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나 불법정보를 고의로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언론계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대기업 임원 등 '권력자'들이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해 '전략적 봉쇄소송(SLAPP)'을 남발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해왔다. 그럼에도 국회는 이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결국 권력자들이 원한다면 비판 보도를 '허위'로 몰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고, 이는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법원이 조기에 각하할 수 있도록 하는 '봉쇄 소송 방지 특칙'을 넣었다고 주장하지만, 언론의 소송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허위·조작정보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심의를 확대하면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커진다. 10개 언론·시민단체가 "허위조작정보를 광범위하게 불법화해 유통을 금지하고, 행정기관의 심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법안을 "국가 중심의 규제와 처벌"이라고 규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허위정보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언론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과도한 법적 리스크를 부과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국회는 본회의 상정에 앞서 법안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허위정보 근절'이라는 명분 아래 언론의 감시 기능을 옥죄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반은 흔들린다. 언론이 권력 비판을 주저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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