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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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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 마운드 깜짝 반전, 김광현의 마음씨부터 시작됐다… 그때의 그 다짐, 팀의 유산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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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김광현(37·SSG)은 KBO리그 역사에 남을 투수임과 동시에, SSG가 남길 프랜차이즈 스타다. 오랜 기간 팀에서 뛰며 리더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한편으로 SK 전성기 시절 베테랑 투수들 사이에서 막내급 생활이 꽤 길었던 선수이기도 하다. 그래서 후배들의 고충을 잘 안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뛰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후배들을 챙기는 마음씨가 더 깊어지고, 또 커졌다. 고액 연봉자 선수들은 날이 추운 겨울, 해외로 나가 개인 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버는 돈이 있고, 그것을 투자하고, 또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선순환의 구조다. 그러나 저연봉자 선수들은 많은 돈이 드는 해외 개인 훈련을 하기 어렵다. 추운 한국에서 훈련을 해야 한다.

    이를 딱하게 여긴 김광현은 한국 복귀 후 매년 겨울 후배들을 위해 지갑을 연다. 일본 오키나와에 베이스캠프를 자비로 차렸다. 훈련에 필요한 장소 섭외부터 시작, 후배들의 식비와 체류비까지 모두 댄다. 많이 먹는 운동선수들이라 식비만 하루 세 끼에 50만 원 가까이 들지만, 김광현은 흔쾌히 참가자를 받았다. 앞으로 팀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후배들에게 쓸 돈이라 생각해 아까워하지 않았다.

    2024년에는 좌완 투수 위주로 관계자들이 ‘KK 캠프’라고 부르는 미니 캠프 명단을 짰다. 참가는 자율이었다. 오겠다는 선수는 말리지 않았다. 2025년 겨울에도 그 미니 캠프가 있었다. 규모가 오히려 더 커졌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당시 김광현의 요청이 있었다. 2024년 캠프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아 마음속에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자기 때문에 후배들 이미지에 피해를 보는 것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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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다르다. 올해 1월 오키나와에 갔던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SSG 마운드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에 비해 외부에서 특별한 대형 전력 보강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SSG 마운드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결정적인 원동력은 ‘KK 캠프’부터 시작했다. 이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의 기량과 성적에 부쩍 살이 쪘다. 이제는 마음의 부담을 지워낼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그때 그 마음가짐을 회고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당시 김광현과 함께 훈련을 했던 선수들은 이로운 김건우 박시후 최민준이었다. 네 선수가 29일 기준 1군 엔트리에 있고, 또 맹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훨씬 더 나아진 성적이다. 때로는 이 선수들 없는 SSG 마운드는 생각을 하기 어려워졌다. 요소요소에서 활약하며 팀의 전반기 버티기를 돕고 있다.

    이로운은 시즌 27경기에서 27이닝을 던지며 2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 0.67을 기록 중이다. 지난 2년간 평균자책점이 모두 5점대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 단계 성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대 후 첫 시즌인 김건우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4경기에서 26⅓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점과 별개로 향후 선발 기대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박시후는 시즌 15경기에서 20⅓이닝을 던지며 1승2홀드 평균자책점 3.10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작년까지 1군 성적이 특별하지 않았던 박시후는 올해 팀 불펜의 이닝 소화가 필요할 때 묵묵히 나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있다. 29일 인천 NC전에서는 감격의 프로 첫 승을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후반기에 부진했던 최민준 또한 시즌 12경기에서 17⅔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3.57로 이숭용 감독의 당초 구상에 부합하는 활약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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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로운 박시후는 KK 캠프 기간 중 김광현에게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배웠고, 올해 그 위력이 더 좋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체인지업 외 변화구 장착에 고민이 깊던 이로운은 올해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를 장착하며 경기력이 훨씬 좋아졌다. 이로운은 “손에서 빠져 나가는 게 아니라 손 끝에서 던진다고 생각하고, 직구처럼 던진다고 생각하며 던지고 있다. 광현 선배님께서 ‘직구보다 더 세게 던져라’고 조언해주셨다”면서 공을 돌렸다.

    원래 슬라이더에 자신감이 있었던 박시후는 더 업그레이드가 됐다. 박시후는 “슬라이더에서 빠지는 슬라이더가 없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낮게 낮게 던지는 연습을 많이 하라고 해주셨고, 슬라이더도 놓지 않고 세게 던지는 연습을 많이 하고 버리는 공이 없어야 한다고 해주셨다”고 김광현의 조언이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지난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한 시즌을 보낸 김광현 또한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즌 초반 다소간 부침이 있었으나 5월 5경기에서 3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10의 좋은 성적으로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5월 5경기 피안타율은 0.195에 불과했다. 사실 한 번 휴식이 예정된 시기인데, 김광현은 팀 마운드 사정에 책임감을 느끼면서 일단 로테이션을 계속 소화하고 있다. KK 캠프의 유산들은 단순히 올해 성적표에만 묻어나는 게 아니다. 선배가 후배를 챙기고, 서로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대화로 모색하는 문화는 앞으로 이 어린 투수들이 계승해 나갈 것이다. 슈퍼스타의 영향력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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