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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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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가드의 일침과 포옛 사단의 사퇴... '슈퍼스타급 외풍'에 찬물 끼얹은 K리그 심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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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클래스' 린가드, 10일 고별전 후
    "심판 판정 개선돼야" 작심 발언
    포옛 전 전북 감독도 시즌 내내 판정 불만
    타노스 코치 '인종차별' 이슈에 '헤어질 결심'


    한국일보

    K리그 FC서울의 '캡틴' 제시 린가드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멜버른시티와의 경기를 마친 후 서울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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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두 외인이 연달아 한국 무대에 작별을 고했다. FC서울 주장 제시 린가드와 전북 현대의 사령탑 거스 포옛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떠나는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둘의 입에서 공통으로 나온 단어가 있다. '판정'이다. K리그 심판진의 역량을 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린가드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멜버른시티(호주)전을 끝으로 한국 생활을 마무리했다. 비록 팀은 1-1 무승부로 승점 1을 챙기는 데 만족해야 했지만, 린가드는 계약 종료가 발표된 상황에서도 전반 31분 선제골을 터트리는 등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 '월드클래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한국일보

    FC서울의 제시 린가드(뒷줄)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멜버른시티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후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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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린가드는 지난 2년간 한국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거듭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K리그 발전을 위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핵심은 ‘심판’이었다. 그는 "심판들이 일부러 분노를 조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며 "감정적으로 조절하기 힘들 정도로 운영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어 "잔디, 구단 시설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만, 심판 판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 멤버로 활약했던 린가드의 눈에, 한국 심판진의 역량은 ‘K리그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비쳤던 셈이다.

    한국일보

    K리그1 전북 현대의 거스 포옛 감독이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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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사령탑 부임 후 1년 만에 '더블'을 달성한 포옛 감독 역시 시즌 내내 심판 판정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본격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건 10월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SK전 직후였다. 당시 전진우(전북)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 장민규(제주)에게 걸려 넘어졌지만, 심판은 반칙 선언은커녕 비디오판독(VAR)도 진행하지 않았다. 포옛 감독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Not penalty Not VAR Not words(페널티킥도 아니고, VAR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라는 글을 올리며 노골적으로 항의했다.

    해당 장면은 결국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오심’으로 결론냈지만, 포옛 감독은 제재금 300만 원의 징계를 받아야 했다. 인터뷰 또는 SNS 등의 매체를 통해 심판 판정에 부정적인 언급을 할 경우 징계를 받게 돼 있는 K리그 규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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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현대 타노스 코치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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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타는 '오른팔' 마우리시오 타리코(타노스) 코치가 휘말린 '인종차별 논란'이었다. 타노스 코치는 11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경기에서 핸드볼 파울이 선언되지 않자, 이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두 눈에 양 검지 손가락을 대는 동작을 했다. 타노스 코치는 이를 '(반칙 상황을) 눈으로 보지 않았느냐'라는 항의의 표시였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출장정지 5경기에 제재금 2,000만 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타노스 코치는 사의를 표했고, 이는 포옛 감독이 전북 지휘봉을 내려놓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심판진의 연이은 오심과 안하무인식 대응에 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 코리아컵 결승 후 열린 심판상 시상식 때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울려 퍼진 거센 야유는 그 불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K리그에 분 '슈퍼스타급 외풍'이 끝내 오래 머물지 못한 근본적 원인을 돌아보라는 경고의 메시지기도 하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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