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통영호’를 타고 클리퍼 세계일주 요트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승선원들이 16일 경남 통영항에 입항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영국 포츠머스항을 출발한 요트 선단은 북대서양, 남대서양, 인도양 등을 돌아 중국 칭다오를 거쳐 이날 통영으로 왔다. 10년 전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에 참가했던 김한울 경남요트협회 부회장(사진 아래 왼쪽)은 한국이 대회 첫 기항지가 된 것을 기념해 칭다오~통영 구간 항해에 합류했다. 경남요트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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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트니 눈앞에 바다 너머로 통영이 보였어요. 감개무량했습니다.”
‘경남통영호’를 타고 12일 중국 칭다오를 출발해 16일 경남 통영항에 도착한 김한울 씨(52)는 이렇게 입항 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전 세계 요트인들 사이에서 권위 있는 대회로 꼽히는 ‘클리퍼 세계일주 요트대회’에 참가 중이다.
김 씨는 10년 전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에 참가해 지구 한 바퀴를 돈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연세대 재학 시절 요트연구회에 들어가면서부터 요트에 빠져들어 각종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다 권위 있는 세계 대회까지 참가하면서 ‘한국 요트의 개척자’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행정가로 변신해 대한요트협회 국제이사 등을 지낸 김 씨는 현재 경남요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천명을 지나면서 선수보다는 국내 요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더 힘 써야 하는 위치가 됐다.
그랬던 그가 다시 요트를 탄 이유는 하나였다. 2025~2026시즌 대회에서 한국의 통영항이 처음으로 기항지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 처음 기항지가 생긴 것을 기념해 이번 대회에 ‘TONGYEONG(통영)’이 새겨진 요트(한국명 경남통영호)가 지난해 8월 영국 포츠머스항을 출발해 북대서양, 남대서양, 인도양 등을 항해한 뒤 태평양을 향하기 전 한국으로 왔다.
16일 경남 통영항으로 입항하고 있는 ‘경남통영호’. 2025~2026시즌 대회에 ‘TONGYEONG’ 이라는 이름을 달고 전 세계를 항해하고 있다. 경남요트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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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10년 전엔 처음부터 끝까지 세계 일주를 했다. 이번 대회에선 칭다오에서 통영까지의 약 1000km 구간에 경남 통영호 일원으로 승선했다.
김 씨는 “한국에 기항지가 생긴 감격스러운 장면을 놓칠 수 없어 통영으로 들어가는 구간에 참가하게 됐다. 예전에는 칭다오에서 곧바로 일본으로 향해 제주도 인근을 지날 때 약간 슬펐다. 그동안 다른 요트를 타고 통영항으로 여러 번 들어왔는데, 이번 입항은 다른 때와 기분이 달랐다”라고 말했다.
클리퍼 세계일주 요트대회는 1969년 요트를 타고 첫 세계 일주에 성공했던 영국의 항해가 로빈 녹스 존스턴 경(87)이 1996년 만들어 2년마다 대회를 치렀고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대회 때마다 20여 명이 탈 수 있는 길이 21m의 요트 10~12척이 지구 한 바퀴를 돈다. 직선 거리로 약 7만4000km, 바닷길 기준으로는 약 12만km의 대장정이다.
요트마다 선장과 항해사 2명만 경험 많은 ‘프로’이고 나머지 승선원들은 대부분 대회 참가를 위해 약간의 훈련만 받은 ‘일반인’들이다. 그리고 기항지를 돌 때마다 마치 선수교체를 하듯 승선원들도 바뀐다. 그래서 약 10개월이 꼬박 걸리는 대회를 ‘완주’하는 인원은 20명 중 7명 정도다.
김 씨는 “오랜 기간 바다 위에서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극한 상황에 내몰려 몸이 굉장히 힘들다. 가끔은 함께 승선한 사람들과 합이 잘 맞지 않아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다. 그렇기에 기항지마다 승선원이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 구간의 거리도 짧지 않다. 한 구간이라도 참가했다는 건 어쨌든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명예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10척의 요트가 정박을 한 16일 통영항 일대는 이날 요트에서 내린 200여 명의 승선원들과 이들을 맞으려 통영으로 찾아온 가족 등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22일 통영을 출항할 때까지 승선원 및 관계자들은 가족 등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 시간을 갖는다.
통영시도 입항 기간에 맞춰 각종 행사를 준비했다. 도남관광지 일원에서 요트 체험, 미식 행사 등이 열리고 각종 공연이 이어진다. 21일에는 녹스 존스턴 경과 경남통영호의 루 부어만 선장의 클리퍼 레이스 라이브 토크쇼가 열리고 밤에는 통영 앞바다에서 불꽃쇼가 펼쳐진다. 통영항에 정박해 있는 대형 요트 자체도 볼거리다.
김 씨는 “다음 기항지는 미국 시애틀이다. 통영에서 바닷길로 약 1만5000km 떨어져 있다. 극한의 여정이 남아 있기에 승선원과 가족들도 통영에서 제대로 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한국 요트의 개척자이자 행정가로서의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요트가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대중들이 요트를 좀 더 친숙하게 생각하고 언젠가 세계 일주의 일원으로 모험심도 기르면 좋겠습니다. 또 앞으로도 클리퍼 대회 기항지 역할을 할 통영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함께 성장하면 기쁠 것 같습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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