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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중국전에 '손' 쓴 벤투의 고집, 예견된 아부다비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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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의 아라비안 나이트

벤투호, 아시안컵 8강 탈락

중국전에 손흥민 무리하게 기용한 패착

4-2-3-1 포메이션, 후방빌드업만 고수

부상자 속출, 이승우 물병논란도

중앙일보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아시안컵 8강전에서 손흥민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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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고집이 센 것 같다. 저러다 혹시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 축구인은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8월 한국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칠레와 비기고, 우루과이를 꺾으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울보' 손흥민이 울지않고 담담하게 패배를 받아들일 만큼, 카타르를 상대로 힘 한번 못써 보고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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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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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적이지만 지난 16일 중국과 조별리그 3차전부터 패착을 뒀다. 잉글랜드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27)이 대표팀에 합류한지 이틀밖에 안됐는데 선발로 나서 후반 44분까지 뛰었다. 손흥민이 비록 2골에 관여하면서 조1위로 16강에 진출했지만, 손흥민은 중국전을 기점으로 체력이 방전됐다.

바레인과 16강전에서 연장혈투를 치른데 이어 카타르와 8강전에서는 특유의 날카로운 모습이 사라졌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와서 몸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체력적으로 지쳐있었다"고 고백했다.

벤투 감독의 전술은 상대국 기자들도 예상이 가능할 만큼 뻔했다. 4-2-3-1 포메이션만 고수했다.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베스트11 중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똑같았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사령탑 시절부터 23명 중 11~14명 정도만 돌려가며 썼다.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주전과 비주전간 경쟁구도가 이뤄지지 않아 팀이 정체될 수 있다. 이청용(보훔)은 카타르전 후 "많은 선수들이 충분히 기회를 가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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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카타르와 8강전. 패배 후 벤투 감독이 정우영을 다독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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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스타일도 매번 똑같았다. 벤투 감독은 골키퍼와 수비수부터 차곡차곡 공격을 전개하는 '후방 빌드업'을 추구했다. 짧은패스를 돌리면서 볼점유율을 높게 가져갔다. 거의 매경기 60% 이상 볼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볼만 돌렸고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카타르전에서도 10개 슈팅 중 유효슈팅은 2개에 불과했다. 이번대회만 놓고보면 한국은 일본처럼, 일본은 한국처럼 경기를 했다. 한국은 패스축구에 집착했고, 반면 일본은 실리축구로 4강에 올랐다.

그런데도 벤투 감독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알사드)을 계속해서 중용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내보낼 교체카드도 이승우(베로나),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정도로 한정됐다.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플랜B와 플랜C가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 시절과 크게 달라진게 없었다.

물론 벤투 감독은 아직 한국을 맡은지 1년도 안됐다. 벤투 감독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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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카타르와 경기에서 패한 후 이승우를 위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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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대회에서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나상호(도쿄)가 대회 직전 낙마했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기성용(뉴캐슬)이 16강을 앞두고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발바닥 부근을 다친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끝까지 복귀하지 못했다. 아시안컵 전후로 의무팀 2명이 대한축구협회와 계약문제로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선수단 관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회 기간 내내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 막내 이승우(21·베로나)는 중국전에도 출전기회를 잡지못하자 물병과 수건을 걷어차면서 팀워크를 깼다. 또 골넣는 수비 김민재(전북)는 중국 베이징 궈안과 잉글랜드 왓퍼드 이적설에 휩싸이면서 흔들렸다. 도전이 아니라 돈을 택한 선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여러가지 일들을 돌이켜보면 8강 탈락은 예견된 참사였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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