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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 여자 골프 메카서 벌어지는 '하얀 모자'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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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국의 넬리 코르다(21)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가장 '핫(HOT)'한 선수다.

그제 양희영이 우승한 혼다 타일랜드 7위를 하면서 호주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3개 대회 연속 톱10에 올랐다. 시즌 초지만 상금 랭킹 1위다.

그는 키 178cm의 좋은 신체 조건에 270야드 장타를 날린다. 세계 랭킹 9위로 미국 선수로는 렉시 톰프슨(5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크다. 코르다의 메인 스폰서는 한국 기업인 한화 그룹(현재 한화큐셀)이다. 2017년 7월부터 3년째 후원하고 있다.

혼다 타일랜드에서 한국 선수인 양희영은 호주 교포인 이민지와 같은 조에서 동반 플레이를 하며 접전을 펼쳤다. 지난해 3년 스폰서 계약이 만료된 양희영은 정면에 메인 스폰서 로고가 없는 하얀 모자를 쓰고 나왔다. 이민지는 5년째 후원하고 있는 하나금융그룹 로고가 모자에 선명했다.

이를 두고 왜 한국 선수는 스폰서 없이 고생하는데 교포나 외국 선수를 후원하느냐는 주장들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박성현이 얼마 전 필리핀의 카지노 리조트 회사와 계약한 것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의 간판스타가 특정 업종의 외국 기업 모자를 쓰느냐"는 의견들이었다.

"선수의 선택도 자유지만, 기업들이 기준을 갖고 후원 선수를 선택하는 걸 뭐라 할 수 있느냐"는 의견들도 드문드문 있었다.

한국은 여자 골퍼에게 '스폰서 천국'이라고 해도 좋은 환경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승만 해도 1년에 1억원 안팎 계약금을 받는 게 기본이다. 여기에 장타자라는 화끈한 스펙까지 장착하면 금세 2억~3억원을 오르내린다. 외국 선수들은 꿈도 못 꿀 일들이다.

여러 골프 관계자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양희영은 좋은 선수이긴하지만, 실력에 비해 강한 임팩트가 없다. 그렇다고 LPGA에서 뛰는 선수와 적은 금액으로 계약을 할 수도 없어서 아직 나서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 넬리 코르다는 어떻게 한화가 후원 결정을 했을까. 한화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아예 백인 선수 유망주를 찾아서 후원하면 미국 시장에서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2부 투어 시절부터 성실하게 훈련하고 있는 데다 스타 선수인 제시카 코르다의 동생이라는 것도 고려했다. 기대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크리스티 커, 샌드라 갈 등 외국 선수를 서브 스폰서로 후원해오던 하나금융그룹도 이민지가 리디아 고와 아마추어 랭킹 1~2위를 다투던 시절부터 눈여겨봤다고 한다.

내년 도쿄올림픽에선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는 한국 선수들과 외국 국적 선수들이 메달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여자 골프의 메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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