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1 (수)

    눈물로 씻어낸 3년 전 그 아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3년 호주에 일격 당해 탈락…이정후-고우석 ‘참사 주역’ 자책

    3년만의 복수혈전 완성후 눈물

    8강 오른 한국, 메이저리거급 대우…비즈니스석 제공-오토바이 호위

    동아일보

    한국 야구 대표팀의 ‘보물’ 문보경이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에서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고 있다. 문보경은 이날 선제 투런포 등으로 4타점을 올리며 7-2 승리의 주역이 됐다. 문보경은 조별리그 4경기에서 11타점을 올렸는데 이는 역대 WBC 1라운드 최다 타점 신기록이다. 도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호주의 C조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의 2라운드(8강) 진출을 확정 지은 순간 우익수 자리에 서 있던 ‘캡틴’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는 글러브로 얼굴을 가린 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쳐 일어서지 못하는 이정후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 건 9회초 희생플라이로 ‘7-2’라는 경우의 수를 완성한 안현민(23·KT)이었다.

    한국 더그아웃은 9회말부터 이미 눈물바다였다. 조병현(24·SSG)이 8회에 이어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자 고우석(28·디트로이트)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전광판에 채워지자 고우석은 눈물을 쏟으며 마운드로 뛰쳐나갔다.

    동아일보

    ‘캡틴’ 이정후(가운데)가 WBC 8강행을 확정한 뒤 글러브로 얼굴을 가린 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도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처남, 매제 지간이자 친구 사이인 이정후와 고우석에게 도쿄돔은 아픔이 서린 곳이다. 정확히 3년 전 이날 한국은 호주와의 2023 WBC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7-8로 일격을 당했다. 한국은 패배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3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던 고우석은 갑작스러운 담 증세로 공 한 개 던져보지 못했다. 지난 3년간 ‘참사의 주역’이라 자책해 왔던 두 사람은 1096일 만에 8강 진출의 한을 풀었다.

    이정후는 경기 후 “왕조의 주역인 (류)현진 선배님과 새로운 왕조를 써 내려갈 후배들의 기운이 더 강해서 이겼다”며 “드디어 ‘참사의 주역’이라는 말을 끊어낸 것 같다. 살면서 이렇게 떨린 경기는 처음”이라며 웃었다.

    2009년 제2회 대회 이후 17년 만에 WBC 8강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그라운드에 남아 승리의 여운을 만끽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9·한화)조차 붉어진 눈시울로 동생들과 포옹했다. 17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WBC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승리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대표팀에서 뛰니까 아직 좋다”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동아일보

    9일 WBC 8강 확정 후 선수단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는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 도쿄=뉴시스


    승리 직후 남몰래 눈물을 쏟았던 류지현 감독(55)도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류 감독은 “내 인생 경기였다. 눈물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또 나온다. 오늘은 울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바늘구멍 같은 경우의 수를 뚫어낸 한국 선수단은 11일 0시 무렵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2라운드가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로 향했다. 이미 조별리그부터 5성급 호텔에 묵는 등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했던 선수들이지만 이번 마이애미행부터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급 ‘특급 대우’를 받는다.

    전 선수단은 WBC 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전세기를 탄다. 모든 좌석이 비즈니스석으로 개조된 특별 전세기다. 미국 현지에서는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 선수단 버스 앞뒤로 총 12대의 오토바이가 호위한다.

    금전 보상도 두둑하다. WBC 조직위는 1라운드 참가만으로 한국에 기본 수당 75만 달러(약 11억 원)를 지급한다. 2라운드에 오르면서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를 추가 확보했다. 총 175만 달러(약 25억7000만 원) 가운데 절반(약 12억3500만 원)이 선수들의 몫이다. 여기에 KBO가 8강 진출 시 지급하기로 약속한 포상금 4억 원도 추가된다. 30명의 선수는 1인당 5000만 원 이상의 보너스를 확보한 셈이다. 일본에서 하루 1만 엔의 ‘밀 머니(Meal Money)’를 받았던 선수단은 미국에서는 하루 100달러씩을 수령한다.

    C조 2위 한국은 14일 오전 7시 30분 D조 1위와 준결승행을 다툰다. 10일 현재 D조에선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이상 3승)가 8강행을 확정 지었다. D조 1위의 향방은 12일 오전 9시에 열리는 두 팀의 맞대결에서 판가름 난다. 이정후는 “WBC는 축제다. 미국에 가면 빅리그 선수들의 사인도 받으며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