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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젓가락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등이다. 그런데 이 젓가락의 모양과 재질은 조금씩 다르다. 그 길이로 보면 중국 젓가락이 가장 길고 그다음은 한국, 일본 순이다. 그 끝부분을 보면 일본이 가장 뾰쪽하고 그다음은 한국, 중국 순이다. 재질로 보면 중국과 일본에는 나무젓가락이 많고 한국에는 금속 젓가락도 많다. 흥미로운 것은 젓가락의 사용법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젓가락으로 음식을 주고받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을 젓가락으로 주고받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행위를 ‘하시와타시’라고 하는데, ‘하시’는 젓가락을 의미하고 ‘와타시’는 건네주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음식을 젓가락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이런 행위는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 정이나 친밀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젓가락 사용 방법이 달라서 양국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거북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 일본인 작가가 한국인 친구를 일식집에 초대했다. 후식으로 다코야키가 나왔다. 한국인 친구가 이 음식을 처음 먹어본다고 하자 일본인 작가는 ‘다코야키’에서 ‘다코’는 문어라는 뜻이고 ‘야키’는 굽기라는 뜻이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친절하게 젓가락으로 다코야키 하나를 집어서 그 친구 접시에 놓아주려고 했다. 이때 한국인 친구는 그것을 자기 젓가락으로 받았다. 이것을 본 일본인 작가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이런 행위는 장례식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드물고 거북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일본의 장례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하고 유족들은 장례식장에서 화장한 유골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유골이 돌아오면 유족들은 젓가락으로 남은 뼛조각을 집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다른 사람은 그 뼛조각을 젓가락으로 받아 작은 항아리에 담는다. 이 항아리는 가족 묘지에 매장된다. 바로 이런 관습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음식을 젓가락으로는 주고받지 않는다. 만약 식탁에서 이런 행위를 하면 자기가 경험한 슬픈 장례식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서는 음식을 젓가락으로 주고받아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혹시 한국 사람이 그렇게 해도 널리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서는 음식을 젓가락으로 주고받는 행동이 장례식을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일본 사람과 식사할 때는 이런 행동은 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
일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젓가락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젓가락과 관련된 금기도 더 많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비벼서는 안 된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젓가락의 품질을 의심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젓가락으로 그릇을 끌어당겨서는 안 된다. 셋째, 포크로 음식을 찍듯 젓가락으로 음식을 찍어 먹어서는 안 된다. 넷째, 젓가락으로 식기를 두드리며 소리 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금기 중에서 마지막 금기를 제외하고는 한국 사람들이 무심코 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특히 나이가 좀 든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식당에서 일회용 젓가락을 서로 비비면서 젓가락을 좀 더 매끄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젓가락으로 멀리 있는 식기를 끌어당기는 일도 종종 볼 수 있다. 젓가락으로 감자나 김치 같은 것을 찍어 먹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문화는 이런 작은 행동들에도 숨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오늘 식당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다면 ‘나는 젓가락을 어떻게 사용하는가?’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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