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9 (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광화문에서/권기범]시도경찰청장 빈자리… 공정-신속하게 채워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권기범 사회부 기자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경험 이후,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기분이 들곤 한다. 비상계엄이 실행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더 그렇다. 경찰 조직 역시 그 여파를 온몸으로 겪는 중이다.

    일단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중 부산·경북·충남 3곳의 수장이 비상계엄과 관련해 공석이다. 우선 헌법존중 태스크포스(TF)가 중징계 대상으로 분류한 이들이 직위해제되면서 경북경찰청장과 충남경찰청장 자리가 비었다. 치안정감인 부산경찰청장 자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불법 계엄에 저항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부하 직원에게 삭제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 엄성규 전 청장 직무대리가 ‘좌천성’으로 경찰청으로 발령나면서 공석이다. 일선 경찰서장 자리도 세 곳이 비어 있다.

    비상계엄과는 무관하지만 이종원 전 충북경찰청장이 초대 대통령국민안전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이 자리도 공석이다.

    빈자리가 채워지기도 전인데, 또 빈자리가 만들어질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4일 대통령령인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엔 경찰대에 치안감급 연구위원 5명을 새로 두는 내용이 담겼다. ‘치안정책 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경찰 연구 체계를 전문화, 제도화시켜 정책 품질과 실행력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적혀 있다.

    현행 대통령령에 의하면 치안감 정원은 총 30명이다. 13만여 명의 경찰 중 계급으로 치면 상위 약 0.02%에 속한다. 시도경찰청과 경찰청 주요 보직 등이 치안감 계급 보임 대상이다. 조직 내에서 갖는 역할과 의미는 상당하다. 이번 대통령령이 개정되면 정원이 35명이 된다. 치안감 보임 자리가 한 번에 16.7%가 늘어나는 것이다.

    자리가 늘어난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얼마 전 법무부 인사를 떠올리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지난해 12월 24일 행안부는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11명 증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행정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개정안이 올해 1월 20일 시행됐는데 이틀 뒤 인사가 발표됐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때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던 지검장 등이 포함됐다. 이런 대규모 물갈이는 연구위원 증원 때 이미 예고됐던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 안팎에서는 신설되는 경찰대 연구위원이 법무연수원과 같이 좌천 성격의 한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연구위원이 늘어나는 치안 수요를 해결하거나, 경찰의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10월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범죄 수사의 중심으로 거듭날 경찰 조직의 위상은 이미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경찰 수사로 현직 국회의원이 구속된 건 5년 만의 일이다.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는 다르다. 대형 로펌은 꾸준히 ‘전관 경찰’을 영입하고 있다.

    시도경찰청장은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 감독을 받아 각 시도의 수사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바뀐 경찰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신속한 인사로 빈자리를 채워야 할 때다.

    권기범 사회부 기자 kak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