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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판정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축구를 이해하고 실천한 ‘명가’ 포항 스틸러스 품격[김세훈의 스포츠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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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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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는 감정의 스포츠다. 승패가 걸린 순간 나온 판정 하나에도 경기장 온도가 요동친다. 그게 최근 성적 부진 속에 나온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때 반응 태도를 보면 구단과 선수들의 품격을 알 수 있다.

    지난 22일 포항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부천FC전에 나온 결정적인 판정을 대하는 포항 태도는 칭찬받기에 충분했다.

    논란의 장면은 전반 26분이었다. 포항 주장 전민광이 문전 혼전 속에서 킥을 했고 공은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포항 선수들은 골 세리머니를 했다. 주심은 얼마 후 비디오 판독(VAR)을 진행했다. 슈팅 동작 이후 발생한 접촉이 관건이었다. 전민광이 킥을 하기 위해 내민 발이 부천 수비수 패트릭의 왼발목을 강하게 밟는 장면이 포착됐다.

    국제축구평의회(IFAB) 경기규칙 제12조에 따르면 상대 선수를 발로 밟는 행위는 반칙이며 위험성이 클 경우 퇴장까지 가능하다. 또한 경기규칙 제10조는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어야 득점이 인정된다고 규정한다. 골라인 통과 이전에 공격팀 반칙이 발생하면 플레이는 그 시점에서 이미 중단된 것으로 간주된다. 즉, 발목을 밟은 순간 경기가 그대로 멈춘다고 이해하면 된다.

    결국 최종 판정은 노골, 그리고 전광민의 퇴장이었다. 포항으로서는 두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꼴이었다. 이 장면은 규정으로 설명 가능한 판정이었지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많은 팀이라면 벤치와 선수단, 관중석까지 뒤집힐 만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포항 반응은 달랐다. 전민광은 주심에게 다가가 상황을 차분히 확인했다. 베테랑 신광훈 역시 얼굴을 붉히지 않은 채 주심에 질문하고 설명을 들었다. 퇴장이 선언된 전민광은 과격한 항의 없이 조용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타구단 적잖은 선수들처럼 물건을 던지거나 발로 차는 장면도 없었다.

    벤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항 코칭스태프는 심판 설명을 듣고 일정 시간 의견을 전달했지만, 감정적으로 크게 격앙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코치도 옐로 카드를 받았지만 뒤로 묵묵히 물러났다. 주심의 설명을 납득하기 쉽지 않았지만 스태프는 주심과 더이상 싸우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득점 취소는 받아들였다”며 “다만 퇴장까지는 과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설명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박태하 포항 감독도 항의했지만 판정에 수긍한 뒤 벤치에 앉았다. 박 감독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고 달리 판정할 수도 있는 게 축구다. 심판 판정을 인정한다”며 “다만 우리가 최근 네 경기에서 세 명이 퇴장당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종하 포항 단장은 “의도는 없었지만 발이 심하게 밟힌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경고에 그쳤으면 했지만 레드 카드를 뽑은 심판 판정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감독과 단장의 말에는 판정에 대한 불만보다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깊이 담겨 있었다.

    포항 선수들은 전반 중반부터 한 명이 부족한 채 경기를 치렀다. 비기려고 수비만 하지 않았다. 종종 공격적으로 나서 골을 넣을 뻔한 장면도 수차례 나왔다. 60분 이상 한 명이 적은 상황에서 싸우면서 거둔 0-0 무승부는 공격적으로 맞섰기에 더욱 빛났다.

    포항 서포터스는 K리그에서도 신사적인 응원 문화로 알려져 있다. “심판 눈떠라”, “3류 심판 꺼져” 등 심판을 향한 안티콜이 없다. 상대 팀을 향한 공격적인 응원도 무척 제한적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포항 서포터스는 결과적으로 큰 손해를 입은 판정에 대한 격앙된 분위기를 크게 만들지 않았다.

    포항 구단은 이날 판정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에 공식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K리그에서는 판정 논란이 생기면 구단 차원의 강한 문제 제기와 공개적인 비판이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판정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반복될수록 리그는 소모적인 갈등에 빠진다. 그럴 때일수록 판정을 대하는 태도에서 구단의 품격이 드러난다. 포항 선수와 벤치, 서포터스는 득점 취소와 퇴장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차분하게 판정을 받아들였다.

    승부보다 태도가 더 오래 남는 경기가 있다. 그날 포항이 보인 성숙한 태도는 돋보였다. 포항 사람들이 왜 포항 스틸러스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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