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염혜란 / 사진=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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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어쩔수가없다' 염혜란이 파격적인 캐릭터마저 제 것으로 만들었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로 갈아 끼운 '대세 배우' 염혜란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염혜란은 극 중 실직자 범모(이성민)의 아내이자, 풍부한 감성의 여배우 아라 역을 맡았다. 관능적이고 밝은 매력 인물, 남편을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캐릭터였다.
"이런 캐릭터에 떠오르는 이미지의 배우가 있잖아요. 아라는 앉아만 있어도 관능적인 느낌이 나야 하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가 '마스크걸'로 상 받았을 때였어요. 감독님은 '예상되는 배우보다 더 재밌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믿음을 갖고 촬영했죠"(웃음).
염혜란은 처음으로 네일아트, 손톱연장, 속눈썹까지 붙이며 관능적인 아라로 변신했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아라를 신들린 연기로 소화하며 호평받은 바다. 하지만 염혜란은 "처음 해보는 캐릭터, 작품을 박 감독님과 한다는 게 굉장히 떨리고, 좋기도 하면서 두려움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마스크걸' '폭싹 속았수다'를 본 뒤 염혜란의 아라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까 싶었다. 대중이 가지고 있는 기존 관념, 이미지에 있어서 얼마나 수용이 가능할까에 대해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걱정과 두려움은 노력으로 승화했다. 염혜란은 "이번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박찬욱 감독이 쓰신 책을 다시 봤다. 영화도 공부하고 다시봤다. 감독님 영화는 상징과 의미로 점철됐는데 제가 자꾸 리얼리즘으로 접근하더라. 공부를 하면서 전보다 더 재밌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주 현장을 갔었다. 시나리오에서 보던 것, 콘티가 나온 것, 현장 버전을 다 보게 된 거다.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너무 소중한 거다. 항상 결과물만 감독님의 작품을 접했는데, 이분 너무 대단하구나 싶었다"고 박찬욱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신기한 게, 저도 '어쩔수가없다'를 5번 본 것 같아요. 처음과 5번 본 느낌이 달라요. 처음엔 명확한 굵은 선 하나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아니더라고요".
박찬욱 감독뿐만 아니라 부부 호흡을 맞춘 이성민도 염혜란에게 고마운 존재가 됐다.
염혜란은 "이성민 선배는 대학로 시절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분과 부부 역할을 한다는 게 감회가 남달랐다. '소년심판'이란 작품을 같이 했었는데, 그땐 한 장면 밖에 마주치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렇게 부부의 연을 맺었다"며 "합을 어떻게 맞추자 말 한마디도 안 해주셨는데, 그냥 자동으로 맞춰졌다. 호흡이 너무 좋았다"고 감탄을 쏟았다.
그러면서 "연기뿐만 아니고, 너무 긴장하고 그럴 때마다 성민 선배한테 저 너무 떨었다고 하면, '난 어제 잠을 못 잤다'고 해주시더라.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분도 그랬다니. 현장에서 연기 외적으로 위안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염혜란의 겸손은 계속됐다. '어쩔수가없다' 속 '고추잠자리' 장면에서 열연을 보여줬음에도 함께 연기한 이성민과 이병헌에게 공을 돌렸다. 염혜란은 "음악도 없이 두 분이 장면을 다 소화하더라. 두 분이 기준을 잡아주시니까 그 씬이 잘 풀리고, 대단했다. 원래는 장롱 안에 총이 들어가는 것도 없었다. 현장에서 의견을 내시면서 점점 더 재미있는 게 추가가 됐다. 액션도 해봤지만, 그 싸움 안에서도 개싸움처럼 보여야 하는 게 있었다. 보기 약간 성적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해야하는 장면이었다. 너무 어려웠지만 그 장면이 재밌었다. 카메라 워킹도 기가 막히다. 그 장면은 명장면인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또한 "이병헌은 코미디 호흡을 너무 잘 쓴다. 제가 산에서 멀리서 뛰어오는 장면이 있는데, 스타킹만 신고 뛰는 거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갔어야 했다. 이 장면을 마무리하는 이병헌 선배의 호흡이 대단했다. 저의 연기는 모두 다른 분이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어쩔수가없다'에 대한 애정, 함께 한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낸 염혜란이다. 하지만 그 역시 작품의 깊이를 더한 일등공신이다.
특히 염혜란은 '동백꽃필 무렵' 후 '더 글로리' '마스크걸' '폭싹 속았수다' '시민덕희' '어쩔수가없다' 등 다채로운 매력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연기 호평은 다양한 수식어로 증명, 필모그래피는 흥행작으로 가득하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는 염혜란이다. 그는 "고정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폭싹 속았수다' 광례로 너무 행복하지만, 어디가면 저를 어머니처럼 안타깝게 바라보는 분도 있다. 감사하긴 한데, '어쩔수가없다' 아라도 나오는 데 큰일 났네 싶었다. 뭔가 이미지나 행보들이 고정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러려고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는 "한 때 저의 꿈은 아르바이트를 안 하면서 연기하는 것만 했으면 좋겠다였다. 먹고살 걱정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항상 했었다. 저의 꿈은 큰 것이 아니었다. 생계 걱정만 안 하고 연기만 하면 좋겠단 소박한 꿈이 있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또한 염혜란은 박찬욱 감독 이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으로 일찌감치 스크린에 얼굴을 드러낸 바다. 두 거장을 거친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세 배우'라고 하면 아니라고 했는데 듣고 보니 맞는 것 같다. 요즘 '대세 배우 염혜란입니다'라고 인사하고 있다. 참 귀한 경우라 뿌듯하다"고 미소지었다.
"지금 얼마나 행복한 건지 싶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터뷰 기회를 얻고 싶어서 갈구했었는데, 과거에 갈망했던 일을 하고 있어요. 또 항상 연기에 대해 아쉬웠지만, 차근차근 잘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꾸는 꿈이요? 늘 다음 작업 잘해야지, 이번 작업 잘해야지입니다"(웃음).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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