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고 무대 데뷔하는 이승택
박성원 기자불곰 모양 헤드 커버 들고 스마일 내년 미 PGA 투어 데뷔를 앞두고 매일 10시간씩 훈련 중인 이승택이 지난달 18일 경기도 성남의 한 골프장에서 자신의 별명 ‘불곰’ 모양 드라이버 헤드 커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는 “미국 2부 투어에서 겪은 갖가지 시행착오가 PGA 투어 첫 우승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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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첫 우승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언제나 이 순간을 꿈꿔 왔습니다’라고요.”
내년 시즌 미국 PGA 투어에서 새로운 골프 인생을 시작하는 이승택(30)은 “챔피언 퍼트를 마무리하고서 현지 TV 중계 리포터와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하는 상상을 매일 한다”며 웃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는 하루 10시간씩 연습장에서 클럽을 휘두른다. 세계 최정상 선수들에게 파워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헬스장도 빠지지 않고 다닌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해 20년 만에 ‘PGA 투어 진출’이란 목표를 이룬 그는 이런 분주한 생활이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
건장한 체격과 공격적인 골프 스타일로 ‘불곰’이라 불리지만, 이승택의 골프 인생은 우직한 소처럼 느려도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과정을 겪었다. 2015년 KPGA(한국 프로골프) 투어에 데뷔한 그는 작년 9월 112번째로 출전한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감격의 첫 우승을 맛봤다. 그는 안정적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신 곧바로 미국 무대 도전을 택했다. 제네시스 포인트 특전을 활용해 PGA 투어 Q스쿨 2차 예선에 나갔고, 턱걸이로 최종 예선에 오른 뒤 40명에게 주는 2부 콘페리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미국 전역을 도는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텼고, 콘페리 투어 준우승 1회, 톱10 6회로 포인트 랭킹 13위에 올라 당당히 2026시즌 PGA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KPGA 선수 중 제네시스 특전으로 Q스쿨과 2부 투어를 거쳐 세계 최고의 무대인 PGA 투어까지 진출한 선수는 이승택이 유일하다.
이승택은 “한국에서 첫 우승 후 미국 2부 투어 도전을 결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며 “2015년 프로에 데뷔하고부터 미국 진출에 대비해 ‘꿈의 적금’을 붓고 있었다”고 했다. 장래의 꿈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모은 돈이 2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꿈의 적금과는 별도로 부모님께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 드렸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았지만, 제 힘으로 미국 무대에 갈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한 것은 모두 부모님 덕분이죠. 부모님도 제가 좋아하는 골프를 미국에서 할 수 있게 됐다고 하니 너무 기뻐하세요.”
미국 2부 투어 적응은 쉽지 않았다. 그는 “멀리 쳐도 정확한 지점에 떨어지지 않으면 타수를 잃을 정도로 코스가 어렵더라. 상상력과 창의력이 많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어 “불곰 같은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여우가 되고 싶은 곰’처럼 코스를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박성원 기자이승택이 지난달 18일 경기도 성남의 한 골프장에서 자신의 별명 ‘불곰’ 모양 헤드 커버를 끼운 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커버는 국내 투어 활동 시절 팬승택이 지난달 18일 경기도 성남의 한 골프장에서 자신의 별명 ‘불곰’ 모양 헤드 커버를 끼운 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커버는 국내 투어 활동 시절 팬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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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대에 적응하려고 그가 마음먹은 한 가지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연습장에서 PGA 투어 우승 경력이 있거나 고난도 샷을 구사하는 선수를 만나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같이 라운드 가자’거나 ‘방금 친 샷에 대해 알려달라’고 묻고 배웠어요. 그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전혀 부끄럽지 않았죠.” 실제로 PGA 정규 투어에 247번이나 출전한 베테랑 조시 티터(46)가 강한 바람에도 똑바로 날아가는 샷을 치는 걸 보고 사흘 동안 그를 쫓아다닌 끝에 “잔디를 스치지 않고 공을 정확히 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을 얻어냈다.
서툰 영어로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과 친해지려고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밥도 많이 샀다고 했다. 영어 실력을 늘리려고 두세 번 같은 말을 반복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동료와 대화하다가 막힌 부분을 정리해서 다음 날 똑같은 주제로 말을 거는 식이다. 그는 “이런 시행착오가 모두 ‘PGA 투어 우승’이란 목표를 위해 단계를 밟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한국 선수 최초의 마스터스 우승이다. 그는 “골프에서 우승은 얇은 종이를 두껍게 쌓아 만든 발판을 딛고 계단을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다 올라온 것 같아도 남은 계단은 언제나 많더라고요. 종이를 한 장씩 겹치듯, 성실하게 훈련하며 실력을 쌓아 목표까지 올라가겠습니다.”
[성남=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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