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불러들일 때 희열... 타점 욕심 난다"
세트포지션 타이밍 적응은 풀어야 할 숙제
"내년엔 팬 투표로 올스타전 출전 도전"
프로야구 KIA의 김호령이 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2회 솔로홈런을 친 후 포효하고 있다. KI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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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령(KIA)의 20대에는 언제나 '수비원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외야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타구를 잡아낸 덕에 '호령존'이라는 멋들어진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수비력의 가치는 지난해까지 기록한 통산 타율 0.236에 가려져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 날아올랐다.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송곳니가 대거 빠진 호랑이 군단에서, 그는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며 '잇몸 야구'의 중심에 섰다. 전반기 타율 0.284. 누군가는 일찌감치 손에 쥐었을 이 숫자를 위해 그는 10년간 묵묵히 같은 자리를 지켰다. KIA 팬들의 '아픈 손가락'에서 '공수 겸장'으로 성장한 김호령을 최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만났다.
김호령이 1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7회초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대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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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으로 타격 폼을 바꿨어요."
터질 듯 터지지 않던 김호령의 타격감이 궤도에 오른 건 올 시즌 바꾼 타격 폼 덕분이다. 오랜 시간 유지했던 오픈 스탠스를 버리고 크로스 스탠스를 취하면서 그의 타율은 일취월장했다. 김호령은 "(이범호) 감독님이 2군 총괄코치였던 2021년에도 타격폼을 바꿔보자고 하셨는데, 그때는 새 폼이 불편했다"며 "그런데 올해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아 감독님의 조언을 따랐다"고 밝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오픈 스탠스 때는 몸이 퍼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크로스 스탠스를 해보니 몸이 강하게 조여졌다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며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5월쯤 감독님의 '빼지 않을 테니 해보자'는 말씀덕에 새 폼으로 자신 있게 스윙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타율만 오른 것도 아니다. 그는 전반기에 2홈런 24타점 5도루를 기록할 만큼 공격력에서 전반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5일 롯데전에선 데뷔 첫 만루홈런과 첫 멀티홈런을 동시에 신고하며 '인생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타격 폼만큼이나 타이밍과 존에 대해 깊이 고민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김호령이 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5회 만루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KI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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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령은 "2회 첫 홈런을 칠 때는 투 볼이 됐을 때 무조건 직구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타격) 타이밍을 좀 더 빨리 잡았는데, 마침 실투가 나와서 담장을 넘길 수 있었다"고 돌아본 뒤 "5회 만루홈런 때는 변화구에 맞춰 타이밍을 잡고 있었고, 동시에 원하던 존에 공이 와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복기했다. 상승기류를 타면서 타점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그는 "안타를 쳐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보니 기분이 너무 좋더라"며 "홈런 욕심은 없지만, 타점은 많이 올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김호령은 "세트포지션 때 투수들의 동작이 더 빠르기 때문에 타이밍 잡기가 어렵다"며 "지금도 와인드업 때는 정타가 많이 나오는데 세트포지션 때는 타격 타이밍이 자꾸 늦어진다.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짚었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후반기가 시작되면 줄부상으로 이탈했던 1군들이 대거 돌아온다. 김호령은 당장 나성범과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처럼만 하면 주전들이 돌아와도 해볼 만하다. 자신 있다"며 자신의 전반기 활약은 서막에 불과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호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5회말 2아웃 주자 1루에 키움 최주환의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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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김호령이 보여온 성실함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그는 지난 10년간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타구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성실함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2016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축약판이다. 9회말 1사 만루에서 전진수비를 펼치던 그는 LG 김용의의 타구가 외야 깊숙이 날아가자 긴 거리를 질주해 공을 잡아낸 후 송구까지 완료했다. 어차피 LG의 희생플라이로 경기가 종료될 상황이었음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김호령의 모습은, 시간이 흘러 역대 와일드카드전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그는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스스로도 '이제 끝났다'는 생각을 했지만, 주자가 넘어지는 등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무조건 뛰었다"며 "지금도 변한 건 없다. 어떤 상황이 오든 무조건 끝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호령(왼쪽 두 번째)이 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KBO 올스타전에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속 등장인물인 표치수를 흉내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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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령은 전반기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마침 올해 '별들의 축제' 초대 가수는 그의 등장곡 '청춘만화'를 부른 이무진이었다. 그라운드 위 잔디에 앉아 자신의 등장곡을 라이브로 들은 김호령은 "올해는 (최)형우 형의 부상으로 올스타전에 합류했지만, 내년에는 팬 투표로 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청춘만화' 속 가사처럼 멈추지 않으니 도착한 그곳에서, 그는 다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김호령이 1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원정 더그아웃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박주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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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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