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 |
윤석열 정권의 계엄과 탄핵 끝에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6개월이 되었다. 집권 초 흔한 개혁조치조차 기억이 없는데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호응을 얻으며 순항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스피 5000'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진심이다. 집권을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도 포기했고 보수 정부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배당소득 분리과세까지 도입할 정도로 올인이다.
하지만 지금 이재명 정부에서 세금은 금기어(禁忌語)다. 5년을 설계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세금은 국정과제나 재원 마련 방안이 되지 못했다. 집값이 역대 최악이라던 문재인 정부를 넘어섰지만 세금은 언감생심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세금 때문에 정권을 잃었다고 믿는 세금 트라우마에 세금은 회피할 독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국민의 삶을 돌보는 '민생세제'라면 국민들이 싫어할 리 없고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도 없다. 외려 환호할 것이다.
민생세제, 예를 들어보자. 자녀에게 결혼이나 분가할 때 증여해도 10년 칸막이로 못 받은 증여공제를 언제든 받게 한다면 국민생활이 편안해진다. 중소기업에 한해 평생 기업을 잘 일군 사람은 증여나 상속세 없이 가업을 물려줄 수 있게 하되 나중에 승계 전의 이익까지 자본이득세로 세금을 매겨 경제와 고용을 지킬 수 있게 한다.
봉급생활자에게만 공제해 주는 의료비·교육비·월세 등 국민생활 기본경비를 더 팍팍한 1000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사업자도 정당하게 공제받을 수 있게 하면 얼마나 힘이 날까.
전국누진과세가 가능해 주거권을 지키고 지방재정에 효자인데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종합부동산세는 실거주 1주택이라면 과세에서 제외하고, 수십 년 사는 집에 시가가 아니라 산 가격으로 보유세를 매기고 낸 세금도 소득공제해주면 금세 합리적인 보유세가 된다.
그럼, 부족한 세수는 어디서 조달할까. 과세 흔적조차 없는 토지 종부세가 답이다. 대부분 법인이 내는 토지 종부세는 과세분류를 재설정하고 면세점을 대폭 하향하면 연 10조원 이상 세입을 추가 조달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1가구 1주택 양도 비과세는 국민의 주거권을 위해 국가재정을 희생하는 것인 만큼 장기 실거주는 더 지원하되 갭투자처럼 투기 보유에는 비과세를 제한하거나 감면총액 한도를 설정해 환수한다.
법령과 공약에도 곧 100조원도 멀지않은 비과세·감면 등 조세특례는 국가기간산업이 아닌 한 중소기업과 농어촌 등 조세약자로 지원을 제한하고 고용 등 조세지출 대부분은 세출로 전환한다.
세정도 국민편익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혁신한다. 효과 없이 기업불편만 가중하는 세무조사는 대기업과 취약 분야에 집중하고 중소기업은 성실신고확인 등 자율검증으로 전환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
그간 성실납세와 국민권익을 지키는 한국세무사회는 '국민이 원하는 세금제도' 20대 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제시해왔다. 세금이 정책이 되지 못하는 것은 정당할까. 세금정책은 자원의 효율화나 소득 재분배라는 국가기능의 핵심적 수단이기에 제대로 쓰지 못하면 정부가 성공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에 세금은 금기어가 아니라 민생세제로 자신만만한 정책 목표여야 한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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