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직이 힘들고 고립감을 느낄 때 링컨, 마틴 루서 킹,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같은 인물들의 책을 읽으며 통찰력과 연대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 역사 문외한은 드물다. 대통령은 교양인이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역사에 대한 이해 수준이 중요하다. 대통령에게 역사는 그저 지식이 아니라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지침서가 되기 때문에 무엇을 읽는지가 중요하다. 링컨과 로마사를 읽는 대통령이라면 이상한 세계관을 가졌을 위험은 작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한국인 다수는 환단고기의 존재를 안다. 그걸 읽는다고 다 '환빠'가 되는 것도 아니고 설령 환빠라 한들 남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국정 보고 현장에서 대통령이 언급하기 적절한 주제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그 판단은 역사보다는 상식력에 관계된 문제다. 이 대통령은 제주 4·3 당시 반란군 진압 활동을 하다 남로당 프락치 부하들에게 피살된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필자는 대통령이 읽어 온 도서 목록이 궁금해졌다. 한국 현대사를 균형 있게 다룬 몇 권의 개론서를 읽었다면 과연 취소 지시를 내릴 수 있었을까 싶다.
교과서처럼 읽히는 책,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은 역사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읽고 나면 독단을 돌아보게 되고 좀 더 겸허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환단고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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