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테니스대회 16강서 조코비치 3대0 완파
이덕희·이형택 넘어 사상 첫 메이저대회 8강 '역사'
20대 초반 기수에서 '빅4' 후계자 후보로 급부상
‘18억원 VS 1,176억원’
통산 상금액만 보면 비교가 되지 않을 상대였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통산 승수는 1승과 68승이다.
정현(22·58위·삼성증권 후원)이 메이저대회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올라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썼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약 463억원)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1·14위·세르비아)를 세트스코어 3대0(7대6<7대4> 7대5 7대6<7대3>)으로 꺾었다.
이로써 정현은 지난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역시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이 기록한 한국 선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인 16강을 뛰어넘었다. 정현은 대진 운도 좋아 4강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2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정현은 2016년 이 대회 1회전에서 당시 세계 1위였던 조코비치에게 0대3(3대6 2대6 4대6)으로 물러났지만 3대0 승리로 완벽하게 설욕했다.
1세트 시작부터 정현은 조코비치가 거푸 서브 실수를 범하는 틈을 타 게임스코어 4대0으로 달아났다.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7월 윔블던 이후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한 조코비치는 1세트에서만 더블폴트를 7개나 기록했다. 그러나 정현도 몇 차례 실수를 했고 조코비치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으면서 결국 타이브레이크까지 갔다. 조코비치의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은 정현은 타이브레이크를 7대4로 끝내 1세트를 가져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5대5까지 접전을 벌인 정현은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6대5를 만든 뒤 이어진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듀스 끝에 따내며 세트스코어 2대0으로 달아났다. 3세트에서도 정현은 방심하지 않았다. 첫 서브 게임을 내줬지만 곧바로 상대 서브 게임을 따내 균형을 이뤘다. 시소게임 끝에 다시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간 정현은 3대3에서 내리 4포인트를 따내 3시간22분 만에 ‘대어’를 낚아내는 데 성공했다.
2011년 7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6승을 포함해 메이저대회 12승을 거둔 최정상급 선수다. 더없이 화려한 조연을 상대로 멋진 드라마를 써낸 정현을 향해 센터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 모인 1만5,000여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조코비치를 극적으로 꺾은 정현은 8강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과 맞닥뜨린다. 샌드그렌은 세계랭킹도 낮고 비교적 무명의 선수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 8강은 정현-샌드그렌,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위·불가리아)-카일 에드먼드(49위·영국)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날 승리로 상금 44만호주달러(약 3억7,000만원)를 확보한 정현이 준준결승에서 샌드그렌을 물리치면 4강에서는 페더러-베르디흐 경기에서 이긴 선수를 상대한다.
1996년생인 정현은 수원 영화초등학교와 수원북중, 수원 삼일공고를 졸업했다. 현재는 한국체대에 재학 중이다. 정현은 테니스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 정석진씨는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 출신이고 형 정홍(25) 역시 실업 선수로 활약 중이다.
정현은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국제 주니어대회인 에디 허 인터내셔널(12세부)과 오렌지볼(16세부)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한 정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우승으로 병역특례 혜택까지 받았다. 개인 최고 랭킹은 지난해 9월 기록한 44위다. 아직 이형택(36위)의 기록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으로 ‘20대 초반 기수’로 우뚝 선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에서 또 한번 진화했다. 3회전에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에게 3대2로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조코비치마저 격침시켰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앤디 머리(영국) 등 ‘빅4’의 후계자 후보로 급부상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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