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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강등권, 올해는 우승…포옛 감독 디테일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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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지난 1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K리그1 2025 풀리그 마지막 33라운드 경기에서 전북 현대가 수원FC에 승리하며 10번째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선수들과 코치진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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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축구 전북현대가 K리그1(1부) 정상에 다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2부 리그로 강등될 위기에 내몰렸던 전북은 불과 1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올해 전북의 지휘봉을 잡고 곧장 우승을 이끈 거스 포옛 감독(58·우루과이)이 선보인 '디테일(세밀한)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전북은 지난 18일 2025 하나은행 K리그1 수원FC와 33라운드 경기에서 2대0 승리를 거둬 우승을 확정 지었다. 승점 71점(21승8무4패)을 기록한 전북은 2위 김천상무(승점 55점·16승7무10패)와 차이를 벌려 올 시즌 남은 5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4년 만에 K리그1 왕좌를 탈환했다. K리그 첫 통산 10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포옛 감독은 "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든 우승이다. 매일매일 열심히 훈련하고 우승까지 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기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인 포옛 감독이 전북에서 만든 변화는 기업의 인사, 조직관리 등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사례가 많다. 포지션별로 선수 영입과 방출이 있었지만, 주전급 선수 전력에 큰 변화는 없었다. 무엇보다 전현직 국가대표만 13명이나 돼 스타 군단으로 불리는 팀이다. 이 같은 조직에서 팀 수장인 감독이 솔선수범했고, 팀 관리는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강압적이지 않았다. 감독은 선수와의 소통을 중시했고, 사생활은 손대지 않았다. 주변 관계자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팀 운영에 반영한 감독은 때로는 이기는 축구를 위해 실리적 전술 운영도 했다. 그렇게 해서 전북은 올시즌 K리그1 팀 최다 득점(57골), 최소 실점(27실점)을 기록하면서 다시 챔피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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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은 지난해 최악의 한 시즌을 보냈다. 시즌 내내 선수단 기강 해이와 경기력 부진, 감독 지도력 부재 등 총체적인 난국을 겪고 정규시즌 10위에 그쳤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몰려 힘겹게 K리그1에 남았지만 전북이 곧장 우승에 도전할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 축구인은 적었다.

    전북은 지난해 12월 잉글랜드,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무대에서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포옛 감독을 선임했다. K리그에 사정이 밝은 지도자 대신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팀 재건을 꾀하겠다는 의도였다.

    포옛 감독은 겨울 전지훈련부터 꼼꼼하게 팀을 관리했다. 체력 훈련을 강화하면서 선수들의 체지방을 직접 관리하고 식단에도 개입했다. 선수들이 먹는 음식에 저염 식단을 추구했고, 돼지고기나 닭다리 대신 닭가슴살 등 고단백 음식을 강조했다. 전북현대 구단 관계자는 "시즌 중에도 A매치 휴식기에 따른 휴가 직후 등 포옛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체지방률을 체크했다. 체지방률이 높다면 부상 확률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체지방률 점검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독 부임 전부터 지난해 전북의 경기 영상을 모두 보고 분석한 포옛 감독은 자신감을 잃어버린 선수들의 심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포옛 감독은 "축구는 단순히 기술과 전술만으로 이뤄지는 스포츠가 아니다. 정신적 안정감과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전북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긴장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선수들과 지속적인 개별 면담을 통해 동기를 부여했고,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철학을 공유한 포옛 감독은 전북에 '이기는 축구'를 위한 의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감독 경력만 16년째인 베테랑이지만 포옛 감독은 "한국에서 감독하는 건 처음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배우겠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훈련 준비를 직접 했고,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등 시즌 내내 솔선수범했다. 선수들의 사생활에는 간섭하지 않았고 훈련에도 자율성을 부여했다. 이 같은 변화에 선수들도 움직였다. 공격수 이승우는 "감독님이 우리에게 책임감을 심어줬고 그 안에서 우리의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송민규는 "당연하게 경기를 뛰는 선수가 없다는 걸 포옛 감독이 강하게 인식시켰다. 위기의식을 품고 더 열심히 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기는 축구를 위해 때로는 전북 특유의 팀 컬러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버렸다. FC안양과 리그 6라운드 때 수비 라인에만 중앙수비 4명 등 무려 6명을 포진하는 극단적 수비 전략을 구사해 1대0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당시 포옛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같이 운영했다"고 말했다.

    전북이 지난해 12월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객관적 데이터와 선수가 직접 매긴 주관적 데이터를 모아 시각화한 '데이터사이언스' 시스템을 포옛 감독은 적극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의무·피지컬 트레이너가 의견을 제시하면 포옛 감독은 이를 팀 운영에 활용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은 "포옛 감독이 지나치게 고집스럽게 팀을 밀고 가지 않았고, 시즌 중반에는 선수 활용의 폭을 넓혔다. 적절한 판단과 결단력을 통해 융통성 있게 팀을 운영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찌감치 K리그1 우승에 성공한 포옛 감독은 여전히 배가 고픈 듯하다. 오는 12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코리아컵(옛 FA컵) 결승에 올랐던 것을 떠올리며 '더블(한 시즌 우승 2회)'을 다짐했다. 포옛 감독은 "선수들이 최선의 상태로 결승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우승하고 나면 가라앉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다르다. 계속 훈련하고 몸 상태를 유지해 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지한 기자 /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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