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전쟁 같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지만, 끝까지 달려가겠습니다.”
낯선 땅 독일 브레멘의 텅 빈 그라운드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3명의 청년이 있다. 바로 강범구(20) 최산 진진오(이상 21)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의 U-21 팀 소속으로 활약 중이다. 독일이라는 무대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곳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독일은 막다른 골목에서 저 멀리 보이는 작은 한 줄기 빛을 향해 간절하게 달려가는 절박함의 땅이다. 이들은 왜, 어떻게 독일로 향했을까.
▲ 최산
우이초등학교에서 축구를 시작한 최산은 미드필더 겸 공격수로 두각을 나타내며 문래중학교에 진학해 팀을 중등부 정상으로 이끌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Youth) 대건고에 입학하며 창창한 미래를 꿈꿨지만, 작은 키가 발목을 잡았다. 174㎝의 최산은 대건고 진학 후 풀백으로 전향했다. 풀백 전향 후에도 ‘날쌘돌이 풀백’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김진야 김보섭 명성준 등과 동기인 최산은 프로 우선 지명 명단에 들지 못했다. 복수 대학에서 입학 제의를 받았지만, 최산은 프로 직행에 도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이후 최산은 TNT 팀에서 꾸준히 훈련하며 기회를 노렸다.
우연한 기회에 독일 무대를 밟았다. D.F.S.M SPORT를 통해 베르더 브레멘 U-21 테스트를 받았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격 합류했다. 왼쪽 풀백에 자리잡은 최산은 8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8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에른스트 베르더 브레멘 U-21 감독은 “기대감이 크다”다며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최산은 곧 U-23 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산은 “힘든 시기 부모님께서 마음을 잡아주셨다. 독일이라는 큰 나라에 와서 많은 것을 겪고 있지만, 매 경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며 “1군 구장인 베저스타디온이 너무 멋있더라. 그 경기장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우이초등학교 양철희 감독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앞날이 더 전쟁이지만, 끝까지 싸워보도록 할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 강범구
강범구 역시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해 혈혈단신 독일로 떠난 강범구는 아르스텐(TuS Komet Arsten) U-19에서 활약했고, 이번 시즌 베르더 브레멘 U-21 팀에 합류했다. 8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7경기를 소화했고, 이 가운데 6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173㎝의 미드필더인 강범구는 독일 무대를 밟은 뒤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보완점이 많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이다. 특히 독일어 공부에도 집중하면서 팀 동료와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강범구에겐 간절함이 크다.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한 만큼 더 큰 성장을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작은 신장을 극복하기 위해 피지컬 강화에 힘쓰고 있고, 골 결정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강범구는 “세상에는 축구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운동을 소홀히해선 절대 안 된다”라며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훈련과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좀 더 높은 곳에 있길 바란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 진진오
진진오 역시 상주 상무 U-18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꿨으나, 차가운 현실에 벽에 막혔다. 대학에 진학한 후 반전의 계기를 찾아 독일로 향했다. 실패자가 아닌 도전자의 입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진진오는 최근 선수등록증을 받아 베르더 브레멘 U-21 2군 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면 곧바로 U-21 팀에 합류해 공식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김민호 D.F.S.M SPORT 부장은 “습득 능력이 좋다. 독일에서 진행한 테스트를 통해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깜짝 놀랐다”며 “애초 계획한 테스트보다 레벨을 끌어 올릴 생각이다. 늘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한 발 더 움직이려는 모습이 인상적인 선수”라고 설명했다.
진진오는 “더 좋은 시간은 분명히 올 거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라며 “남들은 독일이라서 다 좋은 줄 알지만, 현실은 다르다. 특히 나는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려움이 많지만 반드시 극복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에른스트 브레멘 U-21 감독
에른스트 감독은 한국인 3인방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간절함을 그라운드에서 표출해주길 원하고 있다. 에른스트 감독은 “이들은 아직 젊고 해 나가야 할 것들 많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정진하길 바란다”며 “이들이 도전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기회도 많이 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잠재력을 모두 쏟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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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부장은 “이곳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온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간절하다. 절실함으로 뛰고 있다. 그래서 에른스트 감독 역시 한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막다른 골목이 아닌 출발점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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