선수권(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의 후원물품이 석연치 않게 처리된 것, 디비전리그 유공자들의 해외연수를 둘러싼 루머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7일 국가대표 선수촌장 취임식에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김택수 촌장(가운데) l 대한체육회 포토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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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정말 유승민 회장은 그의 말대로 인센티브를 한푼도 안 받았냐’는 의혹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인센티브 액수는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의 타이틀스폰서료입니다. 탁구계에서는 유승민 회장이 두나무의 고위인사와 직접적인 친분이 있어 한 시즌에 10억 원씩, 두 시즌에 걸쳐 20억 원(부가세 제외)을 유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1억원 씩 두 차례에 걸쳐 이 인센티브를 받아간 사람은 유승민 회장의 지인인 김OO 씨로 나왔습니다. 김 씨는 두나무 스폰서 유치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요? 만일 역할을 했다면 협회 외부인사로 탁구발전에 큰일을 한 셈인데 지금까지 왜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는지요? 혹시 유승민 회장과 지인 김 씨와의 금전거래는 없는지요? 합리적 의심입니다. 그래서 역시 강제 수사권이 있는 사법기관의 추가조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번 인센티브 비리는 사실 지난해 대한탁구협회장 선거 때 이에리사 후보가 유세를 통해 공개적으로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이에리사 후보의 선거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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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이날 윤리센터는 국가대표 바꿔치기에 대해서도 상세한 조사내용을 밝히고 기관경고를 결정했습니다. 역시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정확히 무슨 시효인지 모르겠으나 3년 시효가 지나 개인에 대한 징계는 없다는 점입니다. 이제 어느 종목이든 체육계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국가대표를 부당하게 교체하고도 3년만 감추면 처벌받지 않게 됩니다.
이 점을 인식했는지 윤리센터도 보도자료에서 "국가대표 선수선발 비리는 승부조작에 버금가는 중대한 비리다. 향후 (윤리)센터에서는 중대한 비리에 대해서는 징계 여부 판단에 그치지 않고 형벌(법)에도 저촉하는지 살펴볼 것이며, 형벌을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 등 적극적 조치에 나서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체육대통령’으로 불리는 현직 대한체육회장이 문체부 산하기관의 5개월여 엄정한 조사 끝에 징계 대상자가 됐습니다. 국가대표 바꿔치기의 핵심인사가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를 총괄하는 진천선수촌장입니다. 모두 초유의 일입니다. 또 부정한 인센티브 지급의 실무책임자인 정해천 전 사무처장은 현재 2026 강릉 세계 마스터즈탁구선수권 조직위원회의 고위직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한탁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후배들의 협회 운영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밖으로 알려지기 전에 바로 잡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마했고, 마지막 정견발표를 통해 탁구협회의 인센티브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공정성 회복을 촉구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스포츠계가 정말이지 투명하고, 민주적인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맞습니다. 고름은 다시 살이 되지 않습니다. 아파도 제대로 치료해야 건강한 새살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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