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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일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7일 “국가 부도 위험이 있는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물가 영향과 성장 양극화 등을 생각할 때 환율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480원을 돌파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를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00원 선을 뚫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장기화하는 고환율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치솟는 물가다. 한국은행은 1470원대의 환율이 지속되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현 전망치인 2.1%에서 2%대 초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기업 성장에도 심각한 암초다. 특히 내수 기업과 자영업자의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내년 경영 환경에서 가장 우려하는 요인으로 ‘고환율 등 원자재·물류비 부담(50.7%)’을 꼽았다. 수출 대기업도 고환율을 반길 수 없다. 가격 경쟁력이 올라 매출은 늘어나겠지만 원자재·부품 수입으로 제조 원가가 뛰면 수익성은 떨어진다. 게다가 해외 투자 비중이 높아진 점도 수혜 효과를 상쇄한다. 나아가 사회 갈등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 총재는 고환율로 이익 또는 손해를 보는 사람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사회적 화합이 어려워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환율 안정의 ‘묘책’이 없다는 점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대기업들을 불러 모아 환 헤지 확대를 요구하는가 하면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 비중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수출 기업들의 팔을 비트는 사실상의 ‘관치’가 근본적 처방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의 원화 약세는 일시적 달러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취약한 경제 체질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는 외환 변동성의 단기 충격에 대비할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는 등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총력전을 펴야 한다. 동시에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 재정 건전성 강화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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