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금쪽같은 내 스타' 엄정화, 중년 로코도 설득시킨 힘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금쪽같은 내 스타 엄정화 /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디바' 엄정화가 또 한 번 해냈다. 톱스타였다 기억을 잃은 중년 여성의 로맨스라는, 어쩌면 허무맹랑할지도 모를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는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가 하루아침에 평범한 중년 여성이 된 후 펼쳐지는 눈물 콧물 휘날리는 세월 순삭 로맨틱 코미디다. 최고 시청률 4.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랑 속에 지난주 종영을 맞이했다.

    엄정화는 극 중 자신을 톱스타 임세라라고 주장하는 중년의 여성 봉청자 역을 맡아 '왕년의 스타'를 재기 발랄하면서도 몰입감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송승헌과 그려낸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착한 로코'의 정수를 보여줬다.

    먼저 엄정화는 "드라마를 향한 사랑에 정말 감사했다. 이야기가 어떻게 비칠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다들 유쾌하게 봐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중년의 로코지 않나. 2~30대의 푸릇푸릇한 느낌이 아닌데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진심으로 다가가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대본을 읽을 때 막막하면 내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캐릭터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인다 싶으면 선택한다. 제가 안목이 좋아서 재밌는 걸 잘 고르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작품을 통해 지나온 20대를 돌아본 그는 "과거엔 미래를 생각할 때 불안하고 괴로운 마음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옅어진 것 같다"며 "연기에 대한 갈망은 변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이 나이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못 했다. 앞으로는 좀 기대해 봐도 되겠다 싶더라"라고 말했다.

    실제 나이 50대에 20대 연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 엄정화는 "봉청자가 된 후 기억이 사라진 채로 연기하는 게 좀 닭살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다. 최대한 대본대로 하되, 나이 든 사람의 찌든 모습 없이 20대 마음 그대로 사람들을 대하려고 신경 썼다. 갑자기 시간이 흘렀어도 눈빛, 행동 등 몸에 밴 습관은 그대로 나올 것 같았다"고 주안점을 설명했다.

    이어 "봉청자의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속절없이 50대가 돼 버린 아주머니인 만큼 머리 손질도 안 하고,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싶어 했을 것 같더라. 봉청자를 연기할 땐 거울도 안 봤다. '미모 체크'가 아니라 '못생김 체크'를 했다. 옷도 많이 껴입고, 떡볶이도 마음 편히 먹으면서 몇 달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또 "내가 봉청자라면 날 아무도 못 알아보는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공감도 하고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요즘 꼭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전엔 제 나이쯤 되면 꿈은 접어두고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젠 그런 세상이 아니다. 이 같은 화두를 계속 던져야 하는 시대라고 본다"는 소신도 드러냈다.

    전작 '닥터 차정숙'에서의 역할과 결이 비슷하다는 의견엔 "기시감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배우로서 대본이 재밌으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이런 대본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어차피 배우는 주어지는 것 안에서 선택해야 하는 직업이다. 전 쉬고 싶지 않다. 재밌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쪽같은 내 스타'는 엄정화의 과거이자 현재를 투영하는 작품이었다. "어렸을 때 생각이 났다. 그 힘들었던 아침 시간대 일일드라마도 열심히 했다. 내가 20대 때 얼마나 이 일을 원했는지, 치열했던 시절을 떠올려봤다. 그땐 이 나이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 했다. 그래서 작품에 더 열심히 임했다."

    영화 '미쓰 와이프' 이후 10년 만에 성사된 송승헌과의 재회이기도 했다. 엄정화는 "송승헌 씨와 이렇게 두 작품을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정말 큰 인연인 것 같다. 즐겁게 촬영했다. 둘의 만남을 많이 기대해 주시고,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셔서 기뻤다"며 "승헌 씨는 외모가 10년 전과 똑같았다.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와 함께 "달라진 점은 마음이 더 부드러워지고 넓어졌다는 거다. 배우들과 스태프를 대할 때 이전과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푸근해진 느낌"이라며 "승헌 씨가 그렇게 재밌는 사람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드라마가 영화보다 촬영하면서 붙어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성격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서로 재밌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면서 연기했다. 10년 뒤에 또 만나도 정말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자신의 20대를 연기한 장다아에 대해서도 "옛날의 나와 똑같더라(웃음). 풋풋하고 치기 있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연기에 진심으로 임하는 게 느껴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순식간에 지나간 '금쪽같은 내 스타'의 6주간 여정은 즐거웠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전 12부작이 별로인 것 같다. 너무 빨리 끝난다"고 토로한 그는 "'닥터 차정숙'처럼 '금쪽같은 내 남편'이라는 타이틀로 시즌2가 나와도 좋겠다. 여러분이 밀어주시길 바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엄정화는 1993년 정규 1집 '소로우풀 시크릿'(Sorrowful Secret)으로 데뷔,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노래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도 OST '어게인'(Again)을 가창하며 힘을 보탠 그는 "도움이 된다면 뭐든 다 하고 싶었다.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 써는 장면에서 제 노래 '포이즌'(Poison)과 '페스티벌'(Festival)이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 전 가수 이미지와 겹쳐 보일까 봐 곡 삽입을 반대했는데, 시사회 때 많은 분들이 좋아하셔서 그대로 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엔 매년 한 개씩은 앨범을 꼭 냈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이었다. 지금은 누군가가 제 앨범을 기다리는 시기는 아니라 원할 때 만들게 된다. 생각은 늘 하는데 언제가 될진 모르겠다. 장르는 정해뒀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하고 싶은 게 바뀌더라"라며 "전 요즘 춤을 진짜 못춘다. 시대가 너무 달라졌다. 이제 제게 댄스가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고 웃어 보였다.

    노래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도 여전했다. "로코는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나. 젊은이들의 소유물이 아닌, 어떤 연령대든 할 수 있는 장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배우라면 누구나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실제 삶과 맞닿은 진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그동안 주어지지 않았을 뿐 시대극도 정말 좋아한다. 제 얼굴이 그런 장르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저 쪽머리, 한복 다 잘 어울린다"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배우들은 서로의 작품을 보면서 힘을 얻는 것 같다. 선배들의 멋진 행보가 우리의 길이 된다. '우리들의 블루스' 때도 김혜자, 고두심 선배님 등을 보며 나도 계속해서 이 길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인상 깊게 봤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보면 늘 부럽다. 저도 계속해서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엄정화는 시청자들을 향한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마쳤다. "'금쪽같은 내 스타'가 시청자분들께 기분 좋고 재밌는 이야기로 남았으면 한다. 가끔씩 생각날 때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고, '꿈꾸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얻어가시길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