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불펜 투수 알렉스 베시아.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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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뜨거워지고 있는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1차전 직전에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는 변화가 있었다. 좌완 불펜투수인 알렉스 베시아가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 다저스 구단은 “베시아와 아내 카일라가 ‘매우 사적인 가족 사정(deeply personal family matter)’을 처리 중이다”라는 이유를 댔다. 구단은 ‘가족 사정’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카일라의 출산이 임박했던 시기였던 탓에 그와 관련된 이유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베시아는 다저스 불펜 핵심 자원으로 올해 포스트시즌 7경기에 등판해 4⅔이닝 투구, 2승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었다. 가뜩이나 불펜이 불안한데, 베시아마저 빠진 상태로 다저스는 가을야구 최종장을 치르고 있다. 일부 극성 다저스 팬들의 부정적 시선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앤드루 프리드먼 야구 부문 사장은 “때로는 야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베시아의 편을 들었다.
알렉스 베시아의 월드시리즈 엔트리 제외를 알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공식 인스타그램. LA 다저스 SNS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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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에서 출산으로 인한 가정사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사례는 가끔 있었다. 가장 논란이 있던 이는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 마무리 투수 대니얼 허드슨이었다. 허드슨은 내셔널리그챔피언십시리즈(NLCS) 직전 아내의 셋째(딸) 출산을 지켜보기 위해 팀을 잠시 떠났었다. 당시 팀은 세인트루이스에, 아내는 애리조나에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선수가 패터니티(Paternity·부성) 휴가를 쓴 최초의 사례였다. 메이저리그 선수는 노사 협의상 아내 출산을 이유로 1~3일 휴가를 받을 수 있으며 구단은 이 기간 다른 선수를 대신 엔트리에 등록할 수 있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앞둔 순간 팀 마무리 투수가 자리를 비웠으니 일부에서 비판도 나왔다. 마이애미 말린스 등에서 구단 임원으로 일했던 데이비드 샘슨은 “출산 때문에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결장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산모나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만 허용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개인 SNS를 통해 힐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 구단은 허드슨의 선택을 존중했고, 데이브 마르티네스 당시 워싱턴 감독은 “가족은 항상 첫 번째(Family’s always first)”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허드슨은 2차전부터는 팀에 합류했으며 워싱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창단 처음 우승하는데 기여했다.
현재 진행 중인 KBO리그 한국시리즈에도 ‘출산’ 이슈는 있다. 엘지(LG) 트윈스 오스틴 딘은 아내가 둘째 출산이 임박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오스틴은 10월초 잠깐 미국에 다녀올까도 싶었지만 포기했다. 한국시리즈의 중요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오스틴의 아내는 지난 22일 미국에서 딸을 낳았다.
정규리그 투수 4관왕(다승·탈삼진·평균자책점·승률)에 오른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도 첫 아이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폰세의 아내는 대전에서 출산을 준비 중이다. 이미 예정일을 넘긴 터라 아이가 언제 태어날지는 알 수 없다. 한화 구단은 현재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8개월 가까이 매일 진행되는 탓에 가정사를 일일이 챙기기가 쉽지 않다. 직업적 책임감과 가족적 책임감이 충돌할 때도 더러 있다. 예전에는 아무리 큰 개인 대소사가 있더라도 경기에 빠지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점점 달라지는 편이다. 그들도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잠시 멈출 수 있어도, 삶의 한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서 더 그렇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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