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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호주오픈 8강' 정현, 대체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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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이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메이저 대회 12회 우승을 기록한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를 꺾고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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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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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3시간 21분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0(7-6, 7-5, 7-6)으로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테니스 사상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이형택(42·은퇴)이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달성한 16강이었다.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히는 테니스 종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정현. 대체 그는 누구일까. 정현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Q : 정현, 테니스는 언제 시작했을까?

A :


정현은 태어날 때부터 테니스와 함께 했다. 아버지 정석진(52)씨는 실업 테니스 선수로 뛰었고, 삼일공고에서 테니스를 가르쳤다. 정현 뒷바라지를 위해 2016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투어를 함께 다니고 있다. 형 정홍(25·현대해상)씨는 실업 테니스 선수다. 정현은 일곱 살 때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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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투어대회에서 우승한 정현. 아버지 정석진 감독, 어머니 김영미씨, 정현, 석현준 코치(왼쪽부터).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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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빠진 게 계기였다. 어머니 김영미(49)씨는 “현이는 공부를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유치원에 다닐 때 계속 눈을 찡그려 안과에 가보니 심각한 약시라고 했다. 안경을 써도 교정시력이 썩 좋지 않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의사는 잔글씨를 오래 보면 눈이 더 나빠진다고 했다. 책 대신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색을 많이 봐야 한다는 말에 김씨는 바로 테니스를 떠올렸다. 그는 “테니스 공은 연두색, 코트도 녹색이지 않나. 현이에게는 테니스가 운명인 모양” 이라고 말했다. 정현의 트레이드마크가 뿔테 안경이 된 사연이다. 교정 시력도 1.0이 안 될 정도다.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이 그의 안경을 써보면 눈앞이 뱅글뱅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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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오렌지볼 16세부에서 우승한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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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정현이 정말 혜성처럼 등장한건가?

A :


한국에서 테니스가 비인기 종목이라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다. 주니어 때부터 유망주였다. 테니스 DNA를 이어받은 정현은 라켓을 잡자마자 빠르게 성장했다. 열두 살 때 세계적 권위의 국제 주니어대회인 오렌지볼과 에디 허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12세 이하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2011년 오렌지볼 16세 이하 대회도 제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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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테니스대회 주니어 부문 준우승을 차지한 정현(17, 삼일공고)이 윤용일 코치와 함께 8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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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윔블던 주니어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형택을 이을 재목으로 인정받았다. 한국 선수가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것은 1994년 여자부의 전미라(가수 윤종신 아내) 이후 19년 만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내 군 면제까지 받았다(이미 4주 군사훈련도 다녀왔다). 2015년 3월에는 마이애미오픈에서 본선 1회전을 통과해 이형택 이후 6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ATP투어 본선 승리를 기록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세계 테니스계는 진작부터 정현을 주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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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테니스 임용규.정현(왼쪽)이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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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정현을 키운 건 누구인가?

A :


정현은 고교 때부터 이형택을 키운 삼성증권 테니스팀에서 훈련받았다. 삼성증권 테니스팀은 김일순 감독 아래 남자부는 윤용일 코치, 여자부는 조윤정 코치가 있었다. 그런데 삼성그룹에서 스포츠단 지원을 축소하면서 2015년 삼성증권 테니스단도 사실상 해체했다. 대신 삼성증권이 투어 대회를 다니는 정현에게 개인 후원을 하기로 했다. 정현의 상의 경기복 소매에는 '삼성' 로고가 달려있다.


주니어 시절부터 5년간 윤 코치와 함께 하던 정현은 지난해 3월 결별했다. 이후 김하늘 코치, 손승리 코치, 석현준 코치 등을 거쳐 지난달부터 네빌 고드윈(남아공) 코치와 함께 하고 있다. 정현의 첫 외국인 코치다. 고드윈 코치는 서브, 스트로크 등 주요 기술에 대해 족집게 과외를 해줬다. 고드윈 코치는 선수 시절 단식 최고 랭킹이 90위(199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케빈 앤더슨(32·남아공·12위)을 US오픈 준우승자로 만들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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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2018 호주오픈 8강에 진출한 후, 중계 카메라 렌즈에 자신의 사인 대신 한국팬들을 위해 '보고 있나?'라고 적고 있다. [사진 JTBC3 FOX Sport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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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정현이 조코비치와 16강전 승리 이후 중계 카메라 렌즈에 쓴 글은?

A :


'캡틴,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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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2018 호주오픈 8강에 진출한 후, 중계 카메라 렌즈에 자신의 사인 대신 '캡틴, 보고 있나?'라고 적고 있다. [사진 JTBC3 FOX Sport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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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중계 카메라 렌즈 위에 한국어로 이렇게 썼다. 보통 선수들은 자신의 사인을 적지만, 위트 넘치는 정현은 메시지를 남겼다. 여기서 캡틴은 삼성증권 테니스팀 코칭 스태프들을 말한다. 정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 삼성증권 팀 감독님이셨던 김일순 감독님과 약속이었다. 갑자기 팀이 해단됐다. 그 때 팀에 있던 선수들 중 누군가가 잘하게 되면 당시 마음 고생이 가장 심했던 감독님께 이런 이벤트를 해드리기로 선수들끼리 약속했다. 그리고 오늘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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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투어대회에서 우승한 정현.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Q : 정현, 최고 랭킹은 몇 위?

A :


현재 58위인 정현은 지난해 9월 기록한 44위가 최고 순위다. 호주오픈 시작 전까지 포인트 857점이었던 정현은 메이저대회 8강 진출로 단번에 360점을 획득해 1217점이 됐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홈페이지가 다음 주 포인트 하락 예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순위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포인트 기준으로는 41위가 된다. 그보다 더 올라가 개인 최고 랭킹을 넘어설 수도 있다. 한국 남자 최고 랭킹은 이형택이 기록한 36위다.




Q : 정현, 총 상금은 얼마?

A :


투어 대회 1회 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정현은 이번 대회 전까지 170만9608달러(약 18억3200만원) 상금을 획득했다. 이 중 39만 달러(약 4억3000만원)는 지난해 11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으로 받은 것이다. 현재 호주오픈 8강에 진출한 정현은 4만 호주 달러(약 3억8000만원)의 상금을 확보했다. 정현은 이번 대회 남자복식에서도 16강까지 올랐다. 복식 16강 상금은 4만9000 호주달러(약 4200만원)다. 복식 파트너인 라두 알보트(몰도바)와 절반씩 나눠가지면 2100만원 가량이 된다.




Q : 정현, 재치있는 영어 인터뷰 비결은?

A :


2014년 투어 무대에 뛰기 시작한 정현도 영어회화 생초보였다. 하지만 2016년 미국 유학생을 매니저로 두고 투어 대회를 다니면서 개인 과외를 시작했다. 집중적으로 영어 인터뷰용 교습을 받으면서 현재의 영어 인터뷰 달변가가 됐다. 예전에는 공식 기자회견에도 한국어로 이야기했지만 최근에는 외신들의 영어 질문에 유창하게 영어로 답하고 있다.


그 외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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