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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세계 4위 꺾은 정현, "조코비치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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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2·한체대)은 2016 호주오픈 1회전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당시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던 노바크 조코비치(31·세르비아) 앞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세트 스코어는 0대3(3-6, 2-6, 3-4)으로 차이가 컸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아픈 만큼 성장한 정현이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22일 열리는 16강 경기에서 정현이 만날 상대는 2년 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조코비치다.

사실 지금까지의 성적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성과이긴 하다. 세계랭킹은 당시 51위에서 58위로 오히려 떨어졌지만, 코트에서 보여주는 실력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정현은 지난 2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6일째 남자단식 3회전에서 세계랭킹 4위인 알렉산드르 즈베레프(21·독일)에게 세트 스코어 3대2(5-7, 7-6(7-3), 2-6, 6-3, 6-0)로 역전승을 거두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정현은 2007년 9월 US오픈 이형택(42·은퇴) 이후 10년4개월 만에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한 한국선수가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데뷔 후 랭킹 10위권 내 선수를 상대로 8번 경기해서 첫 번째로 승리를 거뒀고, 지난 16일 1회전에서는 알렉산드르 즈베레프의 친형인 미샤 즈베레프(31)에게 세트 스코어 1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2세트 기권승을 거뒀기에 '형제킬러'가 된 셈이기도 하다.

16강 진출 덕에 상금 24만호주달러(약 2억원)와 랭킹 포인트 180점까지 확보했다.

무엇보다도 경기력 자체가 훌륭했다. 지난 시즌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대회에서 첫 투어 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탄 정현은 이날도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물오른 실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47경기를 뛰어 29승18패로 괜찮은 승률을 보여주면서도 그중 역전승이 5번밖에 없어서 '뒷심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던 정현이었지만, 이날은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3세트까지는 신장이 198㎝에 달하는 즈베레프의 고공 서브에 시달리면서 1대2로 밀렸지만 4·5세트를 연달아 이겼고, 특히 5세트에서는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막강한 실력까지 보여줬다.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정현은 "그저 100%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요즘은 코트에 서 있는 자체가 기분이 좋다. 위대한 선수인 조코비치와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경기 도중 조명이 마음에 안 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패자 즈베레프조차 "세계랭킹은 때때로 거짓말을 한다. 오늘 정현은 10위 안에 있는 선수처럼 플레이했다. 이렇게 경기한다면 이길 선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정현을 인정했다.

이제 정현은 잃을 것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조코비치와의 일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연습 삼아 라두 알보트(몰도바)와 조를 이뤄 출전한 복식에서도 16강에 올랐지만 체력을 아끼기 위해 남은 경기는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복식 랭킹이 정현은 396위, 알보트는 212위에 불과함에도 복식 랭킹 3·4위인 헨리 콘티넨(핀란드)-존 피어스(호주)를 꺾고 개인 첫 16강에 올랐기에 단식과 복식을 가리지 않고 연이은 경사다.

2015~2016년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강자 조코비치는 팔꿈치 부상 때문에 지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고, 현재 랭킹도 14위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현은 "2년 전에는 굉장히 커보이던 센터 코트도 이제는 작게 느껴진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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