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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벤투호, 비로소 ‘이승우’라는 옵션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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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이 볼리비아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이승우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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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쉬운 마음만 가득했어요. (득점 찬스를 놓친 뒤) 뭐라고 소리쳤는지 기억조차 안 나요. 스페인어였는지 한국어였는지도요.”

22일 울산문수경기장. 볼리비아와 A매치 평가전(한국 1-0승)을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21ㆍ헬라스 베로나)는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친 장면을 복기하며 ‘아쉽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승우는 이날 자신의 통산 10번째 A매치에서 득점포를 터뜨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후반 37분 상대 왼쪽 측면에서 볼을 받아 특유의 발재간으로 페널티박스 중앙까지 파고든 뒤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볼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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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슈팅이 빗나가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안타까워하는 이승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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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직후 이승우는 적극적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땅을 치고, 하늘을 향해 뭔가를 외쳤다. 볼리비아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도 후반 중반까지 골을 넣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서, 무득점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선수는 이승우가 유일했다.

벤투호 출범 이후 이승우가 주전으로 기용되지 못하는 데도 팬들이 변함 없이 응원을 보내는 이유 중에는 ‘승부사적 기질’이 큰 몫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다. 공격수가 득점 찬스에 골을 넣지 못하는 것보다 괴로운 상황은 없다.

이날도 이승우는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 18분 나상호(FC 도쿄)를 대신해 투입됐고, 추가 시간을 포함해 30분 정도 그라운드를 누볐다. 뛴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인상은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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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볼리비아 수비수들 사이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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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돌파와 슈팅도 날카로웠지만, 오프 더 볼(off the ballㆍ볼을 가지지 않은 상황)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예전의 이승우가 ‘슈팅 찬스를 만드는데 유리한 장소’ 위주로 움직였다면, 볼리비아전의 이승우는 ‘볼 연결에 유리한 장소’부터 찾았다. 부지런히 중원과 측면을 오가면서 볼 배급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변화는 실전 감각에서 나왔다. 이승우는 올 시즌 헬라스 베로나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시즌 초반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ㆍ아시안게임에 잇달아 참여하면서 잠시 주전 구도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이내 핵심 공격수의 자리를 되찾았다.

‘내가 해결해야한다’는 욕심을 줄이고 팀 플레이에 녹아들면서 동료 선수들과 홈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승우가 올 시즌 1골 1도움에 그치면서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등 이탈리아 현지 매체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똑같은 상황이 대표팀에서도 나타나는 중이다.

벤투호 출범 후 가장 긴 30분을 소화한 이승우는 “오랜만에 길게 뛸 수 있어서 기뻤다. 좋은 형들과 축구하는 것 자체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모든 선수가 선발 출장을 원하지만, 아예 못 뛰는 선수도 나올 수 밖에 없다. 늘 상황에 맞게 기회를 잡는 게 대표선수의 역할이자 임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이 이승우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을지 모른다. 울산=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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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볼리비아전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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