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더불어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로 꼽히는 일본이 감세에 나선 것은 제조업을 살리려는 절박함 때문이다. 연간 4000억엔가량의 세수 감소를 감수하고, 투자 확대를 통해 더 큰 과실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2014년에도 설비투자 독려를 위해 3년간 5% 세액공제와 감가상각을 도입했는데, 당시 국내 투자가 80조엔에서 87조엔으로 늘었다.
한국과 유사하게 기업 규모별로 세액공제율에 차등을 두던 일본이 일률적 공제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파격적이다. 한국도 국가전략기술이나 반도체의 경우 대기업 15~20%, 중소기업 25~30% 등으로 공제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혜택을 받는 기업은 제한적이다. 일반 시설투자의 경우 대기업 세액공제율은 1%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손실이 발생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가운데 22개국은 기업이 당해연도에 받지 못한 공제분을 환급해주고 있는데, 한국은 환급 제도가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제율이 다른 나라도 6개국에 불과하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국가 간 대항전으로 격화하고 있다. 각국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을 세제 혜택을 통해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기업규모별 세액공제 차등 적용을 고수하고 있다. 재정이 걱정이라면 기업을 옥죄기보다 현금성 예산 살포와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거두는 편이 낫다.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세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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